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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호남근현대문집
  • 일신재집(日新齋集)
  • 권20
  • 유사(遺事(1))
  • 돈재 조공 사실(遯齋曺公事實)

일신재집(日新齋集) / 권20 / 유사(遺事(1))

자료ID HIKS_OB_F9001-01-202101.0020.0001.TXT.0020
돈재 조공 사실
돈재(遯齋) 조공(曺公)의 휘는 일리(一履)이니, 바로 내가 사는 고을의 근고(近古) 사람이다. 타고난 자태가 빼어나고 시원하며 화락하고 단아하여 어려서부터 의젓하였다. 가난하게 살면서 어버이를 봉양할 때에 정성과 노력을 다했고, 작은 오막살이집에서 받들어 모시면서 기쁘게 해드리는 일을 잘 갖추었다. 고기 잡고 나무한 뒤에 여가가 있으면 매번 책상을 마주해 단정히 바르게 앉아 시가를 읊고 학문을 궁구하니 문사(文詞)가 날로 진보하였다. 어버이를 위해 과거에 응시했지만 득실(得失) 때문에 개의치 않았고, 분수를 지키고 뜻을 구했지만 가난 때문에 마음을 움직이지 않았다. 명예와 화려한 겉치레, 기호(嗜好)에 담박하였고, 출입을 간략히 하였으며, 교제 맺는 것을 신중히 하였다. 부춘(富春)에서 성 동쪽 필봉(筆峯) 아래로 우거하여 소요하고 유유자적하는 것으로 노년을 마칠 계획을 세웠다. 아, 광휘(光輝)를 숨겨 세상에 자신을 알아주는 사람이 없고, 평소에 마음속으로 깊이 품은 포부를 조금도 시험하지 못했으며, 세상을 떠난 뒤의 유고(遺稿)도 화재로 재앙을 입어 사람들에게 전해 보여주는 것이 없었다. 그러나 필봉은 뾰족하고 빼어나며 용산(龍山)이 둘러 있으며, 공이 오가던 곳을 지나감에 정채(精彩)가 여전하였으니, 이러한 데에서 공의 뛰어난 자취를 볼 수 있다. 많은 자손이주 118) 번성하고 화목하며 시와 예를 가업으로 계승하여 명성이 자자하였으니, 이러한 데에서 공의 유교(遺敎)를 볼 수 있다. 효자의 영예와 처사의 훌륭한 운치가 전후 2백 년 동안 마을의 노인과 아이들의 입에서 끊어지지 않고 자자했으니, 이러한 데에서 공의 진실한 행실을 볼 수 있다. 자신의 분수를 닦고 자신의 천진한 성품에 맡긴다면, 비록 온 세상 사람들이 알아주지 않더라도 얻은 것이 많을 것이니, 저 4천 마리의 말과 만종(萬鍾) 같은 부귀함이 나에게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이는 돈재공답게 되는 이유이다. 내가 향리의 후생으로서 선생을 사모함하고 있었는데, 지금 조필승(曺弼承)의 청에 대해 감히 굳게 사양하지 못하고 삼가 일찍이 들어서 알고 있던 것을 서술하여 공의 사실(事實)로 삼았다.
주석 118)많은 자손이
대본의 종사(螽斯)와 초료(椒聊)는 각각  《시경》 〈주남(周南)〉과 〈당풍(唐風)〉의 편명으로, 여기서는 자손이 많음을 말한다.
遯齋曺公事實
遯齋曺公諱一履。卽吾鄕近古人也。天姿秀爽愷弟。自幼凝然。居貧養親。殫竭血力。蔀室斗屋。承歡甚備。漁樵之餘。輒對案危坐。諷詠溫繹。文詞日就。爲親應擧。不以得失累意。守分求志。不以貧窶動心。泊於聲華。淡於嗜好。簡出入。愼交結。自富春寓於城東筆峯之下。徜徉婆娑爲終老之計。嗚呼。潛光鞱輝。世莫我知。素所蘊抱。未得少試。而至於身後遺稿。亦且厄於回祿。未有以傳示於人者。然筆峯尖秀。龍山繞匝。杖屨經過。精彩如古。於此而見公之遐躅也。螽斯椒聊。蕃衍雍睦。箕裘詩禮。藹蔚有聲。於此而見公之遺敎也。孝子令譽。處士高韻。前後二百年。藉藉不絶於里老巷竪之口。於此而見公之實行也。修吾分。任吾眞。雖擧一世不知而所得多矣。彼千駟萬鍾。於我何加哉。此所以爲遯齋公也。余以卿里後生。竊有慕於下風。今於弼承之請。不敢牢讓。謹以所嘗聞知者。述以爲公之事實。