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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호남근현대문집
  • 일신재집(日新齋集)
  • 권16
  • 제문(祭文)
  • 김백현에 대한 제문(祭金伯顯文)

일신재집(日新齋集) / 권16 / 제문(祭文)

자료ID HIKS_OB_F9001-01-202101.0016.0001.TXT.0038
김백현에 대한 제문
오호라! 말세라 세상의 등급이 떨어져 순진함이 날로 삭막해져 온량(溫良) 개제(愷弟)하고 질실(質實) 근각(謹慤)하여 본분에 의지하고 도리를 가까이하여 세간의 갖가지 병통이 없는 것이 우리 백현 같은 사람이 몇 명이나 있겠는가? 무거운 짐은 한 팔로 옮길 수 있는 것이 아니고 세찬 물결은 한 줌의 흙으로 막을 수 있는 것이 아니어서, 비록 사속(絲粟)이나 모발(毛髮) 같은 사소한 어짊과 두공[欂櫨]이나 문턱[扂楔] 같은 사소한 재목이라도 많을수록 더욱 좋고 쌓일수록 더욱 기이하니, 반드시 모름지기 모두 받아서 함께 저축하여 서로 기뻐하고 뜻이 맞은 뒤에야 많은 세상일을 수습하고 많은 세상의 가르침에 도움을 줄 수 있네. 어찌하여 근년 이래로 아침에 한 사람을 잃고 저녁에 한 사람을 잃어, 오직 많아지지 않을 뿐 아니라 도리어 줄어들고 오직 쌓이지 않을 뿐 아니라 도리어 흩어지는가? 외롭고 쓸쓸하여 풍색이 좋지 못하니, 상구(上九)의 박(剝)주 175)이 아직 이렇게 다하지 않으니 크게 올 복괘(復卦)가 다시 어느 때에 있겠는가? 더구나 우리들 약간의 사람이 궁벽한 산 적막한 물가에서 어렵게 상종하며 강사(講社)를 열고 강규(講規)를 세워 구구하게 남은 날을 위한 계획으로 삼은 것이 얼마나 부지런하였는데, 학산(䳽山)·오계(梧溪)주 176)·신암(愼庵)주 177)·근재(謹齋)주 178) 같은 이들이 차례로 돌아가신 지 오래 되었으니 어떠하겠는가. 근래 또 송하(松下)주 179)를 잃었고, 또 이어서 군을 잃었으니, 남은 생애 쓸쓸하여 무료하고 의지할 곳 없어 세상만사는 따라서 장차 쉬어야 하지 않겠는가. 개연히 나는 자나 깨나 탄식하니 눈물이 옷깃을 적시네.
오호라! 늙으신 부모님이 당에 계시고 둘째 아드님이 아직 관례를 치르지 않아 끝내지 못한 빚이 있으니. 이것이 유감스러움이 되네. 그러나 고금의 인물들 가운데 어찌 일을 끝내고 돌아가신 분이 있었던가. 뒷사람에게 맡기면 눈을 감을 수 있고, 더구나 북풍이 불고 눈비가 내려 시상(時象)이 두려우니, 오늘 떠나는 것이 돌아가는 구름 속의 높이 나는 기러기와 속진에서 벗어난 맑은 매미가 되지 않을 줄 어찌 알겠는가. 하산(鰕山)의 풍월과 회촌(會村)의 수석에 남은 풍운(風韻)은 백세토록 불후할 것이네. 눈물 섞어 슬픔을 진술하여 이렇게 제사 올리니, 어둡지 않은 혼령 계실 것이니 혼령이여 흠향하소서.
주석 175)상구(上九)의 박(剝)
《주역》 박괘(剝卦) 상구(上九)를 말하는데, 박괘(剝卦)는 5개의 음효와 1개의 양효로 구성되어 있다. 음의 세력이 강해져 혼란스럽지만, 양이 완전히 소멸되지는 않은 상태를 말한다.
주석 176)오계(梧溪)
문봉환(文鳳煥, 1849∼1890)의 호이다.
주석 177)신암(愼庵)
노응규(盧應奎, 1851~1907)의 호이다. 자는 성오(聖五), 본관은 광주(光州)이다. 지금의 경상남도 함양군 출신이다. 허전(許傳, 1797~1886)의 문인이고, 최익현(崔益鉉, 1833~1907) 등을 사사하였다. 1895년 을미사변으로 명성황후(明成皇后)가 시해되자, 의병을 일으켜 진주성을 장악하였으나, 일본군의 공격과 내부의 반란으로 성이 함락되자, 아버지와 형은 살해되고 가산이 몰수되는 비운을 겪었다. 1902년 한때 조정의 관직을 맡은 적이 있으나, 1905년 을사조약이 체결되자 관직을 버리고 다시 의병 활동을 계속하다가 1907년 결국 체포되어 옥사하였다. 윤병현(尹秉玹, 1857~?)의 호이다, 자는 치화(致化), 호는 신암(愼庵), 본관은 남원(南原)이다. 여기서는 누구를 가리키는 지 정확하지 않다.
주석 178)근재(謹齋)
김규원(金奎源, 1852∼?)의 호이다. 자는 문현(文見), 본관은 경주(慶州)이다.
주석 179)송하(松下)
안국정(安國禎, 1854∼1898)의 호이다.
祭金伯顯文
嗚呼。叔季世降。淳眞日索。而溫良愷弟。質實謹慤。依本分近道理。無世間種種病痛如吾伯顯者。有幾人耶。重任非隻肘可運。奔波非捧土可塞。雖絲粟毛髮之賢。欂櫨扂楔之材。多多而益善。積積而愈奇。必須俱受倂蓄。交驩相得。然後可以收拾得多少世事。補裨得多少世敎。奈之何。近年以來。朝而失一人焉。暮而失一人焉。不惟不多而反以損之。不惟不積而反以散之。踽踽零零。風色不佳。未知上九之剝。尙爾未盡。而大來之復。更在何時耶。況吾儕若干人。間關相從於窮山寂寞之濱。開講社立講規。以爲區區餘日之計者。何等密勿。而如䳽山梧溪愼庵謹齋。次第凋謝者久矣。近又失松下。又繼而失君焉。餘生落落。無聊無賴。世上萬事。從之而可且休歇耶。慨我寤歎。淸血沾衿。嗚呼。老親在堂。次胤未冠。未了之債。此爲可憾。然古今人物。安有了事而就化者耶。付之後人。可以瞑目。況北風雨雪。時象可怕。則今日之行。安知不爲歸雲之冥鴻。蛻塵之淸蟬耶。鰕山風月。會村水石。遺風餘韻。百歲不朽。和淚述哀。奠此侑儀。不昧者存。靈其歆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