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역/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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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행록(西行錄)
  • 1828년(무자)
  • 4월(戊子)
  • 12일(十二日)

서행록(西行錄) / 1828년(무자) / 4월(戊子)

자료ID HIKS_OB_F9008-01-202010.0013.0001.TXT.0010
12일
○일찍 출발하여 고개 아래에 이르러 아침을 먹었다. 전석치(磚石峙)를 넘어 절구 한 수를 읊었다.

푸른 벼랑의 흰 바위 가장 높은 봉우리에(蒼崖白石最高峯)
그대에게 묻노니 어떤 승려가 소나무를 심었는가(問爾何僧手植松)
방성의 웅장한 형세를 굽어보니(俯瞰方城雄壯勢)
범이 꿇어앉은 듯 용이 웅크린 듯하여라(況如蹲虎又盤龍)

율지(聿之)가 다음과 같이 차운하였다.

전석치 봉우리 백보 오르고 또 오르니(百步登登磚石峯)
보이는 건 면면이 이어지는 높고 낮은 소나무뿐(但看面面高低松)
그대에게 청하노니 고향으로 돌아가는 꿈일랑 꾸지 말게(請君莫作還鄕夢)
마음속에 경영한 구상대로주 5) 계룡으로 향하세나(意匠經營向鷄龍)

여옥(汝玉)이 다음과 같이 차운하였다.

아침햇살 속에 천천히 걸어 저 언덕에 오르니(倦步朝陽陟彼岸)
우뚝 솟은 오래된 바위 길고 짧은 소나무 있네(崢巆老石短長松)
살펴보니 곤륜산 줄기임을 알겠거니(看來認是崐崘脈)
굽이굽이마다 산의 정령 용호를 달리게 하네(屈曲精神走虎龍)

자윤(子允)이 다음과 같이 차운하였다.

힘겹게 지팡이 잡고 저 언덕에 오르니(强把鳩笻登彼岸)
푸른 회화나무 그늘 가에 소나무도 푸르러라(綠槐陰畔又靑松)
풍광은 길가는 사람 발길을 멈추게 하니(風光能使行人住)
앉아서 뭇 산에 웅크린 용들을 바라보노라(坐見群山某某龍)

오수(獒樹)에 이르러 요기하고 각각 길을 나섰다. 나는 국평(菊坪) 송기렴(宋基濂)의 집에 들어갔으나, 하서가 출타 중이어서 만나지 못하고, 그 아들 송전(宋椣)만 만나보고 출발하였다. 야당(野塘)송필동(宋必東) 집에 들어가서 그 외아들 상(喪) 당한 것을 조문하였다. 또 송계천(宋啓天)을 조문한 다음 마을 앞 정자(亭子) 아래로 내려오니 하서가 마침 와서 이야기를 나누었다. 주인이 한사코 만류하였기 때문에 그대로 머무르기로 하고, 주막(酒幕)으로 나와서 주점(酒店)에 두 벗을 머물게 한 다음, 율지야당으로 들어가 송연영(宋連英)의 집에 머물렀다. 오늘 밤은 선고(先考)의 기일(忌日)이다. 지난해에는 서울에 올라가 있었기 때문에 기일에 제사를 지내지 못했었는데, 올해도 이와 같은 상황이니 슬픈 마음 이루 말할 수가 없었다.
주석 5)마음속에 경영한 구상대로
원문의 '의장(意匠)'은 고안(考案)을 실제로 응용하는 일을 말한다. 두보(杜甫)의 시에 "경영하는 가운데 의장이 참담하다.[意匠慘淡經營中]"라고 하였다.
十二日
○早發抵嶺下店朝飯, 越磚石峙, 吟一絶曰: "蒼崖白石最高峯, 問爾何僧手植松。 俯暇方城雄壯勢, 況如蹲虎又盤龍。" 聿之次曰: "百步登登磚石峯, 伹看面面高低松。 請君莫作還鄕夢, 意匠經營向鷄龍。" 汝玉次曰: "倦步朝陽陟彼岸, 崢巆老石短長松。 看來認是崐崘脈, 屈曲精神走虎龍。" 子允次曰: "强把鳩笻登彼岸, 綠槐陰畔又靑松。 風光能使行人住, 坐見群山某某龍。" 抵獒樹療飢, 各爲登程。 余則入菊坪 宋基濂家, 則夏瑞出他不見, 只見其子而發。 入野塘 宋必東家, 吊遭其獨子喪。 又吊宋啓天, 下來村前亭下, 則夏瑞適來, 仍與相話。 以主人之堅挽, 仍留爲計之, 出來酒幕, 留兩友於酒店, 與聿之入野塘, 留宋連英家。 今夜則先考忌日也, 而前年以行之致, 不得將事於忌日, 今年又如此, 心懷之愴然, 不可言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