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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권16
  • 제문(祭文)
  • 문집중에 대한 제문(祭文集仲文)

일신재집(日新齋集) / 권16 / 제문(祭文)

자료ID HIKS_OB_F9001-01-202101.0016.0001.TXT.0032
문집중에 대한 제문
오호라! 헤어지고 합함은 서로 의지하고 모이고 흩어짐은 서로 교대하네. 그러나 합하기는 어렵고 헤어짐은 쉬우며, 모이는 것은 짧고 흩어지는 것은 기니, 이 속진의 좋지 못한 기능과 덧없는 인생의 빚진 업보가 본래 이와 같은 것인가?
지난 병술년(1886, 고종23)에 내가 그대 백씨(伯氏)와 무등산[瑞石山]에서 바람 쐬며 시를 읊조리고 돌아와 강론할 집을 마련하여 끊임없이 왕래할 계획을 하였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백씨가 나를 버리고 돌아가시어 그 전형이 아우들에게 남아 있었던 것은 오히려 붕우의 바람을 위로할 수 있는 것이 있었네. 이번 을미년(1895, 고종32) 봄에 내가 성동(星洞)에서 가천(佳川)으로 공을 따라 가 이웃을 맺어 노년을 보내며 갚지 못한 오랜 빚을 보상하려 하였네. 얼마 지나지 않아 공은 다른 곳으로 이사하였는데 인하여 병마에 시달리다가 결국 일어나지 못하게 되었네.
오호라! 서로 알았던 날을 손꼽아보니 지금 30여 년이 아니던가? 1년에 한 번 보거나 혹 두 번 보았고, 서로 보았던 시간 또한 하루 이틀에 불과 하였네. 이것으로 계산해 보면 이른바 30년이라는 것은 그 실상은 단지 2, 3개월에 불과할 따름이네. 세상에 살아 있을 대에도 오히려 이와 같았는데 더구나 각자 저승과 이승으로 영원히 작별하게 되었으니 어떠하겠는가. 어찌 합하기는 어렵고 헤어짐은 쉬우며 모이는 것은 짧고 흩어지는 것은 긴 것인가?
백수의 노쇠한 나이에 벗들은 신성(晨星)주 152)이 되어, 들어가서는 지낼 곳이 없고 나가서는 갈 곳이 없으니, 외롭고 쓸쓸한 처지 이 무슨 신세인가? 근래 보건대 영정(詠亭)주 153)에서 종유하던 이가 죽은 사람이 20여 명인데 모두 내보다 나이가 적으니, 나는 유독 어떤 사람이기에 오래도록 죽지 않고 있는가? 생각건대 반드시 오래지않아 공의 백씨 중씨와 함께 저승에서 만나 기쁘게 교유하면서 다시는 이별하는 한이 없을 것이니, 누가 저승 또한 인간세상과 같다고 말하는가?
주석 152)신성(晨星)
새벽별이라는 뜻인데, 벗들이 잇달아 죽어 마치 새벽별처럼 얼마 남지 않았음을 비유한 말이다. 당(唐)나라 시인 유우석(劉禹錫)의 〈송장관부거병인(送張盥赴擧幷引)〉에 "옛날에 함께 급제했던 벗들과 어울려 노닐 적에는 말고삐를 나란히 하고서 마치 병풍처럼 대로를 휩쓸고 돌아다녔는데, 지금 와서는 마냥 쓸쓸하기가 새벽 별빛이 서로들 멀리서 바라보는 것 같기만 하다.[嚮所謂同年友, 當其盛時, 聯袂齊鑣, 亘絶九衢, 若屏風然, 今來落落, 如晨星之相望.]"라고 한 데서 나온 말이다.
주석 153)영정(詠亭)
영귀정(詠歸亭)으로, 정의림(鄭義林)이 강학을 위해 1893년 12월에 전라남도 화순군 춘양면 회송리(會松里)에 건립한 건물이다. 여기에 아홉 성인의 진영(眞影)을 봉안하였다.
祭文集仲文
嗚呼離合相倚。聚散相襌。然合之難而離之易。聚者短而散者長。此塵海伎倆。浮生債業。本自如是耶。曩在丙戊。余與尊伯氏。風詠瑞石。歸開講社。爲源源之規。居無幾何。伯氏棄我而逝。其典刑之存於季難者。猶有可以慰朋友之望。是於乙未春。余自星洞從公于佳川。爲結隣終老。以償宿債之未了者矣。未幾公搬移他所。因爲二竪所苦。而竟至不起。嗚呼。屈指相知。今非三十餘年耶。一年而一。或再相見。其相見之頃。亦不過一兩日。以此計之。所謂三十年者。其實只是兩三月而已。生在世間。猶尙如此。況一幽一明而終天爲別乎。何合之難而離之易。聚之短而散之長耶。白首頹齡。知舊晨星。入無所寓。出無所適。踽踽凉凉。此何景色。近見詠亭從遊爲鬼者。二十餘人。而皆吾年下。則我獨何人。久無此行耶。想必非久。而與公伯仲。相遇於泉臺。驩然交遊。無復分離之恨。誰謂泉臺亦如人間世耶。