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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행록(西行錄)
  • 1794년(갑인)
  • 정월(正月)
  • 30일(晦日)

서행록(西行錄) / 1794년(갑인) / 정월(正月)

자료ID HIKS_OB_F9008-01-202010.0003.0001.TXT.0015
30일
날이 밝기 전에 출발하여 황화정(皇華亭)주 5) 안에 이르러 점심을 먹었다. 길에서 곡강(曲江)의 척형(戚兄)을 생각하며 율시 한 수를 읊었다.

금호의 어진 아우와 곡강의 형(琴湖賢弟曲江兄)
약속한 날 찬바람 속에 먼 길 함께 떠났네(約日寒風共遠征)
금산으로 먼저 간 것은 일 때문이나(先去金山緣有事)
완부에 늦게 온 건 실로 정리가 아니로다(晩來完府實非情)
금강에 혹여 외로이 나는 기러기 지나가면(錦江倘過孤飛雁)
초포에 벗을 부르는 꾀꼬리 한창 울어대리(草浦方吟喚友鸎)
상사주 6)의 무리 안에 가난한 서생들주 7)(上舍叢中窮措大)
청춘을 헛되이 보내 과거 급제 못하였네(靑春虛送未成名)

이성(尼城)에 이르러 묵었다.
주석 5)황화정(皇華亭)
전북 익산군 여산면 마전리 황화정 동네에 있던 정자로, 지금의 충남 논산시 연무읍 고내리에 해당한다. 조선시대 충청도와 전라도의 경계 지역에 있었던 황화정은 전라도 신구(新舊) 전라도관찰사들이 교대하는 장소였는데, 국왕으로부터 전라도관찰사로 제수받으면 여산 황화정(皇華亭)에서 신·구 임무 교대식인 교귀식(交龜式)을 치르고 전주 조경묘에 숙배(肅拜)하는 것이 순서였다.
주석 6)상사
상사(上舍)는 생원과 진사의 별칭으로, 옛날 태학에서 생원과 진사는 상사(上舍), 즉 위채에 거처하였기 때문이다.
주석 7)곤궁한 서생들이
원문의 '조대(措大)'는 초태(醋駄)에서 유래한 말로, 가난한 서생을 말한다. 어떤 선비가 가난하여 식초를 지고 동네를 돌면서 팔아 생계를 꾸리던 데서 비롯되었다.
晦日
未明發行, 至皇華亭中火。 路上憶曲江戚兄, 咏一律曰, "琴湖賢弟曲江兄, 約日寒風共遠征。 先去金山緣有事, 晩來完府實非情。 錦江倘過孤飛雁, 草浦方吟喚友鸎。 上舍叢中窮措大, 靑春虛送未成名。" 至尼城留宿。