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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행록(西行錄)
  • 1839년(기해), 영행일기
  • 3월(三月)
  • 15일(十五日)

서행록(西行錄) / 1839년(기해), 영행일기 / 3월(三月)

자료ID HIKS_OB_F9008-01-202010.0016.0001.TXT.0004
15일
○일찍 출발하여 수달치(水㺚峙)주 3)를 넘어 돈탁(敦托)주 4) 나루를 건너 영남 하동(河東)선교(船橋) 저자 주변에 이르러 아침을 먹었다. 아침 전에 30리를 갔다. 저자 안을 두루 둘러보았는데 곳곳에서 마주친 사람이 모두 생소하였고, 사방을 둘러보아도 한 사람도 아는 사람이 없었다. 그런데 마침 마륜(馬輪)의 일가 곡성(谷城)을 만났다. 전혀 생각지 못하게 이 일가를 만나 한없이 기뻤다. 그래서 절구 1수를 다음과 같이 읊었다.

타향 사람이 무수히 많은 속에서(他鄕人海裏)
갑자기 우리 종친을 만났다네(忽逢我宗親)
처음 만났을 때 마음이 절로 기뻤는데(逢初心自喜)
이별한 뒤 마음은 오히려 새롭구나(別後意猶新)

그길로 작별하여 하동 진암(陣巖)주 5)의 성 부자(成富者) 우열(偶烈) 집에 이르렀다. 우열은 마침 병이 나서 만나지 못하고 다만 그 아들 필우(弼宇)를 만났다. 거기서 요기를 하였다. 주인이 객을 대접하는 것이 아주 소홀하였다. 출발하여 세곡(細谷)주 6)의 김 부자(金富者) 종이(宗頤) 집에 이르렀다. 김종이흥양점암(占岩)에서 이 읍으로 이거하였는데 학윤(學允)의 고모부이다. 본래 동향 사람인 데다 또 외가(外家)의 정의(情誼) 때문에 노소와 내외가 그지없이 환대하며 대접해 주어 아주 고마웠다. 아침을 먹은 뒤에 10리를 가서 유숙하였다.
주석 3)수달치(水㺚峙)
광양 옥곡면에서 진상면으로 넘어가는 고개이다. 현재 광양에서 하동으로 가는 지방도가 있다.
주석 4)돈탁(敦托)
전라남도 광양시 진월면 오사리 돈탁 마을이다.
주석 5)진암(陣巖)
경상남도 하동군 양보면 운암리 진암 마을이다.
주석 6)세곡(細谷)
경상남도 하동군 양보면 박달리 세곡 마을이다.
十五日
○早發, 越주 1)㺚峙, 越敦托津, 抵嶺南河東船橋市邊朝飯。 朝前行三十里。 周觀市中, 處處逢人, 皆生面目, 四顧無一人知者矣。 適逢馬輪谷城宗人。 千萬意外逢此宗人, 其喜可斗。 因吟一絶曰: "他鄕人海裏, 忽逢我宗親。 逢初心自喜, 別後意猶新。" 仍爲作別, 抵河東陣巖富者偶烈家。 偶烈則適病不見, 只見其子弼宇。 仍爲療飢。 主人對客之, 甚爲疏忽。 移發, 抵細谷富者宗頤家。 金卽興陽占岩移居于此邑, 而爲學允之姑母夫也。 本是同鄕之人, 又爲外家之誼, 老少內外, 歡接不已, 可感可感。 朝飯後, 行十里, 仍留宿。
주석 1)
저본에는 '小'로 되어있으나 광양 지역의 지명 용례에 의거하여 '水'로 수정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