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역/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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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행록(西行錄)
  • 1793년(계축)
  • 1월(元月)
  • 26일(二十六日)

서행록(西行錄) / 1793년(계축) / 1월(元月)

자료ID HIKS_OB_F9008-01-202010.0002.0001.TXT.0026
26일
밤에 비가 내렸다. 동틀 녘에 길을 나서 광정(廣亭)주 12)에 이르러 아침을 먹고 공주(公州) 신점(新店)에서 말에게 꼴을 먹였다. 금강(錦江)의 물이 불어나 강을 건너기가 쉽지 않다고 하니, 매우 염려스럽다. 길을 재촉하여 나루터에 이르자 배가 이미 도착해 있어서 다행이었다. 즉시 배에 올라 중류(中流)에 이르자 풍랑이 크게 일어 파도가 배 안으로 들이쳤는데, 배가 썩고 낡아서 사방으로 물이 새니 그 두려운 상황을 이루 다 말할 수가 없다. 가까스로 강을 건넌 뒤 서둘러 채찍질하여 효포(孝浦)에 이르러 술을 사 마시고 요기를 하였다. 중도에 고읍(古邑)의 김 생원(金生員)을 만나 흥양(興陽)의 소식을 물었으나, 전혀 알지 못하니 한탄스럽다. 판치(板峙)에 이르러 해의 형세로는 정천(定川)까지 갈 수 있지만, 그곳은 시기(時氣)주 13) 때문에 정결한 집이 없다고 하므로 어쩔 수 없이 판치(板峙)에 머물렀다. 밤에 위 아랫집들을 보니 모두 등불을 밝히고 한밤중에 죽을 끓이고 있었는데, 모두 병을 앓고 있는 집들이었다. 이날 90리를 갔다.
주석 12)광정(廣亭)
충청남도 공주군(公州郡) 정안면(正安面)에 있는 마을 이름이다.
주석 13)시기(時氣)
때에 따라 유행하는 상한이나 전염성 질환을 말한다.
二十六日
夜雨。 平明發程, 至廣亭朝飯, 公州 新店秣馬。 聞錦江水漲, 渡江未易云, 極可慮也。 催行至津頭, 則船已到泊, 可幸。 卽卽上船, 至中流, 風浪大作, 波濤跳入船中, 而船且朽傷, 四邊水漏, 其悚惧之狀, 不可言。 艱辛利涉, 促鞭至孝浦, 沽酒療飢。 中路逢古邑 生員, 問興陽消息, 則專然不知, 可歎。 至板峙, 日勢則能進定川, 而時氣無一家乾淨云, 故不得已, 留板峙矣。 夜見上下家, 皆明燈中夜煎粥, 俱是方痛之家也。 是日行九十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