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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남포집(南圃先生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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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序)
  • 사잠서(四箴序)

남포집(南圃先生集) / 권10 / 서(序)

자료ID HIKS_OB_F9008-01-202202.0011.0001.TXT.0011
사잠서
내가 어려서 이 유가의 학문에 뜻을 두어 나이 15, 6세에 대강 《논어(論語)》·《맹자(孟子)》·《중용(中庸)》·《대학(大學)》의 대의를 통하였는데 18세에 부모님을 잃고 그로 인해 큰 병을 얻었다. 숨이 끊어질 듯 연명을 해오던 거의 10여 년 동안 이에 의방복이(醫方服餌)의 책을 얻어 공부해보고 침잠(沉潛)하고 섭렵(涉獵)하여 그 내용을 대략 알았다. 집은 가난하고 몸은 병들어 약재를 구하기 어려워 또 도인법(導引法)주 121)을 단련하고 병을 늦추고 생명을 연장하는 방술을 구하여 의지와 실천을 한 지 여러 해 되었는데 대개 병의 7, 80%는 제거되었다. 이때 선친 무덤의 이장의 일이 있어서 또 감여(堪輿)주 122)의 학문에 골몰하느라 몇 년을 낭비하여 병은 이미 조금 나아졌지만 어린 나이에 기가 거칠어졌다. 그로 인하여 개연히 병법(兵法)에 뜻을 두어 자못 그것에 힘을 썼다. 이것으로 인하여 중후한 기운은 수련하고 단련하는 과정에서 사라져 가볍고 방탕하게 변하였고, 총명한 기질은 여러 해 침아(沉疴)의 나머지에 빼앗겼으며, 몸가짐의 굳은 의지는 지관(地官)의 탄괴(誕怪)와 병가(兵家)의 임기웅변의 술책에서 흔들림을 당하였다. 그로 인하여 호산(湖山)의 질탕(跌宕)한 뜻과 시와 술로 안일하게 세월만 보내게 되어 본연의 진실은 이미 8.90%를 잃게 되었다.
해 무술년(1658, 효종9) 가을에 우연히 집에 보관된 서적을 열람해보고는, 한 편에 《심경(心經)》주 123)을 얻어서 읽고 나도 모르게 등에 식은땀이 흘렀다. 바로 10년간 잘못 들어간 뜻을 다 포기하고는 옛 학문에 머리를 돌린 것이 지금 1년이 되었는데 치우친 성품을 극복하기 어려운 것은 날로 심해졌다. 돌아보니 올해 나이가 36살인데 길을 잃고 방황하며 갈림길에서 분주했다. 지금 조금 깨달은 것이 있지만 구습에 물들어 벗어나기 어렵다. 반세기를 돌아보니 자신을 상실했음이 확연(廓然)하여 이에 사잠(四箴)주 124)을 지어서 벽에 걸어놓고 마음의 경계로 삼는다.
주석 121)도인법(導引法)
도인술(導引術)이라고도 하며, 음강(陰康)에 의하여 창안되었다고 전하는 도가의 무병장수를 위해 행한 건강법이다. 손과 발을 움직여 기(氣)와 혈(血)을 신체 각 부위에 골고루 통하게 하는 방법으로 전신의 굴신(屈伸)과 지압(指壓)을 동시에 행하는 신체 운동과 병을 없애 수명을 연장하는 주문법, 호흡법 등을 포괄한다.
주석 122)감여(堪輿)
집터나 묘지의 형세 또는 그것을 보아서 길흉을 판단하는 일이다.
주석 123)《심경》
송나라 진덕수(眞德秀)가 경전(經傳)과 송나라 도학자들의 저술에서 심성 수양(心性修養)에 관한 격언을 모아 편찬한 책이다. 진덕수(眞德秀, 1178~1235)는 주자의 제자로, 자는 경원(景元)이고 호는 서산(西山)이며 시호는 문충(文忠)이다. 영종(寧宗) 경원(慶元) 5년(1199) 진사(進士)에 급제하여 호부 상서와 한림학사를 역임하였다. 저서에 《심경》·《대학연의(大學衍義)》·《당서고의(唐書考疑)》·《독서기(讀書記)》·《문장정종(文章正宗)》·《정경(政經)》·《서산문집(西山文集)》 등이 있다.
주석 124)사잠(四箴)
안연(顔淵)이 극기복례(克己復禮)의 조목을 물었을 때 공자가 "예가 아니면 보지 말고, 예가 아니면 듣지 말고, 예가 아니면 말하지 말고, 예가 아니면 움직이지 말라.[非禮勿視, 非禮勿聽, 非禮勿言, 非禮勿動.]"라고 답하였다. 《論語 顔淵》. 이것에 대해서 정이가 〈시잠(視箴)〉·〈청잠(聽箴)〉·〈언잠(言箴)〉·〈동잠(動箴)〉을 지었다.
四箴序
某早有志于此學。 年十五六。 粗通論孟庸學大意。 十八而孤。 仍得大病。 奄奄垂盡幾十年餘。 於是搜得醫方服餌之書。 沉潛涉獵。 略知其意。 家貧身病。 殫於藥料之難得。 又求導引修鍊弛病延生之術。 着意行之有年。 盖病去七八。 於是有先親移葬之事。 又汨於堪輿之學。 費意數年。 病旣小愈。 年少氣麤。 仍慨然有志于兵家。 頗用力焉。 於是重厚之氣。 見消於修鍊導達之習而變爲輕放。 聰明之質。 見奪於積年沉疴之餘而變爲躁妄。 操守之志。 見搖於地家誕怪兵家奇變之術而化作曠蕩。 仍有跌宕湖山之志。 詩酒玩揭之興。 本然之眞。 已斲喪八九矣。 歲戊戌秋。 偶閱家藏書籍。 得一篇心經而讀之。 不覺愧汗沾背。 乃盡棄十年誤入之志。 而回頭舊學者一年于今。 而性偏難克者。 日又日甚。 自顧今年三十有六。 而失路倀倀。 奔走歧塗。 今有小覺而舊染難脫。 回顧半世。 廓然自喪。 於是乃作四箴。 揭帖于壁。 以戒于心云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