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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신재집(日新齋集)
  • 권16
  • 제문(祭文)
  • 조원홍 인환 에 대한 제문(祭曺元弘【仁煥】文)

일신재집(日新齋集) / 권16 / 제문(祭文)

자료ID HIKS_OB_F9001-01-202101.0016.0001.TXT.0026
조원홍주 120) 인환 에 대한 제문
공은 영특하고 호걸스러운 자질로 가정에서 시례(詩禮)의 기풍을 익혀 문아(文雅)가 넉넉하고 시원하며 행의(行義)가 빛나고 아름다웠네. 사물의 이치와 세상의 일에 이르기까지 환히 알지 못하는 것이 없고, 경륜과 지략은 무리에서 매우 뛰어나 성대하게 남쪽 지방의 명사가 되고 위대하게 이 세상의 통유(通儒)가 되었네. 다만 도가 시대와 어긋나 능히 시험해보지 못하고 산림에서 한가로이 지내며 세상을 마쳤네.
보잘것없는 내가 외람되이 벗이 되어 경계하며 절차탁마한 것이 지금 10년이 되었네. 갑오년의 변란주 121) 때 자정(自靖)의 마땅함으로 내게 고해 주었고, 병신년의 거사주 122) 때 의에 처하는 정미한 뜻을 나에게 고해 주었으니, 오호라! 말이 아직도 귀에 생생하네.
모래와 자갈은 뒤에 남았고주 123) 앞의 바다는 넘실거리는데 키를 잃은 배가 장차 어디에 정박하겠는가? 천지간에 외로운 신세 마음이 타는 듯하네. 세월이 머물지 않아 묘소의 풀이 이미 묵었네. 병을 무릅쓰고 어려운 걸음으로 늦게야 비로소 와서 곡하니, 정은 친밀해도 예는 엉성하여 저버린 죄 매우 깊네.
주석 120)조원홍(曺元弘)
조인환(曺仁煥, 1846∼?)을 말한다. 자는 원홍, 호는 병은(病隱), 본관은 창녕(昌寧)이다.
주석 121)갑오년의 변란
1894년(고종31) 6월 21일에 일본군이 경복궁에 침입하여 궁궐을 점령한 사건을 말하는데, 이를 통상 갑오변란(甲午變亂)이라고 한다.
주석 122)병신년의 거사
아관파천(俄館播遷)으로, 1896년 2월 11일 친러 세력과 러시아 공사가 공모하여 비밀리에 고종을 러시아 공사관으로 옮긴 사건을 말한다.
주석 123)모래와……남았고
원문의 "사석재후(沙石在後)"를 풀이한 말이다. 진(晉)나라 왕탄지(王坦之)와 범계(范啓)가 서로 앞을 양보하면서 걸어가다가 뒤에 처지게 된 왕탄지가 "곡식을 까불며 바람에 날리면 겨와 쭉정이가 앞에 있게 마련이다.[簸之颺之, 糠粃在前.]"라고 한마디 하자, 범계가 "조리질을 하며 물에 흔들면 모래와 자갈이 뒤에 있게 마련이다.[淘之汰之, 沙礫在後.]"라고 한 데서 나온 말이다. 《世說新語 排調》
祭曺元弘【仁煥】文
公以英邁豪傑之姿。擩染乎家庭詩禮之風。文雅贍暢行義煒曄。至於物理世故。無不通曉。而經綸智略。絶出等夷。蔚然爲南服之名士。偉然爲斯世之通儒。但道與時違。莫克有試。而婆娑邱林。聊以卒歲。余以無狀。猥與爲友。規警切磋。十年于玆。甲午之變。告我以自靖之宜。丙申之擧。戒我以處義之精。嗚乎。言猶在耳。沙石在後。前洋瀰漫。失柁之船。將何所依泊耶。俯仰煢煢。心焉如燬。日月不留。墓草已宿。力疾艱步。晩始來哭。情密禮踈。辜負殊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