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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 년의 피리 소리 속에 관산의 달(三年笛裡關山月)
금성삼고(錦城三稿) / 소포유고 / 칠언장편(七言長篇)
삼 년의 피리 소리 속에 관산의 달주 142)
옥관의 바람 쌀쌀하니 기러기 울음 구슬프고 玉關風凄雁聲酸
수척한 말은 밤에 장성의 굴에서 물을 마시네 瘦馬夜飮長城窟
서리 맞은 백초주 143)가 날리고 갑옷은 차가운데 霜翻白草鐵衣寒
일천 리 밖에서 삼 년의 세월을 보냈네 一千里外三年卒
처량한 피리 소리에 달은 또한 어떠하였는가 凄凉笛裡月又何
이 한 밤 출정나간 사람은 머리가 다 세었네 一夜白盡征人髮
마음 아프게 하는 빛 창자 끊어질 듯한 소리 傷心之色斷腸聲
서풍에 분부하지만 한이 그치지 않네 分付西風恨未歇
임금의 수레 닿는 곳마다 〈식미〉를 읊조리고 龍輿何處賦式微
계문주 144)은 피비린내 옛 대궐마저 혼란하였네 薊門腥塵迷舊闕
멀리 고향을 가리키니 눈가에 눈물이 나오고 家山遙指淚眼邊
일만 리 변방의 구름 꿈처럼 아득하네 萬里關雲夢怳惚
남쪽 동산 풀은 푸른데 서산에 눈이 내리고 南園綠草西山雪
푸른 바다 아득한데 물고기는 소식주 145)이 없네 碧海茫茫魚信沒
서릿달 비추는 곳곳마다 옷 다듬이질 하지만 擣衣幾處杵霜月
규방의 여인들 꿈에 백골을 보네 半是香閨夢白骨
누런 모래 쌓인 속에 화살이 눈앞에 가득한데 黃沙磧裡箭滿眼
머리 세게 한 세월 치달려 돌격하듯 따라 붙네 鬂上光陰付馳突
천산에 일찍 활 걸었다는주 146) 소식 아직 못 들었으니 天山未聞早掛弓
언제나 오랑캐주 147)를 평정하고 개선가 부를까 凱歌何時定胡羯
아득히 먼 곳에서 삼 년 동안 눈물 뿌렸지만 天涯洒盡三載淚
피리 소리에 달 비칠 때 가장 마음이 아팠네 最是傷心笛裡月
소리마다 슬픔이 뒤섞여 농수주 148)에 목이 메고 聲聲悲雜隴水咽
변방의 구름 구슬프니 넋이 끊어지네 塞雲凄迷魂斷絶
바람 맞으며 고향 돌아가고픈 시문 읊고 나니 臨風咏罷思歸篇
외로운 새 지나가는 곳에 변방의 산 우뚝하네 獨鳥去邊陰山兀
- 주석 142)삼 년의 …… 달
- 당나라 시인 두보(杜甫)의 〈세병마행(洗兵馬行)〉이란 시에 "삼 년 동안 강적(羌笛) 소리에 관산의 달 보았고, 만국의 군대 앞에 초목이 바람에 흔들리네.[三年笛裏關山月, 萬國兵前草木風.]"라는 구절이 보인다. '관산의 달[關山月]'은 한나라 때 악부(樂府)의 곡명이다. 이별의 아픔을 노래한 악부시이다. 문인들이 이 제목의 악부시를 지어 병사가 오랫동안 수자리를 나가 고향에 돌아가지 못하여 가족과 떨어져 있는 이별의 아픔을 노래하였다.
- 주석 143)백초
- 목초(牧草)의 일종으로, 건조할 때 흰색이 되어 붙여진 이름이라 한다. 주로 황사(黃沙)와 함께 변경 지역의 황량한 풍경을 말할 때 쓰인다.
- 주석 144)계문
- 북경의 덕승문(德勝門) 밖의 지역으로, 요동과 함께 우리나라로 통하는 관문이다.
- 주석 145)물고기는 소식
- 소식을 전해 주는 편지를 뜻한다. 고악부(古樂府)에 "손님이 먼 지방으로부터 와서 나에게 한 쌍의 잉어를 주었네. 아이를 불러 잉어를 삶게 하니, 뱃속에 한 자의 흰 비단 편지 있었네.[客從遠方來, 遺我雙鯉魚. 呼童烹鯉魚, 中有尺素書.]"라고 하였다. 《古文眞寶前集 卷3 樂府上》
- 주석 146)천산에 …… 걸었다는
- 오랑캐를 평정한다는 뜻이다. 두보의 〈개부 가서한에게 드리는 시〔投贈哥舒開府翰〕〉에 "청해엔 화살을 전함이 없고, 천산엔 일찍 활을 걸어 놓았네.〔靑海無傳箭 天山早掛弓.〕"라고 하였다.
- 주석 147)오랑캐
- 흉노의 별종인 오호(五胡) 중 갈족(羯族)을 일컫는 말인데, 보통 북쪽 오랑캐란 말로 쓰인다. 호락(胡狢)ㆍ호로(胡虜)ㆍ호맥(胡貊)ㆍ호학(胡貉)이라고도 한다.
- 주석 148)농수
- 섬서성의 농현(隴縣) 서북쪽에 있는 농산(隴山)에서 발원하는 강인데, 이 지역은 중국 서쪽 변경의 요해처이므로 흔히 변경 지방에 있는 강을 뜻하는 말로 쓰인다.
三年笛裡關山月
玉關風凄雁聲酸, 瘦馬夜飮長城窟.
霜翻白草鐵衣寒, 一千里外三年卒.
凄凉笛裡月又何, 一夜白盡征人髮.
傷心之色斷腸聲, 分付西風恨未歇.
龍輿何處賦式微, 薊門腥塵迷舊闕.
家山遙指淚眼邊, 萬里關雲夢怳惚.
南園綠草西山雪, 碧海茫茫魚信沒.
擣衣幾處杵霜月, 半是香閨夢白骨.
黃沙磧裡箭滿眼, 鬂上光陰付馳突.
天山未聞早掛弓, 凱歌何時定胡羯.
天涯洒盡三載淚, 最是傷心笛裡月.
聲聲悲雜隴水咽, 塞雲凄迷魂斷絶.
臨風咏罷思歸篇, 獨鳥去邊陰山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