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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좋은 새는 멋대로 날지 않는다(好鳥不妄飛)
금성삼고(錦城三稿) / 소포유고 / 칠언장편(七言長篇)
좋은 새는 멋대로 날지 않는다
바람 불어 천길 높이 날아오른 봉황은 天風彩鳳上千仞
훨훨 나는 날개주 161)로 사람에 얽매이지 않네 飄飄六翮無人鞿
청전주 162)에서 내려온 맑고 깨끗한 외로운 학은 淸霜孤鶴下靑田
멀리 나는 날개로 위기를 뛰어넘네 迢迢逸翰超危機
좋은 새는 날고 멈추기를 선택할 줄 알아서 憑知好鳥擇飛止
영험한 마음으로 기미를 미리 알아 해를 멀리 하네 遠害靈心先炳幾
서식하여 어찌 백량대주 163) 연회 함께 하리 棲息寧同栢梁燕
높이 날아올라 풍성한 벼와 기장 돌아보네 高超肯顧稻粱肥
왕손의 담장 밖에 따르지 않나니 王孫墻外不相隨
도성 거리의 꽃나무에 어찌 날겠는가 紫陌芳樹何曾飛
일생을 푸른 산과 흰 구름 가에 살아가면서 生涯靑嶂白雲邊
날아가고 날아오며 의지할 바를 아네 飛去飛來知所依
산바람 계곡의 달과 좋은 이웃 되었으니 山風溪月好爲隣
몸을 돌려 세속을 향해 가지 않네 將身不向紅塵歸
길이 자유롭게 노닐리라 그윽히 맹세하니 幽盟長占自在遊
허공에 깃털은 찬란한 빛 자아내네 半空毛羽生光輝
조도주 164)에서 어찌 사람이 쏠까 걱정하리 鳥道何憂罹人射
불필요한 물건은 군왕의 위엄을 두려워하지 않네 長物不畏君王威
다시 생각건대 화를 피하는 것은 사람과주 165) 새가 같으니 翻思避禍人與鳥
모두 한결같은 이치로 서로 어긋남이 없네 全身一理無相違
그대는 보지 못했는가 君不見
진나라 법이 만들어지자 기러기 이미 날아오르고 秦法初成鴻已擧
상안주 166)의 풍광에 안개가 미세하게 날림을 商顔風日烟飛微
또 보지 못했는가 又不見
부춘산 가운데에서 봉황이 나오지 않고 富春山中鳳不出
동강 물가에서 양 갖옷주 167) 반쯤 걸쳤네 羊裘半脫桐江磯
아! 저들은 살길 찾아 먹이를 다투고 탐하다가 嗟彼謀生競貪餌
도리어 앞길이 그물로 에워싸임을 잊었네 却忘前程羅四圍
정신없이 마시고 쪼다가 피할 줄 모르고 紛紛飮啄不知避
그물에 떨어져 잡히지 않음은 예로부터 드물었네 罔墜網罟從來稀
팔뚝 위 매를 동문 어디에서 다시 얻겠는가 臂鷹東門寧復得
아! 화정의 외로운 학주 168)은 이미 글렀구나 孤鶴華亭嗟已非
감회가 일어나 읊조린 이가 있으니 그는 누군가 興懷有咏彼何人
만고토록 주옥같은 시문이주 169) 끊이지 않았네 萬古未免聯珠璣
내 이제 산림에서 좋은 새에 대해 배우고 我今山林學好鳥
시 한 수 읊조리며 사립문을 걸어 닫았네 題詩一嘯扃柴扉
- 주석 161)날개
- 원문의 '육핵(六翮)'은 튼튼한 날개를 가리킨다. 공중에 높이 나는 새는 여섯 개의 튼튼한 근육으로 이루어진 깃촉이 있다고 한다.
- 주석 162)청전
- 학이 나는 고장의 이름이다. 《초학기(初學記)》 제30권에, "수목계(洙沐溪)가 있는데, 청전(靑田)에서의 거리가 9리이다. 이 가운데 백학(白鶴) 한 쌍이 살면서 해마다 새끼를 낳는데, 새끼들은 다 자라면 모두 떠나가고 오직 어미 백학 한 쌍만 남아 있을 뿐이다. 그 색깔이 아주 희어서 사랑스러운 바, 이는 신선이 기르는 학이라고 한다." 하였다.
- 주석 163)백량대
- 한 무제(漢武帝)가 장안성(長安城)에 건립하여 연회를 베풀고 시를 읊는 장소로 쓰던 누대를 말한다. 높이가 20장(丈)이고 향백(香柏)으로 전각의 들보를 만들어 향기가 수십 리까지 퍼졌다 한다.
- 주석 164)조도
- 새만이 날아서 통과할 수 있는 좁고 험준한 산길을 이른다. 당나라 이백(李白)의 시 〈촉도난(蜀道難)〉에 "서쪽으론 태백산에 조도가 있으니, 아미산 꼭대기를 횡단할 수 있네.[西當太白有鳥道, 可以橫絶峨眉巔.]"라고 하였다. 《古文眞寶 前集 卷7 蜀道難》
- 주석 165)과
- 원문에는 '여(與)' 아래에 "아마도 여(如) 자의 오류인 듯하다.〔恐如字之誤〕"라는 소주가 붙어 있다.
- 주석 166)상안
- 진(秦)나라 말기에 어지러운 세상을 피하여, 동원공(東園公), 기리계(綺里季), 하황공(夏黃公), 녹리선생(甪里先生) 등 네 명의 은자가 은거하였던 산을 말하는데, 일반적으로 상산(商山)이라고 한다. 그리고 이들을 '상산사호(商山四皓)'라고 부른다. 《史記 卷55 留侯世家》
- 주석 167)부춘산(富春山) …… 갖옷
- 원문의 '양구(羊裘)'는 양피(羊皮)로 지은 갖옷을 말하는데, 후한 광무제(後漢光武帝)의 어릴 적 학우(學友)이기도 했던 은사(隱士) 엄광(嚴光)이 광무제가 등극한 이후로는 광무제의 간곡한 부름을 끝내 거절하고 부춘산(富春山)에 은거하면서 양구를 입고 동강(桐江)에서 낚시질을 하며 일생을 보냈던 데서 온 말이다. 여기서 봉황은 엄광을 가리킨다.
- 주석 168)화정(華亭)의 외로운 학
- 화정은 지금의 상해시(上海市) 송강현(松江縣) 서쪽에 있는데, 학의 산지로 유명하다. 진(晉)나라 육기(陸機)가 벼슬길에 들어서기 전에 동생 육운(陸雲)과 함께 이곳에서 10여 년을 살았는데, 나중에 참소를 받고 처형당하기 직전에 "화정의 학 울음소리를 듣고 싶다만 그 일이 또 어떻게 가능하겠는가.〔欲聞華亭鶴唳 可復得乎〕"라고 탄식했다는 고사가 전한다. 《世說新語 尤悔》
- 주석 169)주옥같은 시문을
- 원문에는 '聯珠璣(련주기)' 아래에 "아마도 오류인 글자가 있는 듯하다.〔恐有誤字〕"라는 소주가 붙어 있다.
好鳥不妄飛
天風彩鳳上千仞, 飄飄六翮無人鞿.
淸霜孤鶴下靑田, 迢迢逸翰超危機.
憑知好鳥擇飛止, 遠害靈心先炳幾.
棲息寧同栢梁燕, 高超肯顧稻粱肥.
王孫墻外不相隨, 紫陌芳樹何曾飛.
生涯靑嶂白雲邊, 飛去飛來知所依.
山風溪月好爲隣, 將身不向紅塵歸.
幽盟長占自在遊, 半空毛羽生光輝.
鳥道何憂罹人射, 長物不畏君王威.
翻思避禍人與鳥, 全身一理無相違.
君不見, 秦法初成鴻已擧, 商顔風日烟飛微.
又不見, 富春山中鳳不出, 羊裘半脫桐江磯.
嗟彼謀生競貪餌, 却忘前程羅四圍.
紛紛飮啄不知避, 罔墜網罟從來稀.
臂鷹東門寧復得, 孤鶴華亭嗟已非.
興懷有咏彼何人, 萬古未免聯珠璣.
我今山林學好鳥, 題詩一嘯扃柴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