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역/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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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행록(西行錄)
  • 1793년(계축)
  • 1월(元月)
  • 24일(二十四日)

서행록(西行錄) / 1793년(계축) / 1월(元月)

자료ID HIKS_OB_F9008-01-202010.0002.0001.TXT.0024
24일
동이 틀 무렵에 길을 나서 수원(水原) 읍내에 이르렀는데, 길에서 영광(靈光)으로 내려가는 사람을 만나 동행하였다. 중저(中底)까지 60리를 가서 아침을 먹었는데, 말이 잘 먹지 못한데다가 병의 기미가 있었다. 길을 나서 진위(振威)에 이르니 말이 몹시 지쳤기에 결국 걸어서 소사(素沙)까지 50리를 갔다. 말이 전혀 먹지 못하는 것이 복통(腹痛) 때문임을 알고서 다방면으로 치료하느라 밤잠을 이루지 못했다. 닭이 울 때야 비로소 차도가 있었다. 이른바 영광(靈光) 사람은 먼저 떠났고, 나는 뒤에 처졌다. 올해는 흉년이 특히 심하여 길에서 도적의 우환이 매우 많았는데, 천 리 먼 길을 혼자 몸으로 나섰으니 근심과 괴로움을 이루 다 말할 수가 없었다. 늦은 아침밥을 먹은 뒤에 길을 떠나 북기점(北機店)에 이르러 말에게 꼴을 먹이고, 덕평(德坪)까지 90리를 가서 묵었다.
二十四日
平明登程, 至水原邑內, 路逢靈光下去人, 因與同行。 至中底六十里朝飯, 而馬不善喂, 且有病機矣。 遂上程至振威, 鬣者頗困, 遂徒步至素沙五十里。 馬專不食, 始知腹痛故也, 多方治療, 夜不接目, 鷄鳴時, 始有差勢。 所謂靈光人, 先爲出去, 余則落後。 今年凶荒特甚, 路上賊患頗多, 而千里長程, 隻身發程, 憂惱不可言。 晩朝飯後發程, 至北機店秣馬, 至德坪九十里留宿。