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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신재집(日新齋集)
  • 권16
  • 제문(祭文)
  • 조태빈에 대한 제문(祭趙泰彬文)

일신재집(日新齋集) / 권16 / 제문(祭文)

자료ID HIKS_OB_F9001-01-202101.0016.0001.TXT.0025
조태빈에 대한 제문
글을 짓고 술 마시는 벗은 얻기 쉬우나 강마(講磨) 하는 벗은 얻기 어려우며, 강마 하는 벗은 얻기 쉬우나 생사를 함께하는 벗은 얻기 어렵네. 군은 나에게 비록 나이가 조금 적고 교분을 맺은 것이 조금 늦지만, 글을 짓고 술을 마시는 놀이와 강마하는 모임에 함께 한 것은 거의 많은 해가 되었네. 시사(時事)가 한번 변하여 풍색(風色)을 헤아리기 어렵게 되어서는 함께 짝이 되어 자정(自靖)주 117)의 뜻으로 개연히 스스로 허여한 사람은 대개 몇 명 없는데, 군이 그 중 한 사람이네. 살기를 좋아하고 죽기를 싫어하는 것은 인정상 실로 당연한 것인데 경중과 취사의 분별이 평소 마음에 정해져 있지 않으면 어찌 능히 그럴 수 있었겠는가. 이에 군은 생사를 함께할 벗이 되는 것에 의심이 없음을 알 수 있을 것이네.
강마 하는 벗은 열에 한 사람도 없고 생사를 함께 하는 벗은 백에 한 사람도 없는데, 군은 이미 나를 버리고 가버렸네. 노년에 서로 지키려던 뜻과 북풍(北風) 불 때 함께 돌아가자던 약속은 연기처럼 사라지고 구름처럼 공허해져 오유(烏有)의 고을주 118)로 돌아가 버려 백아(伯牙)가 홀로 노래하는 슬픔과 동리(東里)에 더불 이가 없다는 탄식주 119)이 아득한 천지에 어찌 끝이 있겠는가. 천지간에 외로운 몸 눈물이 쏟아지는 듯하네. 노쇠한 몸에 병이 들어 갑자기 달려가 문상하기 어려워 이렇게 제문을 지어 애통한 마음 깃들이네.
주석 117)자정(自靖)
자신의 분의에 마땅하게 처신하여 스스로를 편안하게 한다는 뜻이다. 《書經 商書 微子》
주석 118)오유(烏有)의 고을
허무하게 됨을 말한다. 한(漢)나라 때 사마상여(司馬相如)가 〈자허부(子虛賦)〉에서 자허, 오유선생(烏有先生), 무시공(亡是公)이라는 가공의 세 인물을 설정하여 문답을 전개했는데, 자허는 '빈말'이라는 뜻이고 오유선생은 '무엇이 있느냐'는 뜻이고 무시공은 '이 사람이 없다'는 뜻이다. 후세에 허무한 일을 말할 때 흔히 자허·오유라 하였다.
주석 119)동리(東里)에……탄식
《장자》 〈서무귀(徐無鬼)〉에 "지금 나도 혜자가 죽은 뒤로 장석처럼 나를 알아주는 상대가 없어져서 더불어 이야기할 사람이 없어졌다.[自夫子之死也, 吾無以爲質矣, 吾無與言之矣.]"라고 한 것을 말하는 것으로 보이지만, 동리와의 관계는 미상이다.
祭趙泰彬文
文酒之友易得。而講磨之友難得。講磨之友易得。而死生之友難得。君於我。雖年紀稍後。契遇差晩。而文酒之遊。講磨之會。爲幾多年矣。至於時事一變。風色叵測。則以同仇自靖之意。慨然自許者。槩無幾焉。而君其一也。好生惡死。人情固然。而輕重取舍之分。非有素定於內。則安能乃爾。於是而知君之爲死生之友無疑矣。講磨之友。十無一焉。死生之友。百無一焉。而君旣棄我而逝矣。老年相守之志。北風同歸之約。烟消雲空。歸於烏有。而伯牙獨唱之悲。東里無與之歎。悠悠天地。曷有已哉。俯仰煢煢。淸血如注。衰軀嬰病。遽難趨造。聊此緘辭。以寓一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