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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신재집(日新齋集)
  • 권16
  • 제문(祭文)
  • 봉남 홍공에 대한 제문(祭鳳南洪公文)

일신재집(日新齋集) / 권16 / 제문(祭文)

자료ID HIKS_OB_F9001-01-202101.0016.0001.TXT.0011
봉남 홍공주 67)에 대한 제문
공은 준수하고 시원한 자질로 가정에서 학문한 공을 익혀 위연(偉然)히 효우(孝友) 개제(愷弟)의 행실이 있었고, 의연(毅然)히 강방(剛方) 정직(正直)한 덕이 있었고, 충연(充然)히 경륜(經綸) 시위(施爲)의 재주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도가 때와 더불어 어긋나고 세상이 나를 알아주지 않아 오솔길을 내어 꽃을 심고 산을 구입하여 정자를 지어 만년에 기오(寄敖)주 68)할 장소로 삼았는데, 조물주가 시기하고 좋은 일에 장난치는 일이 많아 오래도록 그 즐거움을 누리지 못하게 하여 갑자기 이렇게 세상을 떠날 줄 누가 알았겠습니까.
오호라! 궁통(窮通)은 운명이고 사생(死生)은 하늘에 달렸으니, 하늘과 운명은 나에게 달려 있지 않은 것이 있고, 내가 한 덩이 혈기로 하여금 능히 그 명정(明淨)하고 순결(純潔)함을 보호하여 천지 부모에게 돌려놓는 것은, 공은 여기에 이르러서는 거의 유감이 없을 것입니다.
의림(義林)은 왕래하며 지낸 것이 가장 오래여서 지우를 받아 친밀하여, 꽃피는 아침이나 달뜨는 저녁, 바람 부는 대낮이나 눈 내리는 밤엔 생각하여 그리워하지 않은 때가 없었고, 글방이나 정자, 산과 들 시내와 다리에서 서로 연이어 함께하지 않은 곳이 없었고, 경·사·자·집(經史子集)이나 기·차·운·율(記劄韻律)에 대해 경도되지 않은 말이 없었습니다. 서로 만나면 밤새도록 잠자는 것도 잊고 날이 다하도록 밥 먹는 것도 잊어 끊임없이 담론하면서도 피곤한 줄 몰랐고, 만나지 못하면 날마다 인편을 보내고 달마다 우체 편을 통해 서간이 이어지고 서찰이 쌓여 장황해도 그칠 줄 몰랐는데, 지금은 끝나버리고 끝나버렸습니다.
여생을 돌아보고 생각해 보건대, 지금부터 이후로 몇 년을 더 살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그 사이 만나는 온갖 감회는 누구에게 토로할 것입니까? 혹시 쌓아두고 또 쌓아두어 훗날 서로 만난다면 장차 황천의 달 아래서 악수하고 실컷 이야기 나눌 수 있겠습니까? 아니면 변하여 사라진 것은 형체이고 그 정영(精英)과 기상(氣爽)은 항상 상상하고 꿈꾸는 사이에 흘러 통하니, 장차 꿈과 생시가 섞이고 사생이 하나여서 형체나 외물의 얽매이는 밖에서 끊임없이 왕래하며 서로 노닐 것입니까?
그 마을에 들어가니 누대와 연못은 옛날 같이 있는 것을 보겠고, 그 문에 들어가니 소나무와 국화가 여전히 남아 있는 것을 보겠고, 그 집에 들어가니 서책과 거문고가 어제같이 정연함을 보겠는데, 하나의 작은 방에는 유독 주인옹을 볼 수 없으니. 오호 통재라!
주석 67)봉남(鳳南) 홍공(洪公)
홍채주(洪埰周, 1834∼1887)를 말한다. 자는 경좌(卿佐), 호는 봉남, 본관은 풍산(豐山)이다. 저서로는 《봉남집》이 있다.
주석 68)기오(寄敖)
오만한 마음을 부친다는 뜻으로, 자기 뜻대로 자유로이 살아가는 것을 말한다. 동진(東晉) 도잠(陶潛)의 〈귀거래사(歸去來辭)〉에 "남쪽 창가에 기대어 오만함을 부치니, 무릎을 용납할 만한 곳이 편안하기 쉬움을 알겠노라.[倚南窓以寄傲, 審容膝之易安.]"라고 한 데서 인용한 말이다.
祭鳳南洪公文
公以俊茂秀爽之姿。服詩禮學問之功。偉然有孝友愷弟之行。毅然有剛方正直之德。充然有經綸施爲之才。道與時違。世莫我知。開經栽花。買山結亭爲晩暮寄敖之所。誰知造物有猜。好事多戱。使未得久享其樂。而遽此謝世耶。嗚乎。窮通命也。死生天也。天與命有不在我。而我之所以使一團血氣。能保其明淨純潔。而交還於天地父母者。公其至此。庶乎無憾矣。義林過從最久。見知密勿。花朝月夕。風日雪夜。無時而不思想。庠塾亭樓。山野溪橋。無處而不牽連。經史子集。記劄韻律。無言而不傾倒。相見則竟夜忘寢。竟日忘食。娓娓而不知倦。不見則日便月禠。連簡累牘。張皇而不知止。今焉已矣。今焉已矣。顧念殘生。未知自此能保幾年。而其間所遇百感萬懷。向誰討破也。其或積之又積。使他日相逢。將握手劇談於泉臺夜月之下耶。抑所化者形也。而其精英氣爽。常常流通於想像夢寐之間。其將混夢眞一死生。而源源相遊於形骸物累之外也耶。入其洞。見䑓池如古。入其門。見松菊猶存。入其室。見書冊琴瑟。秩秩如昨。而一區方丈間。獨不見主人翁。嗚呼痛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