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역/표점
  • 국역/표점
  • 국역
  • 서행록(西行錄)
  • 1823년(계미)
  • 10월(十月)
  • 1일(初吉)

서행록(西行錄) / 1823년(계미) / 10월(十月)

자료ID HIKS_OB_F9008-01-202010.0011.0005.TXT.0001
1일
아침을 먹은 뒤에 길을 나서 말치를 넘어 평당(平塘)의 종인(宗人)인 송계천(宋啓天)의 집에 이르러 점심을 먹었다. 여기에 들어오게 된 것은 이곳의 종인(宗人)인 필동(弼東)씨 형제가 서울에서 내려와 오촌(鰲村)으로 들어왔다고 하므로 장석(丈席)의 소식을 알아보고자 한 것이다. 아직 내려오지 않았기에 오후에 곧바로 출발하여 사동점(蛇洞店)에 이르러 묵었다. 60리를 갔다. 밤중에 방구들이 얼음장 같아 잠을 잘 수가 없어서 몹시 화가 났다. 새벽에 절구 한 수를 읊었다.

먼동이 트자 닭이 막 울어대고(曉色鷄初唱)
찬 새벽 시내물 소리 요란하네(寒聲澗有鳴)
객창의 방구들 얼음장 같아 잠 못 이루니(旅窓睡未穩)
손가락 꼽으며 앞길을 헤아려 보네(屈指計前程)

공서가 다음과 같이 차운하였다

조룡산 내려가는 길에(鳥龍山下路)
새벽부터 눈 내리고 거센 바람 이는데(晨發雪風鳴)
동종과 길동무하며 함께 오니(同宗同作伴)
기나긴 여정의 지루함도 잊었어라(忘却步長程)
初吉
仍朝飯後發程, 越斗峙, 至坪塘宗人啓天家中火, 而入此之意, 此處宗人弼東氏兄弟, 自下來, 入于鰲村云, 故欲探其丈席之消息矣。 尙未下來, 故午後卽發, 至蛇洞店留宿。 行六十里。 夜間以突冷之致, 不得秪寢, 可憤可憤。 曉間吟成一絶曰: "曉色鷄初唱, 寒聲澗有鳴。 旅窓睡之穩, 屈指計前程。" 公瑞次曰: "鳥龍山下路, 晨發雪風鳴。 同宗同作伴, 忘却步長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