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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망제가 춘심을 두견새에 의탁하다(望帝春心托杜鵑)

금성삼고(錦城三稿) / 소포유고 / 칠언장편(七言長篇)

자료ID HIKS_OB_F9008-01-240502.0002.0008.TXT.0003
망제가 춘심을 두견새에 의탁하다주 149)
가을 깊은 화표주 150)에 학이 슬피 조문하고 秋深華表鶴悲弔
세밑에 남쪽 변방 원숭이가 구슬피 우네 歲暮南塞猿哀吟
사물의 본성에 유래가 있음을 알고 나니 憑知物性有自來
봄 숲에서 우는 두견새가 더욱 가엽구나 更憐杜宇鳴春林
어느 해에 망제는 나라 떠나 시름겨웠나 何年望帝去國愁
가만히 불어오는 동풍에 마음이 한량없네 暗入東風無限心
잠총은 몇 해 동안 진나라와 왕래하지 않았으나주 151) 蠶叢幾歲隔秦煙
갑자기 시체가 있다는 보고에 강가로 왔네 有屍忽報來江潯
천인이 따르고 복종함에 어찌 까닭이 없겠는가 天人歸命豈無以
선위를 받는 날 임금으로 통치함을 사양했네 禪受此日辭君臨
금구주 152)가 이미 별령주 153)의 손에 떨어졌으니 金甌已落鼈靈手
고국의 풍광에 슬픔을 금할 수가 없었네 故國風日悲難禁
호화롭지만 적막한 초나라 구름 텅 비었으나 豪華寂寞楚雲空
옛날에 놀던 어느 곳이든 봄빛은 깊어가네 舊遊何處春光深
처량하게도 다시 대궐154)154) 대궐 : 원문의 '풍신(楓宸)'은 제왕의 궁전을 말한다. '신(宸)'은 북신(北辰)이 있는 곳으로 임금의 궁궐을 뜻하는데, 한(漢)나라 때 그곳에 단풍나무를 많이 심었기 때문에 나온 말이다.
을 다스리지 못하여 凄凉無復御楓宸
지난 일들 연기 따라 잠기니 가련하구나 可憐往事隨烟沈
문득 불여귀거라는 소리가 한스러워 翻將不如歸去恨
강남의 새에게 아득히 주었네 悠悠付與江南禽
강남의 태양이 무성한 숲속으로 떨어지는데 江南日落樹依依
봄빛은 침침한 연기 속에 일렁이네 韶光蕩漾烟陰陰
화려한 옛 습관이 완전히 사라지지 않아서 繁華舊習未全除
밤마다 꽃 사이에서 길게 읊조리네 夜夜長占花間音
나그네 넋 쓸쓸하나 돌아갈 기약도 없는데 羈魂零落去無期
고향의 연기와 나무가 텅 비어 서늘하네 故山煙樹空森森
용루주 155)와 봉궐주 156) 촉 땅 서쪽에 있으니 龍樓鳳闕蜀天西
떨어진 꽃과 향초를 무슨 수로 찾겠는가 落花芳草何由尋
봄이 오고 가는 것은 해마다 반복하는데 春來春去年復年
부질없이 세월 빨리 흘러감에 놀라네 最驚歲月空駸駸
배꽃에 내리던 비는 밤 깊은 뒤 그쳐 梨花雨歇夜深後
주 157)은 엄습해오는 구름을 허락지 않네 銀蟾不許雲侵侵
다정해라 마음껏 울어 그치지 않으니 多情一任啼不歇
소리마다 푸른 산봉우리 찢으려 하네 聲聲欲裂蒼山岑
삼파협에 노두주 158)의 마음이 더해지니 三巴添却老杜心
곳곳마다 시름겨운 사람 마음 젖시네 到處沾盡愁人襟
울 때 그저 이전의 원통함을 하소연하니 啼時只管訴前寃
애원함이 옹문자주의 금곡주 159)과 같구나 哀怨不啻雍門琴
산속의 오늘 밤 나그네 회포 외로운데 山中今夜客懷孤
듣고 나니 나도 몰래 수심 견딜 수 없네 聞爾不覺愁難任
누가 슬픈 소리를 청상주 160)에 들였나 誰將哀響入淸商
남은 한이 이어져 지금까지 전승하네 遺恨綿綿傳至今
주석 149)망제는 …… 의탁하다
망제는 전국 시대 말엽의 촉(蜀)나라 왕 두우(杜宇)로, 억울하게 왕위를 선양한 뒤에 서산(西山)에 들어가 은거하다가 죽었는데, 그의 원통한 넋이 두견새가 되어 돌아와 봄이면 밤낮으로 애절하게 피를 토하며 운다는 전설이 있다. 당 나라 시인 이상은(李商隱)의 〈금슬(錦瑟)〉에 "금슬은 뜬금없이 오십 줄, 줄 하나 기러기발 하나에 꽃다운 시절 그리워하네. 장생은 꿈에서 깨어나 나비인가 어지러웠고, 망제는 춘심을 두견새에 의탁했지. 푸른 바다 달 밝은데 진주는 눈물 흘리고, 남전 따스한 햇살에 옥에선 연기 피어나네. 이 사랑 추억이 될 수 있겠으나, 그때 되면 이미 모든 것이 아득할 것.〔錦瑟無端五十弦 一弦一柱思華年 莊生曉夢迷蝴蝶 望帝春心托杜鵑 海月明珠有淚 藍田日暖玉生烟 此情可待成追憶 只是當時已惘然〕"라고 했다.
주석 150)화표
화표주(華表柱)로 궁전이나 능묘 등 대형 건축물 앞에 장식용으로 세우는 돌기둥을 말한다. 과거 요동 사람으로 신선이 된 정영위(丁令威)가 학이 되어 천 년 만에 고향에 돌아와 화표주 위에 내려앉았더니, 한 소년이 활을 쏘려고 하자 허공으로 날아올라 배회하면서 "새여 새여 정영위로다, 집 떠난 지 천 년 만에 이제 처음 돌아왔네. 성곽은 의구한데 사람은 바뀌었나니, 신선술 왜 아니 배워 무덤만이 즐비한고?[有鳥有鳥丁令威, 去家千年今始歸. 城郭如故人民非, 何不學仙冢纍纍.]"라고 탄식한 전설이 《수신후기(搜神後記)》에 전한다.
주석 151)잠총은 …… 않았으나
잠총(蠶叢)은 옛날 촉(蜀)나라의 선왕(先王)이다. 양웅(揚雄)의 《촉국본기(蜀國本紀)》에 의하면, 촉국에는 어부(魚鳧), 잠총 등 수많은 선왕이 있었다고 하였고, 이백(李白)의 〈촉도난(蜀道難)〉에 "잠총과 어부 등이 개국한 지가 어이 그리 아득한고. 오늘날까지 사만팔천 년을, 진나라 변새와도 서로 왕래하지 않았네.〔蠶叢及魚鳧 開國何茫然 爾來四萬八千歲 不與秦塞通人煙〕"라고 하였다. 《李太白集 卷3》
주석 152)금구
금으로 만든 사발로 흠이 없고 견고하다 하여 강토(疆土)를 비유한다. 양 무제(梁武帝)가 "나의 국토는 오히려 금구와 같아 하나의 상처도 흠도 없다."라고 한 데서 유래하였다. 《梁書 卷38 朱異列傳》
주석 153)별령
옛날 촉나라 망제는 별령이란 초나라 귀신에 현혹되어 왕위를 잃고 객지를 떠돌며 돌아가지 못하였는데, 죽어서 두견새가 되어 매년 봄바람이 불고 가을 달이 뜨면 '귀촉도 불여귀(歸蜀道不
주석 0)
如歸)'라고 울면서 끝내 피를 토하였다고 한다.
주석 155)용루
왕세자의 거처 및 왕세자를 가리키는 말로 조정을 의미한다. 중국 한(漢)나라 때 〈성제기(成帝紀)〉에서 나온 말로, 성제(成帝)가 태자로 있을 때 계궁(桂宮)에 거처하였는데 임금이 태자를 불러 용루문(龍樓門)으로 나오게 하였다는 데서 비롯하였다.
주석 156)봉궐
한 무제(漢武帝)가 세운 궁궐의 이름인데, 구리로 만든 봉황이 있었다는 데에서 유래하였다. 이후 궁궐을 지칭하는 말로 쓰였다.
주석 157)
원문의 '은섬(銀蟾)'은 달을 말한다. 달에 토끼와 두꺼비가 산다는 전설이 있어 옥토(玉兔), 은섬이 달의 이칭이 되었다.
주석 158)노두
두보(杜甫)를 가리킨다. 같은 두씨(杜氏)로 유명한 두목지(杜牧之)가 있기 때문에 두보는 노두, 두목지는 소두(少杜)라 하였다.
주석 159)옹문자주의 금곡
옹문자주는 본디 금곡(琴曲)에 뛰어나서 거문고 연주로 사람을 울리기도 하고 웃기기도 했는데, 그가 일찍이 맹상군 앞에서 인생의 부귀영화가 덧없음을 소재로 하여 거문고를 한 곡조 타니, 맹상군이 슬퍼서 눈물을 줄줄 흘렸다는 고사가 전한다. 《설원(說苑)》 선설(善說)
주석 160)청상
악부(樂府)의 가곡(歌曲) 이름으로, 가을에 속하는 상성(商聲)의 맑고도 슬픈 노래를 말한다.
望帝春心托杜鵑
秋深華表鶴悲弔, 歲暮南塞猿哀吟.
憑知物性有自來, 更憐杜宇鳴春林.
何年望帝去國愁, 暗入東風無限心.
蠶叢幾歲隔秦煙, 有屍忽報來江潯.
天人歸命豈無以, 禪受此日辭君臨.
金甌已落鼈靈手, 故國風日悲難禁.
豪華寂寞楚雲空, 舊遊何處春光深.
凄凉無復御楓宸, 可憐往事隨烟沈.
翻將不如歸去恨, 悠悠付與江南禽.
江南日落樹依依, 韶光蕩漾烟陰陰.
繁華舊習未全除, 夜夜長占花間音.
羈魂零落去無期, 故山煙樹空森森.
龍樓鳳闕蜀天西, 落花芳草何由尋.
春來春去年復年, 最驚歲月空駸駸.
梨花雨歇夜深後, 銀蟾不許雲侵侵.
多情一任啼不歇, 聲聲欲裂蒼山岑.
三巴添却老杜心, 到處沾盡愁人襟.
啼時只管訴前寃, 哀怨不啻雍門琴.
山中今夜客懷孤, 聞爾不覺愁難任.
誰將哀響入淸商, 遺恨綿綿傳至今.