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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대지에게 보낸 편지 【무인년(1578)이다. 곤재 선생】(與羅大之書 【戊寅 困齋先生】)

금성삼고(錦城三稿) / 부록(사문간찰초)

자료ID HIKS_OB_F9008-01-240502.0007.TXT.0001
나대지주 1)에게 보낸 편지 【무인년(1578)이다. 곤재 선생주 2)
봄이 저물어 막바지에 이르렀으니 만물은 번창하고 있구나. 삼가 생각하건대, 우리 그대는 만복을 누리며 학문을 잘하며 지내고 계시는가? 나는 궁벽한 산속에 엎드린 듯 지내고 있어 소원하고 용렬함이 마치 어제처럼 게을리 지내다가 수시로 한두 학도들과 더불어 옛 경서를 강독하고 토론하면서 시간을 보내고 있으니 어느 날 다시 풍모와 위의를 갖추어 대면하고서 마음속에 품고 있던 생각을 상세히 이야기 나눌지 알 수가 없으니 답답한 마음 끝이 없다네.
근래 손수 쓴 편지를 받아 보니 우리 그대가 뜻은 성현의 공부에 돈독히 하고 오로지 공부하는 것을 덕에 나아가 수양하며 마음을 가라앉혀 경전을 완미하고 일상생활에 실상을 두어야 하는 것으로 성명(性命)의 온전함을 구한다고 하니, 이른바 옛 사람들이 말한 '자기 자신을 위한 학문'으로, 공경과 감탄을 이길 수가 없겠으며 위로와 기쁨이 지극하네. 이른바 '문을 닫고 단정히 앉아 있다.'라고 말한 것은 학문을 하는 방법을 깊이 터득한 것이니 정말 훌륭하고 매우 훌륭한 것이네. 다만 자세히 묻고 밝게 변별하는 것을 벗들과 강론하고 닦지 않는다면 터득할 수가 없네. 때때로 도가 있는 분에게 나아가 질정하는 것 또한 불가한 것은 아니니 경전을 먼저하고 주를 뒤로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은 앞선 스승들이 이미 밝혀 놓은 것으로 다시 무엇을 의심하겠는가. 대저 그대의 자질은 강직하고 밝으며 보는 바가 날로 발전하니 두렵고 위로가 됨이 모두 지극하구나.
나는 보잘 것 없는 사내로서 마음속에 보존하고 있는 것과 몸으로 행하는 것이 남들에게 구하여 듣고 계획된 삿된 마음 아닌 것이 없었네. 곰곰이 생각하면 일찍이 볼 낯이 없도록 부끄럽지 않은 적이 없었고 조금도 보통 사람과 비슷한 마음이 없었네. 이 때문에 조금이라도 나보다 나은 사람을 만나면 나도 모르게 마음을 우러르고 머리를 숙여 그를 공경하는 모습을 띠었는데 더군다나 자네처럼 고상하고 밝고 두려워할만한 이에게 감히 스스로를 크고 망령되이 높다고 하여 후생이 예의를 지켜 대우하는 것을 기대하겠는가. 이것이 바로 예의는 노력해야 하고 말은 공손해야 한다는 것이니, 바라건대 이상하게 생각하지 마시게나. 나머지 마음에 생각하고 있는 것을 다 적기 어려워 다만 이렇게 적는다.
주석 1)나대지
나덕준(羅德峻, 1553~1604)을 말한다. 자가 대지(大之)이고, 호는 금암(錦巖)이다.
주석 2)곤재 선생
정개청(鄭介淸, 1529~1590)을 말한다. 자는 의백(義伯)이고, 호는 곤재(困齋)이며, 나주(羅州) 출신이다. 저서로 《우득록(愚得錄)》이 있다. 일찍이 나덕준의 스승이 되어 그를 가르쳤다.
與羅大之書 【戊寅 困齋先生】
春令迫暮, 物華暢繁. 伏惟侍候萬福, 學履有相. 鄙人跧伏窮山, 疏庸如昨, 而時與一二學徒講討古經, 以度遣日月爾, 不知何日, 更對風儀, 細論心懷, 鬱陶斯極. 近再奉手示, 仰認尊侍, 志篤聖賢, 功專進修, 沈玩經籍, 着實日用, 以求必得, 夫性命之全, 是乃所謂古人爲己之學, 不勝敬歎, 慰悅之至. 所謂關戶端坐云云, 深得爲學之方, 甚善甚善. 但其審問明辨, 非朋友講磨, 不得. 時就有道正焉, 亦未爲不可, 先經後註, 先師之訓已明, 更何疑焉. 大抵賢侍之資稟剛明, 所見日進, 畏慰俱極. 介淸賤丈夫也, 心中所存, 身上所行, 無非求聞計獲之私. 潛思默慮, 未嘗不歉然愧怍, 少無類人之心. 是以稍見賢於己者, 不覺其抑心下首而敬貌之, 況如賢侍之高明可畏, 其敢自大而妄尊, 以待後生之禮待之乎. 此所以禮欲勤辭欲恭也, 幸勿怪焉, 餘懷難盡, 只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