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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신재집(日新齋集)
  • 권16
  • 제문(祭文)
  • 양해심에 대한 제문(祭梁海心文)

일신재집(日新齋集) / 권16 / 제문(祭文)

자료ID HIKS_OB_F9001-01-202101.0016.0001.TXT.0039
양해심주 180)에 대한 제문
칠실(漆室)의 아녀자가 길쌈을 걱정하지 않은 것주 181)은 무슨 까닭이며, 왕동(汪童)을 상례(殤禮)로 치르지 않은 것주 182)은 무슨 의리인가? 천리(天理)가 인심(人心)에 뿌리를 둔 것은 부녀자나 어린 아이라고 해서 차이가 있지 않으니, 더구나 장부로 태어나 선비가 되어 선왕의 책을 읽고 선왕의 가르침을 받은 사람이야 어떠하겠는가. 거사(擧事)를 이루지 못하여 몸은 재앙의 그물에 빠져 감옥에 갇히고 먼 섬으로 유배당하였으니, 어느 곳인들 가지 않았던가. 정확(鼎鑊)주 183)이 앞에 있고 도거(刀鉅)주 184)가 뒤에 있어도 정신으로 지켜 흔들리지 않고 말은 준엄하고 곧아 만 사람의 구경꾼 들을 용동시키고 천고의 의리를 밝힘이 있었던 것이 어떠하였던가. 일은 비록 성취하지 못하였으나 성취한 것은 충(忠)이고, 몸은 비록 보존하지 못하였으나 보존한 것은 의(義)였으니, 군은 여기에 거의 유감이 없을 것이네.
의림(義林)은 한번 병든 것이 계속 이어져 문밖을 나가지 않은 것이 4,5년이 되어, 전에 감옥에 있을 때 능히 달려가 살피지 못하였고 뒤에 널[柩]이 돌아오던 날에 능히 달려가 곡하지 못하였으니, 이것이 어찌 평소 두터이 지내던 정의이겠는가. 슬픈 마음 엮어 제문을 지어 이에 영결을 고하네.
주석 180)양해심(梁海心)
양회일(梁會一, 1856∼1908)을 말한다. 자는 해심, 호는 행사(杏史), 본관은 제주(濟州)이다. 전라남도 화순 출신이다. 화순 일대에서 의병을 일으켜 능주(綾州), 화순(和順)을 차례로 공격하여 군아(郡衙)와 주재소(駐在所)를 점령하였다. 여세를 몰아 광주를 공격하려고 의병을 이끌고 행군하다가 판치(板峙, 현 너릿재) 전투에서 동지 5명과 함께 체포되어 지도(智島)에 유배되었고, 1907년 12월 특사로 석방되었다. 1908년에 다시 의거를 모색하다가 일본 경찰에게 체포되어 장흥경찰서에 구금되어 단식 중에 절명하였다. 1990년에 건국공로훈장 애국장을 추서하였다.
주석 181)칠실(漆室)의……것
이불휼위(嫠不恤緯)와 칠실지우(漆室之憂) 두 가지 고사(故事)를 합하여 말한 것으로, 자신의 일을 잊고서 나라를 걱정하는 마음을 뜻한다. 《춘추좌씨전》 소공(昭公) 24년 기사에 이르기를 "과부가 베를 짜는 씨줄이 끊어지는 것은 걱정하지 않고서 주나라가 망할 것을 걱정하였는데, 이는 그 재앙이 자기에게도 미칠 것이라고 여겼기 때문이다.[嫠不恤其緯, 而憂宗周之隕, 爲將及焉.]"라고 하였다. 그리고 노(魯)나라 칠실(漆室) 고을의 과년한 여자가 기둥에 기대어 울고 있기에 이웃 여인이 그 이유를 묻자, 대답하기를 "노나라의 임금은 늙었고 태자는 어리기 때문이다."라고 하였다. 이웃 여인이 "그것은 경대부(卿大夫)가 근심할 일이다."라고 하니, 과년한 여자가 말하기를 "그렇지 않다. 예전에 손님의 말이 달아나 내 남새밭을 밟아서 내가 한 해 동안 남새를 먹지 못하였다. 노나라에 환난이 있으면 군신·부자가 다 욕을 당할 것인데 어찌 여자만 피할 곳이 있겠는가?"라고 하였다. 《列女傳 魯漆室女傳》 《후한서(後漢書)》 〈노식전(盧植傳)〉에는 "식이 들으니, 과부가 길쌈을 걱정하지 않은 일이 있고, 칠실에 기둥에 기대어 걱정하는 슬픔이 있다.[植聞嫠有不恤緯之事, 漆室有倚楹之戚.]"라고 하였다.
주석 182)왕동(汪童)을……것
왕동은 춘추 시대 노(魯)나라의 동자(童子) 왕기(汪踦)이고, 상례(殤禮)는 미성년자의 죽음에 대한 상례(喪禮)이다. 왕기가 국란(國亂)에 나서서 싸우다가 죽었는데 뒤에 사람들이 성인(成人)의 예로 장사하고자 하여, 공자에게 "그에게 상례(殤禮)를 적용하지 않은 것이 어떠한가?"라고 묻자 "미성년자라 할지라도 국가를 위하여 죽었으니 상례를 적용하지 않는 것이 좋다."라고 답하였다. 《禮記 檀弓下》
주석 183)정확(鼎鑊)
형벌의 도구로 사람을 삶아 죽이는 가마솥이다.
주석 184)도거(刀鉅)
형구(形具)를 가리킨다. 도는 거세(去勢)하는 데 쓰는 칼이고, 거는 월형(刖刑)에 쓰는 톱이다.
祭梁海心文
漆嫠之不緯何故。汪童之勿殤何義。天理之根於人心者。不以婦孺而有間。況生爲丈夫。身爲士子。而讀先王之書。服先王之敎者乎。擧事未就。而身陷禍罟。牢獄之囚。絶島之行。何所不至。鼎鑊在前。刀鉅在後。而神守不撓。言辭峻直。有以聳萬夫之觀瞻。明千古之義理者。爲何如耶。事雖未就而所就者忠。身雖不存而所存者義。君其於此庶乎無憾。義林一病沈綿。不出户庭。爲四五年。前未能趨省於置棘之時。後未能奔哭於返柩之日。此豈平昔相厚之誼耶。綴哀緘辭。玆以告訣。