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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장수가 공을 이루면 일만 해골이 썩나니 【만력 1579년 진사 합격.】(一將功成萬骨枯 【萬曆己卯進士入格】)
금성삼고(錦城三稿) / 소포유고 / 칠언장편(七言長篇)
한 장수가 공을 이루면 일만 해골이 썩나니주 124) 【만력 1579년 진사 합격.】
나는 삼대주 125)가 돌아올 수 없다고 생각하고 我思三代不能回
역사서주 126)를 보다가 장탄식을 하였네 目擊靑史興長吁
주나라 진나라 이후 수천 년 동안 周秦以後數千載
어지러운 전쟁이 어느 때든 없었겠는가 紛紛戰爭何時無
예로부터 명장들은 제마다 공을 세웠으나 古來名將各立功
어찌하여 일만 해골을 썩게 하였나 幾敎萬骨翻成枯
적개심으로 처음에는 성 밖에서 명을 받고 敵愾初承閫外命
칼을 뽑고 단에 오르면 마음이 거칠어졌네 扙劍登壇心膽麤
만 리의 요망한 기운 재빨리 쓸어버리고 萬里妖氛擬迅掃
하늘의 기둥을 내가 지탱하리라 여겼네 自謂天柱吾當扶
웅대함과 지략을 다투는 기각의 형세주 127)로 爭雄鬪智勢猗角
양 보루를 비바람처럼 몰아쳐 삼군이 외치네 兩壘風雨三軍呼
우레 같고 번개 같으며 호령조차 엄하지만 雷騰電過號令嚴
칼 끝에 뿌린 피는 모두 무고한 자의 것 劍頭洒血皆無辜
그런 뒤에 장군은 큰 공훈을 세우고 然後將軍樹大勳
각자의 이름이 운대도주 128)에 들어가네 姓名各入雲臺圖
공을 탐하려고 옥문관주 129)을 다투어 나아가 貪功爭出玉門關
어느새 수고롭게 이오주 130)에 이르렀네 勞勞不覺窮伊吾
청해성주 131)에 백골이 높이 쌓여 靑海城頭白骨高
반초주 132)의 명성에 흉노가 놀랐네 班超聲價驚匈奴
삼변주 133)의 백발 이 비장주 134)은 三邊白首李飛將
한때의 공업이 오랑캐를 감당하였네 一時功業堪葫蘆
장평에서 사십만 군사를 한 구덩이 몰살했으니주 135) 長平一坑四十萬
백기는 진정한 장부 되기 어렵네 白起難爲眞丈夫
강동의 붉은 수염 손권 말할 것 없으니 莫道江東孫紫髥
하물며 업하의 누런 수염 조조를 꼽으랴주 136) 況數鄴下曹黃鬚
공명이 새겨진 이정주 137)이 어찌 귀할까 銘功彛鼎何足貴
백 번의 전쟁 겪고 몸은 썩어가리주 138) 百戰之餘身亦枯
세상에 싸우지 않고 이기는 장수 없으니 不戰而勝世無將
가련하구나! 어리석은 우리 백성 어육주 139)이 되었네 可憐魚肉吾民愚
지금도 전장에 비바람 부는 저녁이면 至今沙場風雨夕
흐느끼는 귀신 통곡 소리 하늘까지 닿네 啾啾鬼哭于雲衢
다소간의 공을 이룬 장수들에게 말하노니 爲語多少成功將
이 말을 들으면 어찌 슬프지 않겠는가 聽此寧不悲來乎
원컨대 우리 임금께서 간우를 쥐고 춤추시면 願言吾王舞干羽
유묘가 귀순하듯주 140) 대궐주 141)로 달려오기를 一格有苗彤墀趨
장군과 사졸에게 기이한 공을 요구하지 말고 休令將士責奇功
동포들의 몸을 온전하게 하기를 要使同胞全其軀
- 주석 124)한 장수가 …… 썩나니
- 당나라 조송(曹松)의 〈기해세(己亥歲)〉 시에 "그대여 봉작의 일에 대해 말하지 말라, 한 장수가 공 이루면 만 해골이 썩나니.〔憑君莫話封侯事, 一將功成萬骨枯.〕"라고 하였다. 이는 전쟁을 벌여 한 장수가 큰 공훈을 세우는 데는 엄청나게 많은 병졸들의 희생이 따른다는 뜻으로, 싸우다 죽은 병졸들의 뼈가 묻히지도 못한 채 전쟁터에서 말라 뒹군다는 것이다.
- 주석 125)삼대
- 하(夏)ㆍ은(殷)ㆍ주(周)나라를 말한다. 이 시대를 이상적인 태평성대로 여겼다.
- 주석 126)역사서
- 원문의 '청사(靑史)'는 역사상의 기록으로, 종이가 없을 때 푸른 대껍질에 사실(史實)을 기록하던 데서 유래한다.
- 주석 127)기각의 형세
- 원문은 '의각(猗角)'인데, 《춘추좌씨전(春秋左氏傳)》에 근거하여 '기각(掎角)'으로 바로잡아 번역하였다. 기각은 의각(犄角)이라고도 쓴다. 사슴을 잡을 때에 뒤에서는 다리를 잡고 앞에서는 뿔을 잡는 것으로, 인신(引伸)하여 군사를 양편으로 나누어 적을 협공하거나 앞뒤에서 견제하는 형세를 이른다. 《춘추좌씨전》 양공(襄公) 14년 조에 "비유하면 사슴을 잡을 적에 진나라 사람들은 뿔을 잡고 여러 융족들은 다리를 잡는 것과 같다.[譬如捕鹿 晉人角之 諸戎掎之]"라고 한 데서 유래하였다.
- 주석 128)운대도
- 운대는 후한(後漢) 명제(明帝) 때 등우(鄧禹) 등 전대(前代)의 명장 28인의 초상화를 그려서 걸어 놓고 추모한 공신각(功臣閣)의 이름으로 그에 대한 그림을 운대도라 한다.
- 주석 129)옥문관
- 중국과 서역(西域)의 경계에 있는 관문이다. 서역에서 옥석(玉石)을 실어 들일 때 이 관문을 지났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 주석 130)이오
- 이오로(伊吾盧)로, 신강성(新疆省) 합밀(哈密) 근처에 있으니, 주로 변방 지역을 뜻한다. 후한(後漢)의 장궁(臧宮)과 마무(馬武)가 서역이 쇠약해진 틈을 타서 공격하기를 청하면서 "칼을 울리고 손뼉을 치며 이오의 북쪽에서 뜻을 펼칠 수 있을 것입니다." 하였다. 《後漢書 卷48 臧宮列傳》
- 주석 131)청해성
- 유담(柳談)의 〈양주곡(涼州曲)〉에 "청해성 하늘에는 달이 있으나 황사가 쌓인 곳엔 봄이 없구나.〔靑海城頭空有月 黄沙磧裏本無春〕"라고 하였는데, 그 주에 "청해성은 감주(甘州) 장액하(張掖河)에서 남쪽 청해(靑海)까지 이른다."라고 하였다. 《唐音 卷10》
- 주석 132)반초
- 후한(後漢) 때의 무장으로, 흉노의 지배하에 있던 50여 나라를 한(漢)나라에 복종시켰고 중국과 서역(西域) 간의 경제와 문화 교류를 촉진시키는데 지대한 공헌을 하였다.
- 주석 133)삼변
- 한나라 때의 흉노, 조선(朝鮮), 남월(南越)을 말하는데, 흔히 변경 지역을 뜻하는 말로 쓰인다.
- 주석 134)이 비장
- 한나라 때의 장수 이광(李廣)을 말한다. 《사기(史記)》 〈이장군열전(李將軍列傳)〉에 "이광이 우북평에 있을 때 흉노가 그것을 듣고, '한나라의 비장군(飛將軍)'이라 부르며 수년 동안 그를 피하여 감히 우북평에 들어가지 못했다.[廣居右北平,匈奴聞之,號曰漢之飛將軍,避之數歲,不敢入右北平.]"라고 되어 있다.
- 주석 135)장평에서 …… 몰살했으니
- 장평은 전국 시대 조(趙)나라 군사 40만이 진나라 장수 백기(白起)에게 몰살당한 곳이다. 진나라 백기가 조나라를 공격하자 조나라에서는 처음에 명장 염파(廉頗)가 장수로 나와 진나라를 상대로 승리할 수가 있었다. 그러나 진나라의 반간계(反間計)에 속은 조왕(趙王)이 염파를 쫓아내고 싸움에 서투른 조괄(趙括)을 장수로 삼음에 따라, 백기가 이를 이용하여 조나라 군대를 대파하고 조나라의 투항한 40만 군사를 구덩이에 묻어 죽였다. 《史記 卷81 廉頗藺相如列傳》
- 주석 136)하물며 … 꼽으랴
- 《왕유집(王維集)》 〈노장행(老將行)〉 "업하의 황수아를 꼽을 것 있겠는가.〔肯數鄴下黃鬚兒〕"에서 따온 말이다. 업하는 조조가 도읍한 업(鄴) 지역을 가리킨다.
- 주석 137)이정
- 종묘(宗廟) 제사에 쓰는 제기(祭器)로 이(彝)는 술항아리이고 정(鼎)은 솥이다. 옛날에는 큰 공을 세우면 그 일을 제기에 새겨 오래도록 전하게 하였다.
- 주석 138)썩어가리
- 원문의 '고(枯)' 아래에 "거듭 '고(枯)'의 오류가 의심스럽다. 혹은 '통(痛)'이 될 수 있다.〔疊枯誤疑. 或爲痛字.〕"라는 소주가 붙어 있다.
- 주석 139)어육
- 물고기와 육고기를 통칭한 말인데, 사람들을 잔인하게 짓밟아 해치는 것을 비유하는 말로도 쓰인다. 여기서는 후자의 의미로 쓰였다. 《후한서(後漢書)》 〈중장통전(仲長統傳)〉에 "백성들을 어육으로 만들어 그 욕심을 채웠다.[魚肉百姓, 以盈其欲.]"라는 구절이 보인다.
- 주석 140)간우를 …… 귀순하듯
- 간우는 방패를 쥐고 추는 간무(干舞)와 새 깃을 쥐고 추는 우무(羽舞)를 함께 칭하는 말로, 성군의 덕화(德化)를 비유한다. 《서경》 〈대우모(大禹謨)〉에 "순 임금이 문덕을 크게 펴면서, 방패와 새 깃을 들고 두 섬돌 사이에서 춤을 추니, 그로부터 70일 만에 유묘족이 귀순하였다.〔帝乃誕敷文德 舞干羽于兩階 七旬有苗格〕"라고 한 데서 나온 말이다.
- 주석 141)대궐
- 원문의 '동지(彤墀)'는 붉게 꾸민 천자의 뜰로, 전하여 조정을 가리킨다.
一將功成萬骨枯 【萬曆己卯進士入格】
我思三代不能回, 目擊靑史興長吁.
周秦以後數千載, 紛紛戰爭何時無.
古來名將各立功, 幾敎萬骨翻成枯.
敵愾初承閫外命, 扙劍登壇心膽麤.
萬里妖氛擬迅掃, 自謂天柱吾當扶.
爭雄鬪智勢猗角, 兩壘風雨三軍呼.
雷騰電過號令嚴, 劍頭洒血皆無辜.
然後將軍樹大勳, 姓名各入雲臺圖.
貪功爭出玉門關, 勞勞不覺窮伊吾.
靑海城頭白骨高, 班超聲價驚匈奴.
三邊白首李飛將, 一時功業堪葫蘆.
長平一坑四十萬, 白起難爲眞丈夫.
莫道江東孫紫髥, 況數鄴下曹黃鬚.
銘功彛鼎何足貴, 百戰之餘身亦枯.
不戰而勝世無將, 可憐魚肉吾民愚.
至今沙場風雨夕, 啾啾鬼哭于雲衢.
爲語多少成功將, 聽此寧不悲來乎.
願言吾王舞干羽, 一格有苗彤墀趨.
休令將士責奇功, 要使同胞全其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