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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행록(西行錄)
  • 1823년(계미)
  • 3월(三月)
  • 25일(二十五日)

서행록(西行錄) / 1823년(계미) / 3월(三月)

자료ID HIKS_OB_F9008-01-202010.0011.0001.TXT.0005
25일
이른 아침에 길을 나서 순자강(蓴子江)을 건너고, 주포(周浦) 주막에 이르러 아침을 먹었다. 돈 1전(錢)을 주인집 사내에게 주며 《서재실기(西齋實記)》를 도산(道山)송필흥(宋弼興) 집에 전해 달라고 하였다. 길을 떠나 남원읍(南原邑)에 이르러서 점심을 먹고 말에게 꼴을 먹였다. 나는 먼저 향교(鄕校)로 출발하여 실기(實記) 한 권을 전한 뒤 곧바로 출발하여 전석치(磚石峙)주 2)를 넘어 임실(任實) 야당(野塘)에 이르렀다. 동행은 먼저 주막으로 가고, 나는 송필동(宋弼東) 씨의 집에 들러 실기 한 권을 신안서원(新安書院)에 전하게 하였는데, 예조에 재록(載錄)했는지에 대해 묻기에 아직 재록하지 않았다고 하였다. 그랬더니, 서원을 세운 지가 이미 오래인데 어째서 재록하지 않았느냐며, 신안서원(新安書院)은 작년에 실었는데 들어가는 것이 적지 않았다고 하였다. 그래서 그 장계의 초고를 청하여 주막으로 가지고 와서 여환(汝煥)에게 베껴 오도록 하였는데, 이는 나도 예조에 소장을 올리려는 계획에서였다.-등서한 장본(狀本)은 뒤에 붙였다.-
저녁을 먹은 뒤에 주막으로 나와 동행들과 함께 머물렀다. 90리를 갔다. 낮에 남원 길에서 시 한 수를 읊었다.

천릿길 동행한 열세 사람(千里同行十有三)
호남에서 북쪽 여행길 떠나 왔네(北征行色自湖南)
며칠이나 걸려야 경성에 도착할꼬(間開幾日京城到)
훗날 고생한 만큼 즐거움도 볼 수 있으리(可見他時苦盡甘)

정 진사(丁進士)가 화답하였다.

늦봄 삼월 서쪽으로 떠나는 천릿길(西行千里暮春三)
산색은 푸르르고 물은 남쪽으로 흘러가네(山色蒼蒼水盡南)
천 자나 높은 용문 계수나무 잡은 곳에서(千尺龍門攀桂地)
오늘 함께한 고초와 즐거움 떠오르리(却思今日共辛甘)

신윤보(申允甫)가 화답하였다.

곤륜의 한 줄기 빼어난 삼각산(崑崙一脈三角秀)
천지간에 정신 온통 남쪽에 있네(天地精神盡在南)
천릿길 떠나온 노고 도리어 잊어버리고(千里還忘勞苦我)
어사화 어주가인 듯 술동이 가득 달기만 하네(賜花御酒滿樽甘)

정 진사(丁進士)가 또 읊었다.

밤새 비는 강남에 쏟아져 다리가 잠기고(夜雨江南水沒橋)
푸른 회화나무 길을 막고 보리는 허리까지 잠겼네(靑槐擁路麥齊腰)
이번 길 용꿈을 꾼 나그네 누구인가(此行誰是龍夢客)
들새가 노래하는 것도 비웃는 것도 같구나(野鳥如歌又似嘲)

내가 화답하였다.

짚신 신고 지팡이 끌며 오작교주 3)를 걷노라니(竹杖芒鞋步鵲橋)
잘록한 허리의 미인들 성에 가득하네(盈城美女盡纖腰)
이번 길 봄을 만끽하기 위해 온 게 아니건만(此行不是貪春客)
혹여 옆 사람 비웃을까 두렵구나(或恐傍人有笑嘲)
주석 2)전석치(磚石峙)
일명 '박석고개'로 전라북도 남원시 광치동과 사매면 대율리 사이에 있는 고개이다. 박석치는 비포장 시절에 고갯마루가 지표 유출에 의한 토양침식으로 유실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하여 얇고 넓적한 돌을 깔아 놓은 데서 유래하였다.
주석 3)오작교
원문의 '작교(鵲橋)'는 남원 광한루(廣寒樓)에 있는 오작교(烏鵲橋)를 말한다.
二十五日
早朝發程, 越蓴子江, 至周浦酒幕朝飯。 傳《西齋實記》於道山 宋弼興家之意, 出給錢一戔主漢。 發行抵南原邑, 乃中火秣馬。 余則先發鄕校, 傳實記一卷, 卽發越磚石峙, 抵任實 野塘。 同行則先去酒幕, 余則入宋弼東氏家, 傳實記一卷于新安書院, 問禮曹載錄, 故姑未載錄云爾, 則建院已久, 而何其不載乎? 新安書院則昨年載, 而所入不小云, 故請其狀草, 持來酒幕, 使汝煥謄書以來者, 余亦欲呈禮曹計耳【謄書狀本附後】。 夕飯後, 出來酒幕, 與同行同留。 行九十里。 午間南原路上, 咏一律曰: "千里同行十有三, 北征行色自湖南。 間關幾日京城到, 可見他時苦盡甘。" 進士和曰: "西行千里暮春三, 山色蒼蒼水盡南。 千尺龍門攀桂地, 却思今日共辛甘。" 申允甫和曰: "崑崙一脈三角秀, 天地精神盡在南。 千里還忘勞苦我, 賜花御酒滿樽甘。" 進士又號曰: "崑崙一脈三角秀, 天地精神盡在南。 千里還忘勞苦我, 賜花御酒滿樽甘。" 余和曰: "竹杖芒鞋步鵲橋, 盈城美女盡纖腰。 此行不是貪春客, 或恐傍人有笑嘲。"