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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신재집(日新齋集)
  • 권16
  • 제문(祭文)
  • 이광빈에 대한 제문(祭李光彬文)

일신재집(日新齋集) / 권16 / 제문(祭文)

자료ID HIKS_OB_F9001-01-202101.0016.0001.TXT.0033
이광빈주 154)에 대한 제문
공은 풍골(風骨)과 기격(氣格)의 준수하고 시원함은 실로 속세의 인물이 아니고, 강방(剛方)하고 정직(正直)한 행실과 청결(淸潔)하고 견개(狷介)한 지조는 또 한 무리 군자의 유(儒)가 되기에 족하네. 중년 이후로 종유하여 강론하면서 돌이켜 요약하고 근원을 궁구하여 마음은 날로 열려 시원해지고 행보는 날로 펼쳐지고 넓어져 장차 사문의 희망을 맡기고 후학의 터전이 될 것이 실로 적지 않았네. 이와 같은 선파(璿派)주 155)의 귀족(貴族)으로 먼 시골에 떠돌며 지내게 되었으니, 그 문벌은 자자한 집안이라 할 수 있고 그 기량은 세상에 쓰일 만 한데도 천진에 맡기고 분수를 미루어 억지로 영위하고 추구하는 것이 없이 손수 농사짓고 몸소 물고기 잡으며 서당을 열고 결사를 맺어 때로 예악을 펼치는 자리에서 시를 읊조리고 산수에 임하여서는 연하(煙霞)의 밖에 마음을 씻어 내었으니, 그 뛰어나고 빼어난 운치와 의표, 맑고 훌륭한 행실과 자취는 실로 보통 사람과 함께 두고 말하지 못할 것이 있네.
의림(義林)은 떠돌며 외롭고 괴로워 의지할 곳은 오직 벗들뿐이었는데, 근년 이래 영귀정(詠歸亭)에서 종유하던 동년의 노인들로 문익중(文翊中)주 156)·박학중(朴學中)주 157)·김문현(金文見)주 158)·김보현(金普見)·안순견(安舜見)주 159)·윤흥서(尹興瑞)주 160) 등 여러 사람들이 서로 이어서 돌아가시고, 오직 우리 간재(澗齋)만이 우뚝 홀로 살아있어 마치 새벽으로 향하는 별과 같고 가을을 지난 국화 같았네. 적을수록 더욱 귀하고 외로울수록 더욱 친하여 조금 남은 생애 구구하게 의지할 계획으로 삼아 마치 보거(輔車)주 161)가 서로 기다리고 공거(蛩蚷)가 서로 의지하는 것주 162) 같이 하려고 하였는데, 하늘이 원로를 남겨두지 않고 귀신은 가만히 도와주지 않아 나이 50에 갑자기 이렇게 돌아가실 줄 누가 알았겠는가. 오호 통재라!
학문의 진전은 아직 힘을 다하지 못한 것이 있고, 강론하며 모이는 규약은 아직 실마리를 다하지 못한 것이 있고, 심성(心性)에 대한 논의는 아직 분변을 다하지 못한 것이 있으니, 이 다하지 못한 빚을 가지고 장차 누구에게 설파하겠는가? 또한 묵묵하게 머금고 참아 다만 저승에서 후일의 기약을 기다려야 할 것인가. 양호(楊湖)와 음강(陰江), 예성산(禮星山)과 속금산(束金山)은 우리들이 옛날 글을 짓고 술을 마시던 장소가 아니던가. 연운(煙雲)과 수석(水石)은 의연하게 어제와 같은데 함께 유람하며 감상하던 이는 유독 한 사람도 없으니, 인생이 실로 이와 같단 말인가! 눈길 닿고 다니는 곳마다 마음이 상하지 않음이 없네. 거문고 부서지고 줄은 끊어져 만사가 이미 끝났네. 산천이 슬퍼하고 그리하니, 천고에 아득하네.
주석 154)
이광빈(李光彬):이기백(李琪白, 1854∼?)이다. 자는 광빈, 호는 간재(澗齋), 본관은 광산(光山)이다. 정의림의 문인이다.
주석 155)선파(璿派)
전주 이씨(全州李氏) 왕실에서 갈라져 나온 종파(宗派)를 이른다.
주석 156)문익중(文翊中)
문봉환(文鳳煥, 1849∼1890)을 말한다.
주석 157)박학중(朴學中)
박인진(朴麟鎭, 1846∼1895)을 말한다.
주석 158)김문현(金文見)
김규원(金奎源, 1852∼?)을 말한다. 자는 문현, 호는 근재(謹齋), 본관은 경주(慶州)이다.
주석 159)안순견(安舜見)
안국정(安國禎, 1854∼1898)을 말한다.
주석 160)윤흥서(尹興瑞)
윤자선(尹滋宣, 1852∼?)을 말한다. 자는 흥서, 호는 남계(藍溪), 본관은 파평(坡平)이다.
주석 161)보거(輔車)
서로 긴밀히 의지하는 관계를 비유한 말이다.
주석 162)공거(蛩蚷)가……것
공은 공공(蛩蛩)이고 거는 거허(蚷虛)인데, 전설상의 두 짐승의 이름이다. 늘 같이 따라 다닌다고 하여 교분이 두터운 친한 관계를 비유한다.
祭李光彬文
公風骨氣格。雋茂軒暢。固非俗下人物。而剛方正直之行。淸潔狷介之操。又足以爲一隊君子之儒。中年以來。游從講聚。反約窮源。胸次日以開爽。地步日以展拓。將以寄斯文之望而爲後學之地者。實有不淺。以若璿派貴族。而流落遐荒。其門地可藉矣。其才器可需矣。而任眞推分。無營無求。手把犁鋤。身服漁樵。開塾結社。時以諷詠乎絃俎之場。登山臨水。間以淘暢於煙霞之表。其偉韻遐標。淸裁逸躅。實有非常調人所可同年而語者矣。義林流離孤苦。所賴惟友。比年以來。詠亭游從。年輩耆舊。如文翊中朴學中金文見金普見安舜見尹興瑞諸人。相繼殞逝。惟有我澗齋。屹然獨存。如向晨之星。如經秋之菊。愈少而愈貴。愈孤而愈親。以爲多少餘日區區毗倚之計。如輔車之相須。蛩蚷之相資。誰知天不憖遺。鬼不陰護。而行年五十。遽爾告終耶。嗚呼痛哉。學問進就。尙有未盡力者矣。講聚規約。尙有未盡緖者矣。心性論議。尙有未盡辨者矣。持此未盡之債。其將向誰而說破耶。抑默默含忍。直待泉臺後日之期耶。楊湖陰江禮星束金。其非吾輩疇昔文酒之場耶。烟雲水石。依然如昨。而所與遊賞者。獨無一人焉。人生固如是耶。觸目經行。無非傷心。琴破絃斷。萬事己已。山哀浦思。千古悠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