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역/표점
  • 국역/표점
  • 국역
  • 서행록(西行錄)
  • 1794년(갑인)
  • 3월(三月)
  • 22일(二十二日)

서행록(西行錄) / 1794년(갑인) / 3월(三月)

자료ID HIKS_OB_F9008-01-202010.0003.0003.TXT.0022
22일
벗들과 또 화류(花柳)의 봄 경치를 구경하려고 육각치(六角峙)에서 필운대(弼雲臺)주 43)를 소요하다가 절구 한 수를 읊었다.

지난번 진경 찾아 이 산에 올랐을 때(向日尋眞上此山)
향기로운 꽃 여린 가지 사이로 어우러졌는데(香葩交暎嫰枝間)
지금 오니 꽃은 떨어지고 유람객도 얼마 없어(今來花落遊人少)
때에 따라 골짜기도 잠시 한가롭기만 하여라(溪壑隨時亦暫閑)

옥류동(玉流洞)주 44)으로 갔다가 필운대(弼雲臺)로 돌아와서 요기를 한 뒤에 석양 무렵 내려왔다. 이날 밤에 상당한 비가 내렸다. 봄이 된 뒤에 처음으로 내린 비라서 자못 보리를 파종하는 기쁨이 있었는데, 많이 내리지 않고 금세 갠 것이 흠이었다.
주석 43)필운대(弼雲臺)
경복궁 서쪽 인왕산의 필운동에 있던 명승지로, 지금의 서울시 종로구 필운동 배화여고 뒤뜰에 있는 높은 암벽이다. 필운대 근처에 특히 살구나무가 많아서 예로부터 도성의 시인묵객들이 봄에 찾는 명소 중 하나였다고 한다.
주석 44)옥류동(玉流洞)
종로구 옥인동・통인동에 걸쳐 있던 마을로서, 글자 그대로 맑은 물이 흐르는 곳인 데서 마을 이름이 유래되었다. <도성지도>에는 인왕산 아래의 수원처로 표시되어 있었다. 옥동・옥골이라고도 불렀다.
二十二日
與諸友, 又作花柳之行, 自六角峙, 倘佯於弼雲臺, 吟一絶, "向日尋眞上此山, 香葩交暎嫰枝間。 今來花落遊人少, 溪壑隨時亦暫閑。" 因往玉流洞, 還來弼雲臺, 療飢後, 乘夕陽而來。 是夜頗雨, 盖入春後初雨也, 頗有長麥播種之喜, 而不多卽晴, 可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