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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신재집(日新齋集)
  • 권16
  • 제문(祭文)
  • 노우언에 대한 제문(祭盧禹言文)

일신재집(日新齋集) / 권16 / 제문(祭文)

자료ID HIKS_OB_F9001-01-202101.0016.0001.TXT.0034
노우언주 163)에 대한 제문
군이 어찌 이 지경에 이르렀단 말인가, 군이 어찌 이 지경에 이르렀단 말인가! 대대로 내려온 유업은 전술한 이가 있는가? 평소의 오랜 뜻은 성취시킬 이가 있는가? 가문의 계획은 맡을 이가 있는가? 집안의 부탁은 맡길 이가 있는가? 이른 나이에 부모를 잃고 만년에 형제도 없이 객지에서 외롭고 쓸쓸하게 지내다가 또 이렇게 갑자기 돌아가시고 단지 한 명의 어린 아들만 외로이 품속에 있으니, 정경을 생각하면 사람의 마음을 아프게 하네. 하늘이여, 하늘이여! 어찌 여기에 이르게 하였는가!
아름답고 화락한 위의와 강직하고 질박한 자질로 의를 귀하게 여기고 재물을 가볍게 여겨 선과 인을 쌓았으니, 마을에서 모두 감동하여 칭송하고 사우들이 추중하여 감복하였네. 나는 만년에 멀지 않은 곳에 이사하여 지내며 비록 떠돌며 곤궁하고 초췌함이 지극하였으나 생존해 갈 수 있었던 것은 그대가 구휼해 준 덕분이 아니라고 누가 말하겠는가. 마음으로나 말로나 어느 날인들 잊겠는가. 그런데 신세가 황량하여 한결같이 얽매여 군이 병들었을 때 살피지 못하였고 죽었을 때 영결하지 못했으니, 내가 군에게 저버리고 저버린 것이 많지 않은가. 애통하고 애통하도다!
오호라! 하늘이 능히 사람을 이기지 못한 지 오래되었고, 더구나 지금 말세의 운수는 전도되어 헤아리기 어려운 날에야 어떠하겠는가. 선한 사람이 능히 복을 받지 못하고 어진 사람이 능히 장수를 누리지 못하는 것은 실로 마땅하네. 그러나 하늘이 사람을 이기는 것은 반드시 그 날이 올 것이니, 지금 품속에 있는 고아가 석과(碩果)주 164)의 종자가 되어 장래에 번성하게 되지 않을 줄 어찌 알겠는가. 혼령은 눈을 감고 유감을 갖지 마소서.
주석 163)노우언(盧禹言)
노창석(盧昌錫, 1861∼?)을 말한다. 자는 우언, 호는 월파(月坡), 본관은 광산(光山)이다.
주석 164)석과(碩果)
《주역》 〈박괘(剝卦) 상구(上九)〉에 "큰 과일은 먹히지 않는다.[碩果不食]"라는 말에서 나왔는데, 이는 다섯 개의 효(爻)가 모두 음(陰)인 상태에서 맨 위의 효 하나만 양(陽)인 것을 석과(碩果)로 비유한 것으로, 하나 남은 양의 기운이 외로운 것처럼 보이지만 결코 끊어지지 않고 계속 이어진다는 뜻이다.
祭盧禹言文
君何至於斯耶。君何至於斯耶。世來遺業。其有述之者耶。平日宿志。其有就之者耶。門戶之計。其有任之者耶。家室之托。其有委之者耶。早而孤露。晩而終鮮。客地踽凉。又此奄忽。而只有一箇幼孩。孑然在懷。言念情景。令人傷神。天乎天乎。胡令至此。以休休愷悌之儀。侃侃質慤之姿。貴義輕財。積善累仁。閭里感誦。士友推服。余於晩暮。移寓不遠。雖流離困悴之極。而所以存活得過。誰謂非吾友賙恤之力也。心乎謂矣。何日忘之。而身事荒凉。一味絆縶。病焉而未得相省。歿焉而未得相訣。吾之負負於君者。不其多矣乎。痛哉痛哉。嗚呼。天之不能勝人久矣。況今叔季數運。顚倒難測之日乎。善之不能獲福。仁之不能享壽。固其宜也。然天之勝人。必有其日。則見今在懷之孤。安知不爲碩果之種而蕃衍於來許耶。靈其瞑目。勿使有遺憾耶。