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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행록(西行錄)
  • 1821년(신사)
  • 3월(三月)
  • 17일(十七日)

서행록(西行錄) / 1821년(신사) / 3월(三月)

자료ID HIKS_OB_F9008-01-202010.0010.0003.TXT.0018
17일
아침을 먹고 태평동(太平洞)으로 가서 진사(進士)와 작별하였다. 이어 경성동(京成洞)의 이 임천(李林川) 집으로 가서 잠시 이야기를 나눈 뒤에 회동(晦洞)으로 가서 익형(翼亨)씨 형제에게 작별 인사를 하였다. 차동(車洞) 민 석사(閔碩士)의 집으로 갔으나 주인이 부재중이어서 작별하지 못하였다. 이어 민치명(閔致明)의 집에 들렀더니 정성스레 맞이하고는 술을 사와서 권하였다. 한참 동안 이야기를 나눈 뒤에 서소문(西小門) 밖의 이 참봉(李參奉) 집으로 갔는데, 참봉정묘년에 작고하였고, 그 동생도 작고하였으니 상전벽해(桑田碧海)와 같은 세상주 43)이라 말할 수 있겠다. 참봉의 아들 희()와 잠시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주인도 그 부친의 풍도가 있고, 자못 은근한 뜻이 있었다. 또한 술을 사서 올리니 기쁘고도 슬펐다. 이어 작별한 뒤에 약고개[藥峴]주 44)의 박 영암(朴靈岩) 집에 가서 오위장(五衛將) 송인서(宋璘瑞)의 소식을 물었다. 신문(新門) 밖으로 이주하여 폐문동(閉門洞)의 심 도사(沈都事) 집에 살고 있다고 하였으나 날이 저문 탓에 찾아가지 못하고 주인집으로 돌아왔다.
주석 43)상전벽해(桑田碧海)와 같은 세상
원문의 '창상(滄桑)'은 창상지변(滄桑之變)으로, 큰 바다가 변하여 뽕나무밭이 되고, 뽕나무밭이 변하여 큰 바다가 된다는 말이다. 흔히 세상의 변화가 매우 심함을 비유하는데, 상전벽해(桑田碧海)라는 말과 같다.
주석 44)약고개[藥峴]
지금의 서울시 중구 중림동(中林洞)에 위치한, 만리동(萬里洞) 입구에서 충정로(忠正路) 3가로 넘어가는 고개의 이름으로, 서대문 밖에 있었다. 이곳에 약초를 재배하는 밭이 있던 데서 유래된 이름이다.
十七日
朝飯往太平洞, 與進士作別。 仍往京成洞 林川家, 敍話後, 往晦洞, 拜辭于翼亨氏兄弟。 出來車洞 碩士家, 則主人不在, 故不得作別。 仍入閔致明家則款接, 仍爲沽酒以勸。 移時敍話後, 仍往西小門外參奉家, 則參奉丁卯年作故, 其弟氏亦爲作故, 可謂滄桑世界。 只與參奉之子暫敍, 則主人亦有乃父之風, 頗有慇懃之意, 亦以沽酒以進, 可喜可悲。 仍爲作別後, 往藥峴靈岩家, 問五衛將 璘瑞消息, 則移居于新門外, 居閉門洞 都事家云, 而以日暮之致, 不得往尋, 出來主人家。