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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권16
  • 제문(祭文)
  • 권자후에 대한 제문(祭權子厚文)

일신재집(日新齋集) / 권16 / 제문(祭文)

자료ID HIKS_OB_F9001-01-202101.0016.0001.TXT.0036
권자후주 167)에 대한 제문
오호라! 자후가 어찌 여기에 그치는가? 예로부터 지금까지 현인 지사(賢人志士)가 수를 얻지 못하고 중도에 요절한 사람이 얼마나 많겠는가만 지금 자후의 죽음은 가장 애석한 것이 있네.
오호라! 한산(閒散)한 곳에 버려져 있다가 문득 쓸쓸한 지경에 이르고 끝내 영남의 한 포의로 마친 것은 족히 자후를 위해 애석할 것이 없고, 거적으로 만든 문에 아무것도 없는 방에서 소산(蕭散)하고 담박(淡泊)하여 죽은 뒤 식구들을 보호할 계책이 있음을 보지 못한 것은 족히 자후를 위해 애석할 것이 없고, 맏아들이 장성하여 관례를 치렀으나 아내를 맞이하지 못하여 비록 서운할 것 같지만 짚신이나 갓끈 같은 물건도 반드시 짝이 있으니, 또한 족히 자후를 위해 애석할 것이 없네.
오호라! 하늘과 땅이 뒤바뀌고 해와 별이 어두워졌으니 우리의 남은 생애 실로 족히 따질 것이 없지만 바라기는 덕 있고 명명 있는 다소의 사람들이 세간에 섞여 있으면서 그들로 하여금 아침에 한 사람을 인도하고 저녁에 한 사람을 깨우쳐 선한 사람이 많아지고 악한 사람이 적어지게 하여 조금이나마 회복을 도모할 날이 있기를 바랐는데, 얻지 못할 뿐 아니라 도리어 잃게 될 줄을 어찌 알았겠으며, 더하지 못할 뿐 아니라 도리어 덜게 될 줄을 어찌 알았겠는가! 하늘이 화를 내린 것을 후회하지 않아서 할 수 있는 것이 없다면 마땅히 손을 잡고 발을 밟아주 168) 채찍을 나란히 하여 수레를 함께 타기를 마치 학린(涸鱗)주 169)이 서로 적셔주고 탕슬(湯蝨)주 170)이 서로 위로하는 것처럼 하여 살아서는 함께 도원(桃源)주 171)의 백성이 되고 죽어서는 함께 소흥(紹興)주 172)의 선비가 되는 것, 이것이 평소 서로 기대했던 뜻이 아니던가? 어찌하여 갑자기 이 세상과 우리들을 버림이 이와 같은가!
고개(영남)의 구름은 막막하고 호수(호남)의 바람은 쓸쓸하네. 천고의 강개한 마음에 산은 참담해 하고 물은 오열하네. 천 리에서 제문 지어 슬픈 마음 깃들이네.
주석 167)권자후(權子厚)
권기덕(權基德, 1856~1898)을 말한다. 자는 자후, 호는 삼산(三山), 본관은 안동(安東)이다.
주석 168)발을 밟아
만류한다는 뜻이다. 한신(韓信)이 스스로 왕이 되겠다며 사자를 보내자 한 고조(漢高祖)가 화를 내며 꾸짖었는데, 진평(陳平)이 고조의 발을 밟으며 귓속말로 형세가 불리하니 왕으로 봉해주라고 한 고사에서 나온 말이다. 《史記 卷92 淮陰侯列傳》
주석 169)학린(涸鱗)
수레바퀴 자국에 고인 물에 있는 물고기로 어려움에 처한 상황을 말한다. 《장자》 〈외물(外物)〉에 수레바퀴 자국[涸轍]에 고인 얕은 물속에서 말라 들어가며 헐떡이는 붕어[鮒魚]가 약간의 물[斗升之水]만 부어 주면 살 수 있겠다고 하소연하는 내용이 있다.
주석 170)탕슬(湯蝨)
벼룩과 이로, 서로 위로한다는 말이다. 《회남자(淮南子)》 〈설림훈(說林訓)〉에 "목욕할 채비가 갖추어지면 벼룩과 이가 서로 애도한다.[湯沐具而蟣蝨相弔]"라고 한 데서 온 말이다.
주석 171)도원(桃源)
도연명(陶淵明, 365~427)의 〈도화원기(桃花源記)〉에서 일컬은 무릉도원(武陵桃源)을 말한다. 진(秦)나라 화를 피하여 들어간 사람들이 살았던 세상 밖의 별천지이다.
주석 172)소흥(紹興)
중국 남송(南宋) 고종(高宗)의 두 번째 연호로, 1131~1162년에 해당한다.
祭權子厚文
嗚呼。子厚何以止於斯。自古至今。賢人志士。未得其壽而中途夭逝者。何限。而今於子厚之逝。最有所痛惜者。嗚呼。投閒置散。淹到落莫。終之以嶠南一布衣。未足爲子厚惜也。席門磬室。蕭散淡泊。未見有身後庇眷之策。未足爲子厚惜也。胤子年壯。旣冠未室。雖若可憾。而葛屨冠緌。物必有耦。亦不足爲子厚惜也。嗚乎。天地飜覆。日星晦沈。吾輩殘生。固不足爲有無。而庶幾宿德雅望多少人。參錯在世間。使之朝牖一人。暮誨一人。至於爲善者多。爲惡者少。而冀有一分圖回之日。豈知不惟不得而反以失之。不惟不添而反以損之耶。天不悔禍。如無可爲。則當携手躡足。聯鞭同車。如涸鱗之相濡。湯蝨之相弔。生則俱爲桃源之民。死則共爲紹興之儒。此非平日相期之意耶。如何如何。遽棄斯世與吾儕若是耶。嶺雲漠漠。湖風瑟瑟。千古慷慨。山慘水咽。緘辭千里。以寓一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