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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성삼고(錦城三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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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하탄(臨河歎)
금성삼고(錦城三稿) / 소포유고 / 부(賦)
임하탄
하늘이 천하에 대성인(大聖人)을 태어나게 한 것은 천하를 위해서이지 어찌 한갓 옛 성인을 잇고 후학을 열어주려는주 170) 것뿐이겠는가? 이에 성인은 천하를 자신의 임무로 삼아 수레를 타고 팔방을 두루 다니다가 하수(河水)에 이르러 건너지 않고 탄식하셨네.주 171) 성인의 마음을 생각하니 어찌 슬프지 않겠는가? 조(趙)나라에 훌륭한 임금이 있음을 듣고는 이 도가 혹 시행되기를 바라 장차 먼 길을 떠나는 것에 의심이 없었으며, 서로 걸맞은 법도를 구하여 만일 나를 등용해주는 자가 있다면 1년 만에 변화를 기약할 수 있거늘주 172), 문득 성인의 행차가 하수에 이르니 넓고 광대한 강물에 느끼는 점이 있었네.
아! 조나라 임금의 아름다운 명성도 전후로 어긋남이 있도다. 세상이 경박하여 자주 변화하니 훌륭한 자제173)173) 훌륭한 자제 : 원문의 '지란(芝蘭)'은 훌륭한 자제를 뜻한다. 진(晉)나라 때 큰 문벌을 이루었던 사안(도 믿지 못하고, 팔다리 같은 중신주 174)을 죽이고도 깨우치지 못하니, 어찌 훌륭한 일을 할 수 있겠는가? 이미 예조(枘鑿)주 175)가 맞지 않아 버리고 떠났는데 다시 찾고, 한창 자라나는 것을 꺾어 인(仁)을주 176) 해쳤네. 기린이 머물지 않으니 둥지의 알이 엎어져도 애석해하지 않고, 봉황이 높이 날아가니 성인의 수레가 뒤돌아오던 길로 돌아가네. 그 뜻을 궁구해 보니 슬프도다. 천하를 돌아보아도 모두 조나라이니 누가 신의를 닦고 지극히 흠모하겠는가?
공산필힐(公山佛肹)의 부름에 나아가고자 했으니주 177), 아마도 하늘이 성인에게 책임 지우신 것이 이와 같거늘 진(陳)으로 가고 채(蔡)로 가기를 황급히 한 것을주 178) 초광(楚狂)주 179)이 비웃은들 어찌 알겠는가?주 180) 덕이 있으나 지위가 없어 비록 한때의 봉록 없는 백성이었지만, 시서(詩書)를 산정(刪正)하고 예악(禮樂)을 제정하였으니 진실로 후세의 유학자들이 의탁하였네. 천년토록 공자를 흠앙하니, 산처럼 높고 높으며 물처럼 깊고 깊도다. 당시 하수에 이르러 탄식한 일을 생각하니 나의 마음에 더욱 걱정스러운 점이 있네. 만약 조간자(趙簡子)가 어질고 정성이 있어 그 땅에서 공자를 맞이했다면 공자는 과연 하수를 건넜을 것이고, 신하가 되어 그 재능으로 섬겼을 테니 조간자로 하여금 훌륭한 정치로주 181) 회귀하게 하였을 것이네. 조간자의 정사는 어질지 못하였니 어찌 시종일관 공자를 수용하였겠는가? 훌륭한 신하를 죽이고 스스로 지혜롭다고 하며주 182) 지위가 비슷하고 덕망이 비슷하다고 말하였으리라. 하늘이 큰 덕으로 임금 노릇을 못하게 하였으니 성인께서 분주히 떠돌아다닌 것이주 183) 마땅하여 성인은 마음을 맡길 곳이 없어 하수에 의탁하여 감흥한 것이니, 성인의 덕으로도 때를 만나지 못함이 이와 같도다. 아! 후세에 천명을 알지 못하는 자는 마땅히 이 일을 거울삼아야 한다.
- 주석 170)옛 …… 열어주는
- 원문의 '계왕개래(繼往開來)'는 지난 성인(聖人)의 뒤를 잇고 앞으로 올 후학을 열어주는 학문의 공을 말한다. 주자(朱子)가 〈중용장구서(中庸章句序)〉에서 공자의 덕을 찬양하면서 "지나간 성인을 잇고 후세에 올 학자를 열어 준 것은 그 공이 도리어 요순(堯舜)보다도 나은 점이 있다.〔繼往聖 開來學, 其功反有賢於堯舜者.〕"라고 한 데서 온 말이다.
- 주석 171)하수(河水)에 …… 탄식하셨네
- 공자(孔子)가 위(衛)나라에 있을 때 진(晉)나라 조간자(趙簡子)의 가신 필힐(佛肹)이 중모(中牟) 땅을 근거지로 배반하여 공자를 불렀는데, 이때 공자가 가려고 하다가 결국 가지 않았고 또 조간자를 만나려고 황하에까지 갔다가 돌아선 일을 말한다. 《論語集註序說》
- 주석 172)만일 …… 기약할 수 있거늘
- 《논어》 〈자로(子路)〉에 공자(孔子)가 "만약 나를 써 주는 사람이 있다면 단 1년만 정치를 담당하더라도 그런대로 괜찮아질 것이요, 3년이면 업적을 이룰 수 있을 것이다.〔苟有用我者, 期月而已可也, 三年有成.〕"라고 하였다.
- 주석 0)
- 謝安)이 자질(子姪)들에게 "어찌하여 사람들은 자기 자제가 출중하기를 바라는가?" 하고 묻자, 조카 사현(謝玄)이 "비유하자면 마치 지란과 옥수가 자기 집 뜰에 자라기를 바라는 것과 같습니다.〔譬如芝蘭玉樹 欲使其生於庭階耳〕" 한 데서 유래하였다. 《晉書 卷79 謝玄列傳》
- 주석 174)팔다리 같은 중신
- 원문의 '고굉(股肱)'은 다리와 팔로, 임금이 팔다리처럼 의지하는 중신(重臣)을 뜻한다. 《서경》 〈익직(益稷)〉에 순(舜) 임금이 말하기를 "신하는 짐의 다리와 팔과 귀와 눈이 되어야 한다.〔臣作朕股肱耳目.〕"라고 하였다.
- 주석 175)예조(枘鑿)
- 예(枘)는 둥근 자루, 조(鑿)는 네모난 구멍을 뜻하는 것으로, 둥근 자루를 네모진 구멍에 넣으면 맞지 않듯이 쌍방이 서로 맞지 않거나 모순되는 것을 비유한 말이다. 《초사(楚辭)》 〈구변(九辯)〉에 "둥근 자루에 모난 구멍을 뚫으니, 어긋나서 들어가기 어려울 줄을 나는 알겠다.〔圓枘而方鑿兮, 吾固知其鉏鋙而難入.〕"라고 하였다.
- 주석 176)인(仁)을
- 원문에는 '인(人)'자 아래에 "아마도 인(仁) 글자의 오류인 듯하다.〔恐仁字之誤〕"라는 소주가 붙어 있다. 따라서 여기에서는 원문의 소주를 따라 국역하였다.
- 주석 177)공산필힐(公山佛肹)의 …… 했으니
- 진(晉)나라 대부 조간자(趙簡子)의 가신(家臣)인 필힐이 중모(中牟)에서 반란을 일으켜 공자(孔子)를 부르자 공자가 그에게 가려고 한 일을 가리킨다. 《論語 陽貨》
- 주석 178)진(陳)으로 …… 황급히 한 것을
- 《장자》 〈양왕(讓王)〉에 "공자(孔子)가 일찍이 진(陳)나라와 채(蔡) 나라의 사이에서 곤궁한 액운을 당했을 때, 7일 동안이나 밥을 지어 먹지 못하고 명아주 국에 쌀 한 톨도 넣지 못한 채로 멀건 국만 마시다 보니, 얼굴빛이 매우 초췌했는데도 방 안에 앉아서 거문고를 타며 노래를 불렀다.〔孔子窮於陳蔡之間, 七日不火食, 藜羹不糝, 顔色甚憊, 而絃歌於室.〕"라고 한 데서 온 말로 보인다.
- 주석 179)초광(楚狂)
- 춘추 시대 초(楚)나라 사람 육통(陸通)을 가리킨다. 그의 자(字)는 접여(接與)이다. 그가 난세를 만나 미친 체하니 사람들이 그를 초광(楚狂)이라 일컬었다. 접여(接輿)가 공자의 문을 지나가며 "봉이여 봉이여, 어찌 이리 덕이 쇠하였나.〔鳳兮鳳兮, 何德之衰也.〕"라고 풍자하는 노래를 불렀다고 한다. 《論語 微子》
- 주석 180)어찌 알겠는가?
- 원문에는 '하여(何如)'자 아래에 "아마도 지(知) 글자의 오류인 듯하다.〔恐知字之誤〕"라는 소주가 붙어 있다.
- 주석 181)훌륭한 정치로
- 원문에 '지치(至治)'는 이상적인 훌륭한 정치를 말한다. 《서경(書經)》 〈군진(君陳)〉에 "지치(至治)는 향기로워서 신명을 감동시켜 이르게 한다. 서직(黍稷)이 향기로운 것이 아니라 명덕(明德)이 향기롭다.〔至治馨香, 感于神明. 黍稷非馨, 明德惟馨.〕"라고 하였다.
- 주석 182)훌륭한 …… 지혜롭다고 하며
- 조간자(趙簡子)가 공자(孔子)를 초빙하자 공자가 하수(河水)까지 갔는데, 하수에서 진(晉)나라의 현신(賢臣)인 두명독(竇鳴犢)과 순화(舜華)가 살해되었다는 말을 듣고 탄식하며 '추조(陬操)'라는 노래를 지었다. 《사기(史記)》 47권 〈공자세가(孔子世家)〉와 《공총자(孔叢子)》의 〈기문(記問)〉 참조.
- 주석 183)분주히 떠돌아다닌 것이
- 원문의 '서서(棲棲)'는 분주히 떠돌아다니는 모양이다. 《논어》 〈헌문(憲問)〉에 미생묘(微生畝)가 공자를 일러 "구는 어찌하여 이리도 분주한가. 아첨하는 것이 아닌가?['丘, 何爲是棲棲者與? 無乃爲佞乎?']"라고 하였다.
臨河歎
天生大聖人於天下, 爲天下也, 豈特爲繼往開來. 肆聖人以天下爲己任, 環其轍周流乎八垓, 臨河上不濟而有歎, 想聖心寧不悲哉. 聞趙國之有君, 庶此道之或施, 將遠逝而無疑, 求矩矱之相宜, 如用我者有之, 化期月之可期, 忽聖行之臨河, 斯有感於洋洋. 噫! 趙君之令名, 有前後之乖張. 世澆澆而數化, 惟芝蘭亦不可恃, 戕股肱而莫悟, 夫何足與有爲. 旣枘鑿之難合, 來違棄而改求, 折方長而傷人. 猉獜兮不留, 覆巢卵而不惜, 鳳凰兮高飛, 回聖車而復路. 究厥志則可悲. 顧天下兮皆趙, 孰信修而慕之至. 欲赴公山佛肹之召, 殆天之所以責聖人者, 如斯之陳之蔡而遑遑, 可笑楚狂之何如. 有其德無其位, 雖一時生民之無祿, 刪詩書定禮樂, 實後世儒學之所托. 仰夫子於千秋, 山高高兮水深深, 想當時臨河之起歎, 尤有所慽慽於余心. 若簡子賢而有誠, 迎夫子於其地, 夫子果渡河, 臣事其能, 使簡子回至治. 簡子之爲政也非仁, 寧容夫子於終始. 殺一良輔而自智, 所謂地醜而德齊. 天不使大德而君之, 宜聖人之棲棲, 寄聖懷之無處, 托河水而興思, 以聖德不遇時如此. 嗟! 後來不知命者, 宜鑑于玆.