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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성삼고(錦城三稿)
- 부록(사문간찰초)
- 나유지【훗날 성지라고 자를 고쳤다.】에게 낸 편지 【무인년(1578)이다.】(與羅有之【後改誠之】書 【戊寅】)
금성삼고(錦城三稿) / 부록(사문간찰초)
나유지【훗날 성지라고 자를 고쳤다.】에게 낸 편지 【무인년(1578)이다.】
이별한 뒤로 세 번이나 문안 편지를 받고 보니 글의 뜻이 간절하고 말이 절실하여 마치 아침저녁으로 자주 만나는 날이 많은 것 같네. 이는 자네가 강직하고 우뚝한 지조가 있어 멀고 가까우나 따르고 어기는 것으로 변하는 바가 있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으니 십분 감탄하고 위로가 되네.
보내온 글에 《논어》를 읽고 반드시 마음으로 깨우치고 묵묵히 아는 점이 있어 저절로 가슴 속이 즐겁고 몸에 효과가 있다고 하니, 몹시 부러운 마음 이길 수가 없네. '선비는 도량이 넓고 뜻이 굳세지 않으면 안 된다. 책임은 무겁고 길은 멀기 때문이다'의 장(章)주 3)을 매우 깊이 연구하고 완미하여 장래에 자기의 임무로 삼아 굳건하게 정립하여 실천하겠다니 천 리 떨어진 곳에서 쇠약한 채 형구를 차고 있는 나의 바람에 위로가 되었다네. 그대의 타고난 자질은 진실로 강직한 것을 실행하는 데 걱정할 일이 없음을 알고는 있으나 강직함을 실천하는 일을 대단한 힘써야 바야흐로 얻을 수 있네. 대저 《논어》의 글은 성현의 문답으로 수천만의 말이 있지만 그 직접적인 요지를 구한다면 '존심(存心)'에 불과할 뿐이니, 존심이 완성되면 인(仁)은 그 가운데 있네. 대개 존심이라는 것은 마땅히 존재할 곳에서 이 마음을 얻는 데 있으니 다른 사물에게 이끌려가는 것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네. 예컨대 '배우고 때로 익힌다.'주 4)를 읽었다면, 어떻게 해야 배움이 될 것이며 어떻게 해야 때로 익히는 것인지를 생각하여 만약 이를 추론하고 궁구한다면 자연스럽게 마음에 다른 생각의 여지가 없을 것이네. 또 '자기 몸을 이겨 예를 회복한다.'주 5)를 읽었다면, 어떻게 해야 자기의 몸을 이기고 어떻게 해야 예를 회복하는지 또 몸에는 무엇이 있는지, 예에는 무엇이 있는지를 끝까지 궁구하여 자신의 몸과 마음에 돌이켜 구한다면 행하는 바와 존재하는 바가 몸이고 예일 것이네. 만약 이르지 못했다면 있는 힘을 다해 장차 나아가 천리에 합치되도록 구해야 한다네. 이와 같은 공(功)이 비록 하루 아침저녁에 효과를 볼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부지런히 노력하여 세월이 쌓이면 자연스럽게 기질이 변화하여 내 마음에 하고자 하는 바를 따라도 천리 아닌 것이 없을 것이니 어찌 크게 통쾌한 일이 아니겠는가. 천지에 사람이 삼재(三才)로 참여하여 오직 이에 대장부가 되었으니 그대는 반드시 힘써야 하네.
나의 평소 뜻 또한 다른 데 있지 않으나 타고난 성질이 굳어 변화되기에는 어려워 노쇠한 지금에 이르렀으니, 아! 애석하다네. 바라는 바는 오직 우리 그대의 강직하고 굳은 뜻으로 천만의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네. 화천정(花川正)주 6)은 하늘로부터 타고난 본성이 사랑스럽고 그 지조 또한 속되지 않아 더불어 큰일을 할 만한 사람이네. 자네가 때때로 맞이하여 권면할만하니 권면함이 어떻겠는가. 남과 더불어 선을 행하는 것 또한 군자가 마땅히 힘써야 할 일이라네.
- 주석 3)선비는 …… 장(章)
- 원문 '士不可以不弘毅, 任重而道遠'은 《논어》 〈자로(子路)〉에 보인다.
- 주석 4)배우고 …… 익힌다
- 원문 '學而時習'은 《논어》 〈학이(學而)〉에 보인다.
- 주석 5)자기 …… 회복한다
- 원문 '克己復禮'는 《논어》 〈안연(顔淵)〉에 보인다.
- 주석 6)화천정(花川正)
- 이수붕(李壽鵬)을 가리킨다. 이수붕은 남이공(南以恭)과 함께 정개청에게 수학하였고, 학봉 김성일(金誠一)과 교유하였다. 또한 윤휴(尹鑴)의 숙조(叔祖) 윤전(尹烇)이 그에게서 수학하였다. 《愚得錄 卷2 論禮 答花川正壽鵬書》
與羅有之【後改誠之】書 【戊寅】
別後三奉問書, 意懇辭切, 似有深於朝夕亟見之日, 是知賢侍毅貞立之操, 不以遠近從違而有所變易也, 嘆慰十分. 示諭讀論語, 其必有心悟默識, 自樂於胸中而得效於身上, 不勝健羡之至. 士不可以不弘毅, 任重而道遠章, 切須深究玩味, 將來以爲己任, 立定脚跟做將去, 以慰千里衰朽之望. 賢侍之天資, 固知其不患於做毅, 而於做弘處, 大段着力, 方得. 大抵論語之書, 其聖賢問答幾千萬言, 而求其直指, 則不過曰存心. 存心之熟, 則仁在其中, 蓋存心者, 存得此心於所當存之地而不爲他物引將去之謂也. 如讀學而時習, 如何而可以爲學, 如何而可以時習, 如此推究, 自然心不暇他念. 又讀克己復禮, 如何而可以克己, 如何而可以復禮, 又窮極其己是甚底, 禮是甚底, 反求諸自家身心上, 所行所存, 是己歟禮歟. 如或未至, 則盡力克將去以求合乎天理. 若此之功, 雖非一朝一夕之見效, 循循勉勉, 積至歲月, 自然變化氣質, 從吾心之所欲, 莫非天理, 豈不大快活乎. 參三天地, 唯此爲大丈夫, 賢須勉之, 鄙人平生之志, 亦不在他, 而稟固難化, 至於衰朽, 嗚呼惜哉. 所可望者, 唯如賢侍之剛毅, 千萬努力. 花川正天稟可愛, 其志操亦不俗, 可與有爲者也, 賢侍時有引接可勸則勸之如何, 與人爲善, 亦君子之所當勉也.