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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또 【갑신년(1584)】(又 【甲申】)

금성삼고(錦城三稿) / 부록(사문간찰초)

자료ID HIKS_OB_F9008-01-240502.0007.TXT.0002
또 【갑신년(1584)】
절하고 답하네. 봄이 저물어 막바지에 이르니 날씨가 화창하구나. 멀리서 생각건대 그대는 관아에서 부모님을 살펴 모시면서 봉양까지 겸비하여 마음으로 이해하며 성정으로 딱 들어맞아 어긋남이 있지 않을 터이니 인간세상의 무슨 즐거움이 이와 같겠는가! 나는 소원하고 용렬함이 어제와 같아 무어라 말할 것이 없네. 근심스러운 일은 쇠약함이 날로 더해 가고 학업에 뜻을 둔 것이 날로 게으르며 마음을 접촉함이 욕심을 따르는 것인데 스스로 알면서도 극복하지 못한 채 쌓인 기질은 끝내 세속을 벗어날 기약 없이 영리의 향락에 이르렀네. 그렇다면 마음이 비록 바라고 사모한다 한들 천명은 힘쓸 수가 없는 노릇이니 어찌 하면 좋겠는가. 어버이를 모시는 도리는 오직 부모님의 마음을 즐겁게 하고 뜻을 따르는 데 있네. 나는 진실로 그렇게 하지 못하고 있기에 사람들의 비방과 배척을 스스로 마땅히 감수해야 할 터이니 감히 교묘하게 피하여 바깥의 이익을 도모하려 하겠는가. 다만 마음속으로 더욱 깊이 반성한다면 보탬이 적지 않을 것이네. 곁에 어버이를 모시고 작은 집을 지었다는 소식을 보여주니 그대가 사랑으로 보호하고 인도하였던 깊은 마음에 위로가 되어 경복하고 또 경복하네.
서울로 가는 일은 내 동생이 막았는데 보내준 편지의 말 또한 이와 같으니 삼가 따르지 않을 수 있겠는가. 변산(邊山)의 행차는 유정언(柳定彦)과 이미 약속한 것이니 사람 일의 좋고 나쁨 또한 기필할 수가 없다네. 인생이 억울하여도 이미 어찌할 수 없으니 바라는 것은 친구 가운데 오직 우리 두 분이 타고난 민첩한 자질로 부모님을 봉양하고 뜻을 정하여 학업에 전일하며 외물의 유혹에도 흔들리지 않는 일 뿐이네.
바라건대 더욱 더 옛사람의 자기를 위하는 학문에 뜻을 두어 우선 거처하는 곳에서 공손하며 일을 집행할 때는 공경히 하고 남을 대할 할 때 충심으로 하는 일에 착수하여 박약으로 나아가고 게으름과 공경 그리고 의리와 욕망의 이기고 지는 것을 깊이 살피며 보고 듣고 말하고 행동하는 사이에 뜻을 오로지 하며 말세의 의로움과 이로움을 함께 행하고 두 길과 왕도와 패도를 함께 쓰는 무리가 되지 않으며 늘 만 길 높은 곳에서 우뚝 서서 홀로 천 년 전의 성현들을 벗 삼아 이름이 널리 알려 지기를 마음에 비교하며 헤아리지 않는다면 매우 다행하고도 다행한 일일 것이네. 외로운 처지에 있는 나 또한 이러한 계책으로 힘썼으나 타고난 자질이 우둔하고 어리석어 조금도 변하지 못하였으니, 애석하고 애석하네.
又 【甲申】
介淸拜覆, 春令迫暮, 風日和淑, 緬惟思吾賢省侍衙庭, 奉養備具, 會心適情, 無有拂違, 人間何樂, 可以如之. 鄙人疏頑如昨, 他無可言者. 所可憂者, 衰邁日臻, 志業目倦. 觸情從欲, 自知而不克, 氣質之累, 終無脫洒之期, 而至榮利之享, 則心雖企慕, 而命不可力, 奈如之何. 事親之道, 唯在樂心順志, 而介淸實不能焉, 人之謗斥, 自當甘受, 敢欲巧避, 以圖外利乎. 伹內省愈深, 爲益不少. 親側作小家之示, 深慰高明愛護噵引之厚意也, 敬服敬服. 京行, 家弟止之, 而來敎亦如之, 敢不敬從. 邊山之行, 與柳定彦已約, 人事好乖, 亦不可必也. 此生之枉了, 已矣無奈何, 所望者, 朋友之中, 唯吾兩賢稟賦通敏, 奉養贍足, 志定業專, 不爲外誘所搖爾. 願深加留意於古人爲已之學, 先以居處恭執事敬與人忠, 爲實下手, 而博約以進, 深察敬怠義欲之勝負, 專意於視聽言動之際, 不爲末俗義利雙行王覇幷用之流, 常伸乎落落萬仞之上, 尙友乎孑孑千載之前, 不以聞達較量心慮, 幸甚幸甚, 孤蹤亦以此策勉, 賦質頑愚, 不能少變, 可惜可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