국역/표점
  • 국역/표점
  • 국역
  • 금성삼고(錦城三稿)
  • 금호유사
  • 저술(著述)
  • 유묵 【당시 공의 나이 63세였다.】(遺墨 【時公年六十三】)

금성삼고(錦城三稿) / 금호유사 / 저술(著述)

자료ID HIKS_OB_F9008-01-240502.0008.0001.TXT.0011
유묵 【당시 공의 나이 63세였다.】
아들 나덕명(羅德明), 나덕준(羅德峻), 나덕윤(羅德潤) 등은 성현을 사모하고 법으로 삼으며 행실은 세속을 넘어선 진실로 자기를 위한 학문을 하고 실상에 힘쓰는 선비였다. 일찍이 형제들끼리 같이 거주하고자 하는 마음이 있어 나에게 여러 차례 자문을 구했고, 나 역시도 일찍이 이러한 뜻이 있었으나 실행하지 못하여 매우 감개한 마음이 있은 지 수년이 지나 오늘에 이르렀다.
지금 부모형제들은 이미 모두 세상을 떠났고 나만이 홀로 심야에 남아 비통함 또한 이미 지극하다. 어찌 우리 아이들이 옛사람들의 뜻을 두어 이와 같은 미풍양속을 행하고자 하는가. 이에 당(堂)을 같게 하고 실(室)은 다르게 하는 제도에 대해 도안을 하여 그 법규와 그림을 볼 수 있도록 올렸더니 진실로 전 현인들이 남긴 뜻을 법으로 삼으로 것이다. 어찌 가상하고 감탄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다만 이 실상을 생각해보면 말세에는 행하기 어려운 일이다. 비록 그 처음에는 힘써 행하더라도 끝까지 잘 할 수 있을 지는 어려운 일이니 두렵다. 그러나 여섯 아들이 한 집안의 사람들을 잘 이끌어 끝내 연익(燕翼)주 34)의 아름다움을 거둘 수 있을지는 알 수 없는 일이다. 나덕명, 나덕준, 나덕윤아! 조심하고 부지런함을 숭상하여 세속의 비웃음을 사지 마라. 나는 지금 늙고 병도 많아 너희들이 함께 살고 있는 아름다운 모습을 볼 수 없을까 두렵다. 비록 이러한 뜻을 잘 성취하는 것을 미쳐 볼 수는 없을지라도 또한 지하에서 편히 눈을 감을 수 있을 것 같다. 바라건대 우리 여섯 아들은 나의 지극한 마음을 깊이 새겨 집안을 욕되게 하지 마라.
주석 34)연익(燕翼)
조상이 자손을 위해 세운 계책이나 교훈을 말한다. 《시경》 〈대아(大雅) 문왕유성(文王有聲)〉에서 주(周)나라 문왕에 대해 "후손에게 계책을 남겨 두어 공경하는 아들을 편안케 하셨다.[詒厥孫謀, 以燕翼子.]" 하였다.
遺墨 【時公年六十三】
男明峻潤等, 慕法聖賢, 行超流俗, 實爲己務實之士也. 曾有兄弟同居之志, 屢稟于余, 余亦曾有是志而未就, 深以爲感慨者, 幾年于玆. 今則父母兄弟已皆辭世, 余獨留在中夜, 悲痛亦旣極矣, 豈意豚犬輩志在古人欲爲此懿美之行耶. 乃圖雁同堂異室之制, 呈之觀其規畵, 實法前賢之遺意也, 豈不爲之嘉歎耶. 第思玆實, 末世所難爲之事, 雖力其始, 恐難善終也. 不知我六男, 其能導率一家之人, 卒收燕翼之美耶. 明乎峻乎潤乎, 尙愼勖哉, 毋爲俗流之譏笑也. 余今老且多病, 恐不及見爾曹同居之美也. 雖未及見如能就此志, 則亦可瞑目於泉下矣. 願吾六男體余至懷, 毋忝爾所生也.