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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호남근현대문집
  • 일신재집(日新齋集)
  • 권15
  • 상량문(上樑文)
  • 죽취정 상량문(竹翠亭上樑文)

일신재집(日新齋集) / 권15 / 상량문(上樑文)

자료ID HIKS_OB_F9001-01-202101.0015.0005.TXT.0002
죽취정주 131) 상량문
묘소와 가까이 있으니
절로 먼 조상 추모하여 바라보며 사모하는 장소이고
상숙주 132)을 본떴으니
또 학업을 익히며 지내는 방도가 되네
그런대로 합하고 완전하니
송도를 잘하였네주 133)
가만히 생각건대 죽취산은
호남의 승경이요
범씨의 세장이네
네 면에 시내와 산이 둘렀으니
둘러 읍하고 안고 있는 형상 아님이 없고
백 년의 선대 언덕이라
맡아 지키고 호위하는 의식 쇠하지 않네
죽은 이 섬기는 것은 생각을 다하는 것이니
이 곳에 어찌 집이 없을 수 있겠는가
해의 그림자를 헤아려보니
음양 향배의 마땅함이 바르고
기꺼이 선대의 뜻을 계승하여 집을 지으니
규구 방원의 제도를 다하였네
오직 편안히 거처하며 제자리를 얻었고
아, 길일에 낙성하였네
그 정한 것을 궁구해 보건대
어찌 산수를 유람하며 감상할 계획이겠는가
이 방에 들어와 지냄에
글 짓고 술 마시며 한가로이 즐기기 위함이 아니네
네 척의 높은 묘소 가까우니
종신토록 길이 사모하는 마음 깃들이고
주선하며 오르내림에
서리와 이슬 내릴 대 처창한 마음 배나 간절하고
출입하며 바라봄에
누군들 아울주 134)의 망극한 한이 없겠는가
더구나 장수주 135)할 별장이고
길이 계술할 효성스러운 생각이 있음에야
봄가을로 시서 읽어
가정의 학문 실추 시키지 않고
날로 달로 매진하여
집안의 명망 더욱 높아지게 하네
자신과 어버이를 위하는 것은
또한 한 가지 일이고
효도와 학문에 힘쓰는 것이
또한 어찌 두 가지 일이겠는가
선조께서 엄연히 임해 계신 듯하면
감히 태만하고 소홀히 할 수 없고
나아주신 분에게 욕됨이 없기를 생각하면
성인과 현인이 될 수 있네
오직 전형이 여기에 있으니
바라건대 후손들은 잃지 말아야 하네
어진 사람 계승하여
정실주 136)의 아름다움으로 삼고
군자가 문채나니
더욱 세한의 절조주 137) 힘쓰네
삼가 짧은 글을 지어
긴 들보 올리는 것 돕네

들보 동쪽으로 던지니
만 리의 부상주 138)에 해가 이미 붉네
연무가 사라져 모두 말끔해 지니
이로부터 문명을 천하가 함께하리라

들보 남쪽으로 던지니
노인성의 광채 정히 드리워지네
봉래전주 139)에 공경히 올리길 새로 도모하니
수록과 강녕 누려 화락하고 또 즐겁길

들보 서쪽으로 던지니
아득히 저 한 쪽의 미인을 바라보네
진령주 140)을 캐어 누구에게 줄 것인가
한 길 거슬러 올라가려니 길이 막히고 또 높네

들보 북쪽으로 던지니
뭇 별들 빙 돌아 북극성 향하네
덕으로 인도하면 이와 같음이 있으니
삼라만상의 마음 얻지 못함이 없네

들보 위쪽으로 던지니
창창한 은하수 멀리 우러를 수 있네
한바탕 거센 바람이 어둠을 쓸어내니
사문이 세세토록 보존되어 무탈할 것이네

들보 아래쪽으로 던지니
강물이 흘러 동남쪽 들로 들어가네
일통의 조종주 141)인 온 천하가
온갖 제도와 문물 중화로 실어 나르네

삼가 바라건대
천지가 순박함으로 돌아오고
강산이 도와주며
개미처럼 조술하여주 142)
대대로 뛰어난 인재가 있으며
종사주 143)가 이에 법도로 삼아
대대로 아름다운 제향 계승하게 하소서
주석 131)죽취정(竹翠亭)
전라남도 광주시 생용동 죽취산 기슭에 있는데, 야옹(野翁) 범현식(范瀅植 1862~1923)이 지은 재사이다.
주석 132)상숙(庠塾)
상고 때 지방과 마을에 설치한 학교로서 제왕의 벽옹(辟雍), 제후의 반궁(泮宮) 등 태학(太學)과 대칭되는 것이다. 《예기》 〈학기(學記)〉에 "옛날 교육하던 것에는 마을에는 숙이 있고, 고을에는 상이 있고, 지방에는 서가 있고, 나라에는 학이 있었다.[古之敎者, 家有塾, 黨有庠, 州有序, 國有學.]"라고 하였다.
주석 133)송도를 잘하였네
진(晉)나라 헌문자(獻文子)가 집을 짓자 이를 축하하기 위해 찾아간 대부들 가운데 장로(張老)가 송축을 하고 이에 응수하여 헌문자가 기원한 것을 두고, 군자가 "송축도 잘했고 기원도 잘 했다.[善頌善禱]"라고 한 데서 온 말이다. 《禮記 檀弓下》
주석 134)아울(莪蔚)
부모의 은혜를 갚지 못한 불초한 자식을 비유한 것이다. 《시경》〈소아(小雅) 육아(蓼莪)〉에 "길고 큰 아름다운 쑥인 줄 알았더니, 아름다운 쑥이 아니라 저 천한 쑥이로다. 슬프고 슬퍼라 부모님이여, 나를 낳아 기르시느라 수고하셨도다.[蓼蓼者莪, 匪莪伊蒿. 哀哀父母, 生我劬勞.]"라고 한 데서 나온 말이다.
주석 135)장수(藏修)
장수유식(藏修遊息)의 준말이다.
주석 136)정실(庭實)
조당(朝堂)에 진열한 진상 물품이라는 뜻으로, 조정이나 종주국에 바치는 물건을 이르는 말이다.
주석 137)세한(歲寒)의 절조
세한은 해가 저물어 가는 한겨울의 매운 추위를 이르는 말인데, 노년의 지조를 비유한다. 《논어》 〈자한(子罕)〉의 "해가 저물어 날씨가 추워진 다음에야 소나무와 잣나무가 뒤늦게 시든다는 것을 안다.[歲寒然後, 知松柏之後凋也.]"라고 한 말에서 유래하였다.
주석 138)부상(扶桑)
동해 속에 있다는 신목(神木)이다. 해가 뜰 때 이 나뭇가지를 떨치고 솟구쳐 오른다 하여 해가 뜨는 곳이나 동해를 가리키는 말로 쓰인다. 《산해경(山海經)》 〈해외동경(海外東經)〉에 "탕곡 위에 부상이 있어 열 개의 해가 목욕하는 곳인데 흑치국의 북쪽에 있다.[湯谷上有扶桑, 十日所浴, 在黑齒北.]"라고 하였다.
주석 139)봉래전(蓬萊殿)
당나라 수도인 장안(長安)에 있던 궁전 이름인데, 일반적으로 궁궐을 가리킨다.
주석 140)진령(榛苓)
개암나무와 감초(甘草)이다. 《시경》 〈패풍(邶風) 간혜(簡兮)〉에 "산에는 개암나무가 있고 습지에는 감초가 있네. 누구를 그리워하는가. 서방의 미인이로다. 저 미인이여! 서방의 미인이로다.[山有榛, 隰有.苓 云誰之思? 西方美人. 彼美人兮, 西方之人兮.]"라고 하였는데, 주희(朱熹)는 "서방의 미인은 서주(西周)의 훌륭한 왕을 가리켜 말한 것이니, 현자(賢者)가 나쁜 세상의 하국(下國)에서 태어나 서주의 왕을 그리워하여 지은 것이다." 하였다. 진령은 임금을 그리워하는 마음을 비유하는 말로 쓰였다. 저본의 '蓁'은 '榛'의 잘못으로 보고 수정하였다.
주석 141)조종(朝宗)
본디 제후(諸侯)가 천자(天子)에게 가서 알현하는 것으로, 봄에 알현하는 것을 조(朝)라 하고 여름에 알현하는 것을 종(宗)이라 하는데, 강물이 바다로 흘러가 모여드는 것 역시 제후가 천자국에 조회(朝會)하러 가는 것과 같다 하여 조종이라 한다. 《서경》 〈우공(禹貢)〉에 "강수와 한수가 바다로 흘러가 모여든다.[江漢朝宗于海.]"라고 한 데서 온 말이다.
주석 142)개미처럼 조술하여
아(蛾)는 개미이고 술(述)은 조술(祖述)하여 익힌다는 뜻이다. 《예기》 〈학기(學記)〉에 "개미는 수시로 흙을 물어 나르는 일을 배워 익힌다.[蛾子時術之]"라는 말에서 왔다. 공영달(孔穎達)의 소(疏)에서 "개미는 작은 벌레이다. 개미의 새끼는 수시로 흙을 물어 나르는 일을 조술(祖述)하고 배워서 큰 개밋둑을 만든다. 이것으로 배우는 자도 오랫동안 학문을 쌓아서 큰 도를 이룸을 비유한 것이다.[蟻子小蟲, 蚍蜉之子, 時時術學銜土之事, 而成大垤. 以喩學者由積學而成大道也.]"라고 하였다.
주석 143)종사(螽斯)
《시경》 〈주남(周南)〉의 편명(篇名)인데, 자손이 번성한 것을 의미한다. 그 시에 "메뚜기의 깃이 화락하게 모였으니, 너의 자손이 번성함이 마땅하도다.[螽斯羽, 詵詵兮, 宜爾子孫, 振振兮.]"라고 하여, 문왕의 비(妃)인 태사(太姒)가 투기하지 않아 자손이 번성함을 노래하였다.
竹翠亭上樑文
密邇墳塋。自是追遠瞻慕之所。依倣庠塾。又爲肄業修息之方。苟合苟完。善頌善禱。竊惟竹翠之山。湖鄕勝境。范氏世庄。四面溪峰。無非環揖拱抱之狀。百年邱隴。不替典守衛護之儀。事死所以盡思。此地靈容無室。揆日之景。正陰陽向背之宜。肯構而堂。盡規矩方圓之制。惟爰居而得所。差穀朝而落之。究厥相攸。豈是山水遊賞之計。入此室處。非爲文酒燕閒之娛。近四尺之有崇。寓終身之永慕。周旋陟降。倍切霜露悽愴之心。出入膽望。誰無莪蔚罔極之恨。矧爲莊修之別業。永言繼述之孝思。春詩秋書。家庭之學不墜。日征月邁。門戶之望愈隆。爲己爲親也。只是一事。務孝務學。亦豈有兩端。若先祖之儼臨。不敢慢不敢忽。思所生之無忝。可以聖可以賢。惟典刑之在玆。庶來裔之無失。賢人攸似。用爲庭實之佳。君子有斐。益厲歲寒之節。恭疏短引。助擧修樑。抛樑東。萬里扶桑日已紅。烟消霧除霍然盡。從此文明天下同。抛樑南。老人星彩正毿毿。新圖拜獻蓬萊殿。壽祿康寧樂且湛。抛樑西。逖彼一方望美兮。蓁苓采采云誰贈。一路溯洄阻且躋。抛樑北。衆星旋繞拱樞極。道之以德有如斯。職職云云無不得。抛樑上。雲漢蒼蒼遙可仰。一陣長風掃黑昏。斯文世世保無恙。抛樑下。江河流注東南野。一統朝宗率土濱。車書玉帛輸諸夏。伏願上樑之後。天地廻淳。江山助發。蛾子以述。代有俊茂之才。螽斯是繩。世襲芬苾之享。