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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성삼고(錦城三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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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좌랑 목대흠에게 보낸 편지(與睦左郞大欽書)
금성삼고(錦城三稿) / 금봉습고
좌랑 목대흠에게 보낸 편지
겨울에 남대문 밖으로 나가 형께서 손수 쓰신 편지를 보고 저를 외면하지 않으신 마음에 깊이 감사하였습니다. 북에서부터 남쪽까지 길은 멀고 인편도 드물어 편지 한 통 부칠 심부름꾼을 구할 수 없었을 터인데 두터운 마음으로 답장을 주시니, 부끄러움과 서운함이 마음속에 교차하여 사뭇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저는 노모를 봉양하는 데 다급하고 보잘것없는 일을 구차하게 보전하느라 초심을 등졌으니 절로 슬플 뿐입니다. 선배들께서 쇠락하거나 거의 다 사라져 주장할 사람이 없으니, 사문(斯文)은 순치(馴致)주 106)하고 인심(人心)은 둘로 나뉘며 사론(士論)은 분명치 못합니다. 서로 대립하여 굽히지 않은 근심이 조정이나 재야나 똑같으니 어찌 식자(識者)가 깊이 두려워하는 바가 아니겠습니까? 원컨대 우리 형님께서 변화의 기미를 깊이 살피셔 야윈 돼지가 진실로 날뛰지 못하게 하신다면주 107) 국가에 매우 다행한 일이며 우리 도(道)에도 역시 매우 다행한 일일 것입니다. 외람되이 보살펴주심을 입어 감히 주제넘은 말을 토로하였으니 너그럽게 헤아려주시기를 바랍니다. 삼가 편지를 올립니다.
- 주석 106)순치(馴致)
- 점차로 나쁜 결과가 오는 형세로 그 조짐이 생기면 자연적으로 나쁜 일이 생기는 것을 말한다. 《주역(周易)》 〈곤괘(坤卦) 상(象)〉에, "서리를 밟으면 단단한 얼음이 곧 이르게 됨은 음이 비로소 얼기 시작함이니, 그 도를 순조로이 점차로 익히어 가서 단단한 얼음에 이르는 것이다.〔履霜堅氷, 陰始凝也, 馴致其道, 至堅氷也.〕"라고 한 데서 유래하였다.
- 주석 107)야윈 …… 하신다면
- 《주역》 〈구괘(姤卦) 초육(初六)〉의 "약한 돼지가 날뛰고 싶은 마음이 진실하다.〔羸豕孚躑躅〕"에서 나온 말이다. 이시(羸豕)는 파리한 돼지이고, 척촉(躑躅)은 도약(跳躍)인데, 이시가 비록 강맹(强猛)하지 못하지만 항상 도약할 뜻을 품고 있듯이 소인(小人)이 기세가 아무리 미약할지라도 항상 군자(君子)를 해치려는 뜻을 품고 있다는 말이다.
與睦左郞大欽書
冬中出南大門外, 見兄委惠手翰, 荷不外之感. 自北而南, 道遠便稀, 不得倩一書, 以謝厚意, 愧憾交集于中, 殆無以爲諭. 潤迫於奉老, 苟保碌碌, 有負初心, 自悼而已. 先輩凋落殆盡, 無人主張, 斯文馴致, 人心携貳, 士論不明. 角立之患, 朝野同之, 豈非識者之所深懼. 願吾兄深察消長之機, 勿使贏豕孚躑躅, 則國家幸甚, 吾道幸甚. 猥荷知照, 敢吐出位之言, 幸寬財. 謹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