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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성삼고(錦城三稿)
- 소포유고
- 부(賦)
- 증삼이 왔으나 문하에 들이지 않다(參來不納門)
금성삼고(錦城三稿) / 소포유고 / 부(賦)
증삼이 왔으나 문하에 들이지 않다
높고도 높은 성인의 문하는 활연하게 열려 있어 위의(威儀)가 삼백이요, 예의(禮儀)가 삼천이네.주 184) 안회(顔回)와 자공(子貢)은 강론하는 자리 함께하였지만, 어찌하여 증삼은 받아들이지 않았는가? 어찌 실천이 부족하여서 그러했겠으며 어찌 독실함이 모자라서 그러했겠는가? 군자의 가르침은 생각해보면 일천 층에 한 층을 더하는 것이라네.
효자의 지극한 마음은 오직 부모의 마음을 받드는 것인데 만일 아이가 죄를 지어 매질을 당하면 피 흘리는 것에 대해 감히 미워하고 원망하기도 하네. 만약 부모의 분노가 의(義)에 어긋나 심하게 훼손하거나 손상하면 어찌 이 몸을 구휼 하겠는가? 자애롭지 못하다는 말이 있을 수 있기에 큰 몽둥이를 들면 마땅히 피하고주 185) 부자간의 지극한 은정을 온전히 해야 하네. 분한 기운이 염천(炎天)주 186)보다 심하면 자애로운 하늘은 조금도 용서하지 않으니 생각건대 자식의 도리로 잘 처신하며 마음이 맑고 차분해질 때까지 기다려야 하네. 도망하지 않고 팽형(烹刑)을 기다리는 것은 비록 공손하다고는 할 수 있지만, 대효(大孝)라고 할 수는 없네. 순임금에게 우물을 파게 한 것을주 187) 우러러보고 성현이 변화에 처신하는 것을주 188) 근원으로 삼으며 물고기와 곰 발바닥주 189)의 취사를 분별하니 성인 문하의 고제로서 어찌 이런 이치를 살피지 않았겠는가? 양지(養志)주 190)의 지극한 뜻을 미루어 단지 뜻을 따르는 것으로 의(義)를 삼았으니, 마땅히 성인이 질책하시어 매우 힘쓰라는 뜻을 보인 것이네. 그러나 자식으로 부모를 섬기면서 나아가는 바에 깊고 얕음이 있으니 큰 몽둥이를 피하라는 성인의 가르침에 증자처럼 하면 괜찮으나 보통 사람이 실수를 한다면 용서하기 어려운 불순(不順)의 죄일 터이니 어찌 도리어 그 정성을 살피지 않겠는가? 아! 후세의 자식이여.
- 주석 184)위의(威儀)가 …… 삼천이네.
- 예의(禮儀)는 기본적인 대강령(大綱領)인 경례(經禮)를 말하고, 위의(威儀)는 구체적인 소절목(小節目)인 곡례(曲禮)를 말한다. 《예기》 〈예기(禮器)〉에 "경례가 3백 가지요, 곡례가 3천 가지인데, 그 정신은 하나이다.〔經禮三百, 曲禮三千, 其致一也.〕"라는 구절이 있고, 《중용장구(中庸章句)》 제27장에 "위대하다, 성인의 도여. 물이 넘쳐흐르듯 끝없이 만물을 발육시켜 그 높은 도의 경지가 하늘에까지 닿았도다. 크고 넉넉하도다 예의가 3백 가지요, 위의가 3천 가지로다.〔大哉, 聖人之道. 洋洋乎發育萬物, 峻極于天. 優優大哉, 禮儀三百, 威儀三千.〕"라는 구절이 있다.
- 주석 185)큰 몽둥이를……피하고
- 일찍이 증삼이 부친 증점과 함께 오이밭을 김매던 도중에 실수로 오이 뿌리를 끊자 증점이 몽둥이로 마구 때려서 증자가 땅에 쓰러져 실신했다가 깨어났는데, 공자가 이 말을 듣고는 순(舜)과 고수(瞽瞍)의 고사를 인용하면서 "작은 회초리를 들면 화가 풀릴 때까지 다 맞고, 큰 몽둥이를 들면 얼른 피해 달아나야 한다.〔小棰則待過, 大杖則逃走.〕"라고 증자를 타이른 일화가 전한다. 《孔子家語 六本》 《후한서(後漢書)》 권52 〈최인열전(崔駰列傳)〉에 "순 임금이 부친을 모실 적에 작은 회초리로 때릴 때에는 맞고, 몽둥이로 때릴 때에는 도망을 갔는데, 도망을 간 그것이 불효는 아니었다.〔舜之事父, 小杖則受, 大杖則走, 非不孝也.〕"라는 구절이 있다.
- 주석 186)염천(炎天)
- 원문에는 '염천(炎天)' 아래에 "아마도 화(火) 글자의 오류인 듯하다.〔恐火字之誤〕"라는 소주가 붙어 있다.
- 주석 187)순(舜)임금에게 …… 한 것을
- 《맹자》 〈만장(萬章)〉 2장에 "순(舜)의 부모가 순으로 하여금 곳집을 손질하게 하고서 사다리를 치운 다음, 고수(瞽瞍)가 창고에 불을 질렀으며, 순에게 우물을 파게 하고는 순이 나오려 하자 따라서 흙을 덮었다.〔父母使舜, 完廩捐階, 瞽瞍焚廩, 使浚井, 出, 從而揜之.〕"라고 하였다.
- 주석 188)성현이 …… 것을
- 《조선왕조실록》 〈光海朝日記[一]〉에 "아! 순임금은 옛 성인인데, 변고에 대처하는 방도에 있어〔嗟嗟! 大舜古之聖人, 處變之道.〕"라는 말이 나온다.
- 주석 189)물고기와 곰 발바닥
- 두 가지를 다 원하지만 한꺼번에 할 수 없을 경우는 의(義)에 맞는 쪽을 택하겠다는 뜻이다. 원문의 '어웅(魚熊)'은 물고기와 곰 발바닥 요리를 가리킨다. 맹자(孟子)가 말하기를 "물고기도 내가 먹고 싶은 바이고 곰 발바닥도 내가 먹고 싶은 바이지만, 이 두 가지를 한꺼번에 다 먹을 수 없을 경우 나는 물고기를 놓아두고 곰 발바닥을 먹겠다. 삶도 내가 원하는 바이고 의(義)도 내가 원하는 바이지만, 이 두 가지를 한꺼번에 다 얻을 수 없을 경우에 나는 삶을 버리고 의를 취하겠다."라고 하였다. 《孟子 告子上》
- 주석 190)양지(養志)
- 어버이의 뜻을 받드는 효성을 말한다. 《맹자》 〈이루 상(離婁上)〉에, 증자가 부친 증석(曾晳)을 봉양할 때의 일과 증자의 아들이 증자를 봉양할 때의 일을 비교해 거론하면서, 효행은 비슷하지만 증자는 부모의 뜻을 봉양하였고[養志], 증자의 아들은 부모의 몸만 봉양한 것[養口體]이라며, 진정한 효도는 뜻을 봉양하는 것이라고 하였다.
參來不納門
聖門高高, 洞開豁然, 威儀三百, 禮儀三千. 回也賜也之函席, 胡爲乎參來斯不受. 豈踐履之不足,寧篤實之或少. 想君子之敎訓, 又一層於千層. 伊孝子之至情, 惟親意焉是承, 苟兒罪之當笞, 敢疾怨於流血. 倘親怒之乖義, 致毁傷之斯酷, 豈此身之足恤, 恐不慈之有言, 故大杖則宜避, 全父子之至恩. 當憤氣劇於炎天, 而慈天不暇容, 思在子道而善處, 竢淸凉之有時. 無所逃而待烹, 雖其恭之可, 尙曰大孝則未也. 仰虞舜之浚井, 原聖賢之處變, 判魚熊之取捨, 以聖門之高弟, 胡不審夫此理. 推養志之至意, 只順旨以爲義, 宜聖人之有責, 示十分之加勉. 然人子之事親, 有所造之深淺, 避大杖之聖訓, 若曾子則可也, 在凡人而差失, 罪不順之難赦, 盍反察於其誠, 嗟! 後來之人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