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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행록(西行錄)
  • 1794년(갑인)
  • 4월(四月)
  • 3일(初三日)

서행록(西行錄) / 1794년(갑인) / 4월(四月)

자료ID HIKS_OB_F9008-01-202010.0003.0004.TXT.0003
3일
욱여(旭汝) 삼종형제(三從兄弟), 건(健)·순(順) 형제와 뇌암(磊巖)에 가서 회포를 풀었는데, 여러 젊은이들이 오언 율시를 먼저 지었으므로 나도 갑작스럽게 율시를 지어냈다.

걸어서 서문 밖으로 나오니(步出西門外)
시내 따라 그윽한 경치 펼쳐지네(沿溪境始幽)
꽃을 보다가 늙은 이 몸 부끄럽고(看花羞老漢)
애써 시구 찾다가 시를 양보하였네(覓句讓詩流)
지팡이 짚고 산기슭을 따라서(携杖依山脚)
갓끈을 씻으려 물가에 앉았네(濯纓坐水頭)
내 나이 반백 년이 지났으니(吾年經半百)
즐거운 일은 유람하는 것이네(樂事是傲遊)

또 다음과 같다.

북쪽 산기슭에 방초의 향내 뜸해지니(北麓芳菲歇)
서쪽 시내에 즐거운 일 아득하구나(西溪樂事幽)
앉았노라니 산이 더욱 푸르르고(坐來山愈碧)
가는 곳마다 물이 다투어 흐르네(行處水爭流)
시를 짓노라니 저마다 푸른 눈빛이오주 47)(覓句惟靑眼)
술동이를 드니 모두 검은 머리주 48)로세(携樽摠黑頭)
명승지에서 맛보는 끝없는 흥취(名區無限興)
우리들의 이런 유람에 있어라(吾輩有斯遊)
송로(松老)

또 다음과 같다.

꽃이 떨어지자 소나무 숲은 무성해지고(花落多松樹)
명승지는 한적하고 고요하기만 하네(名區閑且幽)
재잘재잘 새들의 지저귀는 소리 활기차고(嚶嚶啼鳥活)
굽이굽이 시냇물은 어지러이 흘러가네(曲曲亂溪流)
푸른 방초 둑 위에 파릇파릇 돋아나고(綠草芳堤上)
취하여 부르는 노래 언덕 위에서 끊어지네(酣歌斷岸頭)
새로 시를 지어 벽면에 써 붙이니(新詩題壁面)
이처럼 멋진 유람을 누가 알겠는가(誰識是眞遊)
임계(林溪)

또 다음과 같다.

높다란 층층바위 열 길이나 솟아있고(層巖十丈下)
그윽한 솔 그늘에 한가로이 앉아 있네(閑坐松陰幽)
예쁜 새들은 숲속에서 시끄럽게 울어대고(好鳥林中聒)
맑은 시냇물은 골짜기 안으로 흐르네(淸溪洞裡流)
저녁노을은 벼랑에 붉게 돋아나는데(夕陽生壁面)
봄빛은 산꼭대기에서 다해 가는구나(春色盡山頭)
가지고 온 술병에 남은 술이 있으니(携酒有餘酒)
시를 읊조리며 온종일 노닐어 보세(吟詩永日遊)
취암(醉菴)
주석 47)푸른 눈빛이오
원문의 '청안(靑眼)'은 반가운 눈길로, 뜻이 맞는 친구와의 만남을 뜻한다. 삼국 시대 위(魏)나라 완적(阮籍)이 속된 사람을 만나면 백안(白眼) 즉 흰 눈자위를 드러내어 경멸하는 뜻을 보이고, 의기투합하는 사람을 만나면 청안 즉 검은 눈동자로 대하여 반가운 뜻을 드러낸 고사가 전한다. 《世說新語 簡傲》
주석 48)검은 머리
원문의 '흑두(黑頭)'는 검은 머리란 뜻으로, 곧 젊은 나이를 말한다.
初三日
旭汝三從兄弟及, 往磊巖暢懷, 而諸年少, 出五律先成, 故猝構曰: "步出西門外, 沿溪境始幽。 看花羞老漢, 覓句讓詩流。 携杖依山脚, 濯纓坐水頭。 吾年經半百, 樂輩是傲遊。" 又 "北麓芳菲歇, 西溪樂事幽。 坐來山愈碧, 行處水爭流。 覓句惟靑眼, 携樽摠黑頭。 名區無限興, 吾輩有斯遊。" 松老。 又 "花落多松樹, 名區閑且幽。 嚶嚶啼鳥活, 曲曲亂溪流。 緣草芳堤上, 酣歌斷岸頭。 新詩題壁面, 誰識是眞遊。" 林溪。 又, "層巖十丈下, 閑坐松陰幽。 好鳥林中聒, 淸溪洞裡流。 夕陽生壁面, 春色盡山頭。 携酒有餘酒, 吟詩永日遊。" 醉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