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역/표점
- 국역
- 서행록(西行錄)
- 1794년(갑인)
- 3월(三月)
- 17일(十七日)
서행록(西行錄) / 1794년(갑인) / 3월(三月)
17일
건(健)·순(順) 두 벗, 욱여(旭汝)와 함께 화류(花柳)를 구경하려고 길을 나섰다. 마침내 서소문(西小門) 위로 올라가 성을 따라 북쪽으로 갔다. 거닐면서 구경하고 곳곳을 돌아다니다가 곡성(曲城)으로 올라가서는 마침내 절구 한 수를 지었다.
따사로운 기운 물씬 피어올라 봄 성에 가득하니(氤氲和氣滿春城)
오늘은 먼 길 온 길손의 심정일랑 모두 잊으리(此日渾忘遠客情)
집집마다 꽃이 만발하고 버들 빛도 한창인데(不但萬家花柳色)
노래 소리 풍악 소리 한데 뒤엉켜 요란하구나(繚亂歌聲雜管聲)
욱여가 먼저 읊었다.
봄기운 가득한 도성에 꽃이 한창 만발하여(春滿長安花滿城)
한가한 날 번화한 거리에서 호탕한 정취 즐기네(繁華暇日矜豪情)
화류 속에 술잔 들고 아름다운 봄날에 취하노니(一樽芳艸醉佳節)
동풍 따라 사죽주 40)소리 곳곳마다 울려 퍼지누나(絲竹東風處處聲)
저녁에 내려왔다.
- 주석 40)사죽
- '사죽(絲竹)'은 현악기와 관악기의 총칭으로, 사는 현악기며, 죽은 관악기를 말한다.
十七日
與健、順兩友及旭汝, 作花柳之行。 遂上西小門, 循城而北, 步步遊玩, 處處逍遙, 因上曲城, 遂吟一絶, "氤氲和氣滿春城, 此日渾忘遠客情。 不但萬家花柳色, 繚亂歌聲雜管聲。" 旭汝先吟曰, "春滿長安花滿城, 繁華暇日矜豪情。 一樽芳艸醉佳節, 絲竹東風處處聲。" 夕間下來。