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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행록(西行錄)
  • 1800년(경신)
  • 4월(四月)
  • 14일(十四日)

서행록(西行錄) / 1800년(경신) / 4월(四月)

자료ID HIKS_OB_F9008-01-202010.0008.0002.TXT.0014
14일
장선(長善)에 머물렀다. 사헌(士憲)의 집 아이, 인서(仁瑞)옥계동(玉溪洞)주 17)에 들어가 수석점(水石店)을 두루 살펴보고 우암(尤菴)의 〈옥계동(玉溪洞)〉 시에 차운하였다.

바람과 안개 모두 비단 주머니에 거두었는데(風烟都括錦囊收)
맑은 시내는 바위 돌에 굽이쳐 흘러가누나(只有淸溪噴石流)
흘러가는 것이야 멈추게 할 수 없나니(逝者縱然留不得)
오직 원천주 18)에 내맡길 뿐이라오(惟能管領發源頭)

또 읊었다.

빽빽한 나무숲에 기이한 바위 적으나(樹密奇巖小)
깊은 산속에 괴이한 새들 많구나(山深怪鳥多)
쏟아지는 폭포소리 참으로 장쾌하니(最宜懸瀑響)
원망하는 듯 노래하는 듯하구나(如怨又如歌)

이어 한 고개를 넘어 안심사(安心寺)주 19)에 들어가니, '적설루(積雪樓)'라는 세 글자가 있는데, 이는 우옹(尤翁)이 쓴 것이다. 벽에는 점필재(佔畢齋), 율곡(栗谷), 중봉(重峯) 세 선생의 사운(四韻) 시가 있었지만 어수선해서 미처 화답할 수가 없었다. 저녁 무렵에 내려와서 사헌의 집에서 머물렀다.
주석 17)옥계동(玉溪洞)
전라북도 완주군 옥계동으로, 운주면 산북리 대둔산과 천등산 두 산 사이 협곡에 있었다.
주석 18)원천
주자의 시 〈관서유감(觀書有感)〉에 "조그맣고 모난 연못에 한 거울이 열리어, 하늘빛 구름 그림자가 함께 배회하네. 묻노니 어찌하면 저처럼 맑을까, 원천에서 콸콸 쏟아져 내려서라네.[半畝方塘一鑑開, 天光雲影共徘徊. 問渠那得淸如許, 爲有源頭活水來. ]"라고 하여, 학문을 통해 심성을 수양하는 즐거움을 읊었다.
주석 19)안심사(安心寺)
전라북도 완주군 운주면 대둔산(大芚山)에 있는 삼국시대 신라의 승려 자장율사가 창건한 사찰이다. 안심사(安心寺) 경내(境內)에 '적설루(積雪樓)'가 있었는데 지금은 폐허 되었다.
十四日
長善, 與士憲家兒及仁瑞, 入玉溪洞, 周觀水石店, 次尤菴 玉溪洞韻, "風烟都括錦囊收, 只有淸溪噴石流。 逝者縱然留不得, 惟能管領發源頭。" 又吟, "樹密奇巖小, 山深怪鳥多。 最宜懸瀑響, 如怨又如歌。" 因踰一嶺, 入安心寺, 額有積雪樓三字, 而是尤翁筆。 壁有佔畢齋、栗谷、重峯三先生公字四韻, 而擾未及奉和。 夕時下來, 留士憲家。