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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신재집(日新齋集)
  • 권16
  • 제문(祭文)
  • 무사재 박 선생에 대한 제문(祭無邪齋朴先生文)

일신재집(日新齋集) / 권16 / 제문(祭文)

자료ID HIKS_OB_F9001-01-202101.0016.0001.TXT.0003
무사재 박 선생주 21)에 대한 제문
선생은 호걸의 자질로 학문의 공을 거두었습니다. 깊은 연못에 임한 듯 얇은 얼음을 밟는 듯하였고, 잡아 지키는 것이 굳고 안정되었으며, 정밀하고 은미한 것을 깊이 연구하여 가지고 있는 것이 해박하였습니다. 학문은 온전하고 덕은 확립되어 시원스럽고 화락하였으며, 천고를 통찰하고 한 시대를 아울렀습니다. 성 동쪽에 집을 지어 유유자적하게 지내면서 광채와 자취 숨기고 감추어 죽을 때까지 스스로 즐겼습니다. 어찌하여 한 번의 운수가 만년에 더욱 기구하여 상사가 거듭하고 식구들이 흩어졌습니다. 백리의 광산(光山)에 거처를 옮겼는데, 거처한 지 얼마 되지 않아 갑자기 산이 무너지고 들보가 꺾였습니다.주 22) 오호라! 하늘이 선생을 내신 것은 무슨 뜻이며 쫓아서 곤액을 준 것은 또 무슨 뜻입니까?
소자의 거처가 가장 가깝고 감복함이 가장 깊어 들어가서는 궤석에서 모시고 나가서는 장구를 모신지 십여 년이 됩니다. 순순하게 기대하고 면려함에 간곡하지 않음이 없었지만 그럭저럭 세월만 보내어 그 만분에 하나의 뜻도 부응함이 있지 않습니다. 지금 의지하여 우러름에 뒤따르려 해도 미칠 수 없습니다. 단지 용산(龍山)의 수석만 여전히 옛날과 같아 저로 하여금 첨모(瞻慕)함에 다하지 못하는 한이 있게 할 뿐입니다. 눈물을 닦고 슬픈 마음 엮어 감히 이렇게 영결을 고합니다.
주석 21)무사재(無邪齋) 박 선생(朴先生)
박영주(朴永柱, 1803∼1874)를 말한다. 자는 유석(類碩), 호는 무사재·관수재(觀水齋), 본관은 밀양(密陽)이다. 강재(剛齋) 송치규(宋穉圭, 1759∼1838)의 문인이다. 정의림(鄭義林)·이지호(李贄鎬)·최인우(崔仁宇)·공병주(孔炳柱)·조병호(趙秉浩)·구교완(具敎完) 등이 그의 문하에서 배출되었다. 저서로 《무사재집》이 있다.
주석 22)산이……꺾였습니다
스승이나 훌륭한 사람의 죽음을 말한다. 공자가 아침 일찍 일어나 뒷짐을 지고 지팡이를 끌고 문 앞에 한가로이 노닐며 노래하기를, "태산이 무너지고 대들보가 부러지고 철인이 죽겠구나.[泰山其頹乎, 梁木其摧乎, 哲人其萎乎?]"라고 하였는데, 과연 7일 뒤에 세상을 떠났다는 고사에서 유래하였다. 《禮記 檀弓上》
祭無邪齋朴先生文
先生以豪傑之姿。收學問之功。臨深履薄。持守堅定。硏精鑽微抱負該洽。學全德立。淸通和樂。洞視千古。範圍一世。卜築城東。寄我翱翔。潛光歛跡。卒歳自娛。云何一運。晩而愈奇。死喪相仍。室家分離。光山百里。杖屨移臨。居未幾何。山樑遽折。嗚乎。天之生先生何意。而從而厄之。又何意耶。小子居最近而服最湥。入侍几席。出陪杖屨。爲十餘年矣。諄諄期勉。非不懇至。而因循等待。未有以副其萬一之意。今焉依仰。追從莫及。只有龍山水石。依然如古。而令人有瞻慕不盡之恨而已。抆淚綴哀。敢此告訣。