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화콘텐츠
  • 특화콘텐츠
  • 호남근현대문집
  • 일신재집(日新齋集)
  • 권16
  • 제문(祭文)
  • 장흥 부사 박공 헌양 에 대한 제문(祭長興府使朴公【憲陽】文)

일신재집(日新齋集) / 권16 / 제문(祭文)

자료ID HIKS_OB_F9001-01-202101.0016.0001.TXT.0010
장흥 부사 박공주 59) 헌양 에 대한 제문
오호라! 부사께서 우리 고을에 부임한 것이 옛날 어느 때였던가? 정직한 풍모와 자혜로운 덕과 엄격하고 밝은 다스림과 훈도한 가르침이 사람들의 이목에 익숙하고 사람들의 구설에 회자되었던 것이 전후로 20년이 하루 같았습니다. 심지어 아녀자들과 하인들도 추모하여 생각하며 노래하면서 오래도록 잊지 못하였습니다. 두루 맡아서 공적을 쌓았고 늙어서 물러나 한가롭게 지내심에 남북으로 길이 멀어 인사드릴 길이 없었더니, 어찌 요망한 기운과 무지개[螮蝀]주 60)가 남쪽 지방에 들끓음에 얽힌 뿌리에 예리한 칼로 도려내는 것주 61)이 또 우리 부사에게 있을 줄 생각이나 했겠습니까. 백수(白首)의 조개(皁蓋)주 62)를 남쪽 백성들이 서로 경하하였습니다. 넉넉한 기량주 63)으로 복잡한 일 잘 처리하니 악한 무리들이 그칠 줄 알고 성을 지키는 조치는 오랠수록 더욱 견고하여 이웃 고을이 족히 힘입고 한 도가 매우 든든해졌습니다.
오호라! 하늘의 마음은 알기 어렵고 시사(時事)는 평정하기 어려우니, 귀순한 도둑이 외부의 원조를 얻어 도리어 치성하고, 달아난 적이 내부의 호응을 믿어 난입[闖入]하였네. 괴뢰(傀儡)가 사방에서 모여들고 이무기[虺蝎]가 멋대로 독을 끼칩니다. 성이 함락되고 군대가 흩어짐에 물고기를 버리고 곰발바닥을 취하였습니다.주 64) 관산(冠山)은 광채를 더하고 호수는 문득 맑아졌습니다. 상중의 사람이 망극하여 천 리에 달려가 곡하였습니다. 태양이 밝고 밝아 원수를 이에 잡았습니다. 능주[綾陽]로 돌아오는 길에 유민들 달려가 모였습니다. 감당(甘棠)주 65) 같은 쌍백(雙柏)주 66)은 슬픔에 쌓인 채 풍상을 지났습니다. 제문을 가지고 제사 드리니, 눈물이 샘처럼 쏟아집니다. 오호 통재라!
주석 59)장흥 부사(長興府使) 박공(朴公)
박헌양(朴憲陽, 1830∼1894)을 말한다. 자는 계정(繼正), 본관은 반남(潘南)이다 1858년(철종9) 식년시에 진사로 합격하여 호조 정랑을 거쳐 1894년 7월에 장흥 부사로 부임하였다. 같은 해 9월 동학군이 2차 봉기하고, 10월에 공주 우금치에서 패전한 후 수만 명이 웅치에서 장흥으로 진격하여 12월에 장령성이 함락되어 전사하였다. 《梅泉野錄 卷2》
주석 60)무지개[螮蝀]
무지개는 음양의 기운이 부당하게 어울려 생기는 것이므로 천지의 음기(淫氣)를 표상한다. 《시경》 〈용풍(鄘風) 체동(螮蝀)〉에 "무지개가 동쪽에 있으니, 감히 이를 가리킬 수가 없네.[蝃蝀在東, 莫之敢指.]"라고 하였다.
주석 61)얽힌……것
박헌양이 뛰어난 재주를 발휘하였다는 말이다. '반근(盤根)'은 '반근착절(盤根錯節)'의 준말인데 서린 뿌리와 얼크러진 마디라는 뜻으로 처리하기 어려운 일을 비유한다. 주로 외직(外職)으로 나가 맡기 어려운 고을을 잘 다스리는 것을 뜻한다.
주석 62)조개(皁蓋)
검은 비단으로 만든 수레 위에 치는 일산(日傘)으로 지방 관원의 행차를 뜻한다.
주석 63)넉넉한 기량
본문의 '회인(恢刃)'을 풀이한 말인데, 이 말은 《장자》에 나온다. 포정(庖丁)이 문혜군(文惠君)을 위하여 소를 잡고는 문혜군에게 주면서 "저는 칼을 잡은 지 19년에 잡은 소가 수천 마리나 되지만 칼날은 금방 숫돌에 간 듯합니다. 저 관절에는 반드시 사이가 있고 칼날은 두껍지 않으니, 두껍지 않은 칼날로 그 사이에 휘두른다면 반드시 넉넉함이 있습니다.[臣之刀十九年矣, 所解數千牛矣, 而刀刃若新發於硎. 彼節者有閒, 而刀刃者無厚, 以無厚入有閒, 恢恢乎其於遊刃必有餘地矣.]"라고 하였다. 《莊子 養生主》
주석 64)물고기를……취하였습니다
삶을 버리고 의를 취하였다는 말이다. 《맹자》 〈고자 상(告子上)〉에 "물고기도 내가 바라는 바요, 곰발바닥도 내가 바라는 바이지만, 두 가지를 모두 얻을 수 없으면 물고기를 버리고 곰발바닥을 취할 것이다. 삶도 내가 원하는 바요, 의도 내가 원하는 바이지만, 이 두 가지를 겸하여 얻을 수 없을진댄 삶을 버리고 의를 취하겠다.[魚, 我所欲也, 熊掌, 亦我所欲也, 二者不可得兼, 舍魚而取熊掌者也; 生亦我所欲, 義亦我所欲也, 二者不可得兼, 舍生而取義者也.]"라고 한 데서 인용한 말이다.
주석 65)감당(甘棠)
지방관이 선정(善政)을 펼친 곳을 말한다. 주(周) 문왕(文王) 때 선정을 펼친 소공(召公)이 남쪽 지방을 순행하며 감당나무 아래 머문 일이 있는데, 그 뒤 백성들이 소공의 덕을 그리워하여 감당나무를 보호하며 〈감당〉 시를 지어 읊고 제사를 지냈다. 《詩經 召南 甘棠》
주석 66)쌍백(雙栢)
북송(北宋) 때 구준(寇準)이 파동현(巴東縣)의 수령으로 있을 때 선정(善政)을 베풀었으며 관청 뜰에 손수 한 쌍의 측백나무를 심었는데, 그가 심은 측백나무를 백성들이 감당(甘棠)나무에 비겼다는 '내공백(萊公柏)'의 고사가 있다. 《與猶堂全書 第五集 政法集 卷29 遺愛》
祭長興府使朴公【憲陽】文
嗚呼。侯之來莅我鄕。在昔何時。正直之風慈惠之德。嚴明之治。董陶之教。慣人耳目。膾人口舌。前後二十年如一日。以至婦孺輿㒗。莫不追思歌詠。久而不忘。歷典積勞。退老養閒。南北脩夐。拜床無階。豈意妖氛螮蝀。南路鼎沸。而盤根利器之別。又在於我侯哉。白首皁蓋。南民相慶。恢刃剸劇。匪類知戢。城守調度。久而益固。隣壤足賴。一省差强。嗚呼。天心難知。時事難平。歸順之寇。得外援而反熾。敗遁之賊。恃內應而闖入。傀儡四集。虺蝎肆毒。城陷軍散。舍魚取熊。冠山增色湖水動淸。棘人罔極。千里奔哭。天日昭昭。仇讎斯得。綾陽歸路。遺民奔聚。甘棠雙柏。悲纒風霜。操文致侑。淚隕如泉。嗚呼痛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