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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신재집(日新齋集)
  • 권17
  • 묘지명(墓碣銘)
  • 도곡 형공 묘지명(道谷邢公墓誌銘)

일신재집(日新齋集) / 권17 / 묘지명(墓碣銘)

자료ID HIKS_OB_F9001-01-202101.0017.0001.TXT.0004
도곡 형공 묘지명
공의 휘는 세영(世英), 자는 춘영(春榮), 호는 도곡(道谷)이다. 신라(新羅) 때 휘 옹(顒)이 있었는데, 당(唐)나라 학사로 바다를 건너 동방으로 왔으니, 이 분이 상조(上祖)이다. 중대 휘 공미(公美)에 이르러 왜구(倭寇)를 토벌한 공로가 있어 진양군(晉陽君)에 봉해졌으며, 자손들이 그대로 관향으로 삼았다. 이 분이 예부 상서(禮部尙書)를 지낸 휘 문궤(文軌)를 낳았고, 문궤가 판도 판서(版圖判書)를 지낸 휘 찬(贊)을 낳았으며, 찬이 진사를 지낸 휘 군철(君哲)을 낳았는데, 군철이 공에게는 고조가 된다. 증조는 휘 경(慶)이니, 장사랑(將仕郎)을 지냈고 호조 참판에 추증되었다. 조부는 휘 용인(用仁)인데, 진사이다. 선고(先考)는 휘 자홍(自弘)인데, 벽동 군수(碧潼郡守)를 지냈다. 모친은 연안 이씨(延安李氏)인데, 정덕(正德) 2년 우리 중종(中宗) 정묘년(1507, 중종2)에 공을 낳았다.
공은 생래적으로 기개가 높고 도량이 넓으며, 타고난 효성과 우애가 있었다. 조금 자라서는 우뚝이 성인(成人)과 같았다. 경전을 읽으면서 힘써 배웠는데, 더욱 《소학(小學)》, 《근사록(近思錄)》 및 성리학에 관한 책을 깊이 연구하여 발휘하고 확충하여 사물의 본체와 작용을 빠뜨리지 않았다. 평소 몸가짐은 구차하고 소홀한 뜻이 있는 것을 보지 못했다. 또한 일찍이 모질고 과격한 행동을 한 적이 없었다. 중년에 능주(綾州) 도동(道洞)으로 이사한 다음 산을 구입하여 정자를 짓고 시냇물을 끌어다 꽃을 심고 한가로이 노닐면서 그윽하고 빼어난 흥취를 두루 만끽하였다. 학행(學行)으로 재랑(齋郞)에 제수되었지만 상소를 올리고 나아가지 않았다. 향리에서 이름난 양학포(梁學圃) 제현과 서로 날마다 어울리면서 회포를 시로 읊었다. 기묘년(1519, 중종14)에 조정암(趙靜庵)이 본주(本州)에 귀양 오자 가서 위문하였다. 이를 인연으로 강론하고 질정하기를 끊이지 않고 하였다. 사약을 내리는 명이 이르자 슬퍼하고 상심하는 마음을 감당하지 못하여 절구(絶句) 한 수를 지어 그 심정을 토로하였다.
신사년(1581, 선조4) 10월 13일에 사제에서 졸하였으니, 향년 75세이다. 죽동(竹洞) 간좌(艮坐) 언덕에 장사 지냈다. 배위(配位)는 한산 이씨(韓山李氏)니 아무개의 따님이다. 묘소는 공의 오른쪽에 있다. 계배(繼配)는 수원 백씨(水原白氏)로, 아무개의 따님이다. 묘소는 같은 언덕 갑좌(甲坐)에 있다. 모두 3남이니, 응지(應祉), 응식(應植), 응희(應禧)이다.
12세손 도열(道烈)이 못난 나에게 편지를 보내 묘지명을 지어 주기를 청하였다. 다만 고루(固陋)하고 용렬하여 실로 감히 감당할 수 없음을 알지만 유풍에 느끼는 바가 있어 차마 끝내 사양하지 못하는 점이 있었다. 다음과 같이 명을 짓는다.

도곡의 산은 道谷之山
쉬고 노닐 수 있네. 可以棲遲
도곡의 물은 道谷之水
굶주림도 즐길 수 있네. 可以樂飢
산은 높고 물은 유장하니 山高水長
운치는 전과 다름이 없네. 風韻依然
백세토록 생각나게 하니 百世興想
지나는 사람 머무르네. 過者留連
道谷邢公墓誌銘
公諱世英。字春榮。號道谷。新羅時有諱顒。以唐學士。浮海東來。是其上祖也。至中系諱公美。討倭有功。封晉陽君。子孫仍貫焉。是生諱文軌。禮部尙書。是生諱贊。版圖判事。是生諱君哲。進仕於公爲高祖。曾祖諱慶。將仕郎贈戶曹參判。祖諱用仁。進士。考諱自弘。碧潼郡守。妣延安李氏。以正德二年我中宗丁卯生。公生而氣宇峻茂。孝友根天。稍長屹若成人。劬經力學。尤蓫小學近思錄及性理之書。發揮展拓。體用無闕。平生行已。未見有苟且簡慢之意。亦未嘗有斬絶矯激之行。中年移寓綾州之道洞。買山結亭。引流裁花。逍遙徜徉。備盡幽逸之趣。以學行除齋郞。疏辭不就與鄕裏名勝梁學圃諸賢。日相追逐。唱酬遺懷。己卯趙靜庵謞本州。往省之。因以講討問辨。源源不絶。及後命至。不勝哀傷。爲賦一絶詩以寫其情。辛巳十月十三日卒于居第。享年七十五。葬于竹洞艮坐之原。配韓山李氏某女。墓附右。繼配水原白氏某女。墓同原甲坐。擧三男曰應祉應植應禧。十二世孫道烈。走書不侫。謁誌墓之文。顧固陋微劣。固知不敢承當。而曠感餘風。有不忍終辭者。銘曰。道谷之山。可以棲遲。道谷之水。可以樂飢山高水長。風韻依然。百世興想。過者留連。