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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신재집(日新齋集)
  • 권15
  • 발(跋)
  • 황경함의 《암간우록》 뒤에 쓰다(題黃景涵巖間偶錄後)

일신재집(日新齋集) / 권15 / 발(跋)

자료ID HIKS_OB_F9001-01-202101.0015.0001.TXT.0014
황경함주 53)의 《암간우록》 뒤에 쓰다
하나의 태극인데 나누어 말하면 건순(健順)이고, 또 나누어 말하면 원형이정(元亨利貞)이다. 단지 이 네 가지는 또 무한한 조리를 함축하고 있으니, 모름지기 기(氣)나 물(物)을 말하지 않아도 이(理)의 체단(體段)은 본래 이와 같다. 그러나 선각자들이 이(理)는 같고 기(氣)는 다른 곳을 말함에 한결같지 않으니, 그 까닭은 무엇인가?
무릇 이른바 이(理)가 같다는 것은 구분이 없다는 것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저곳이 곧 원형이정이고 이곳이 곧 원형이정이니, 성색 모상(聲色貌象)과 운운 직직(云云職職)주 54)이 하나라도 이 네 가지의 밖을 벗어나는 것이 없으니, 이것이 이른바 이(理)가 같다는 것이다. 물에 비유하자면, 씻고 빨며, 삶고 마심에 그 용도는 같지 않지만 그것이 물이라는 것은 동일한 것과 같다. 물은 실로 동일한데 씻고 빨고 삶고 마실 수 있는 구분은 이미 물에 모두 갖추어져 있으니, 이른바 일(一)이라는 것은 어찌 일찍이 구분이 없는 일(一)이겠는가.
그대의 의론은 대체로 모두 좋으나 다만 다섯 째 단락에서 소는 밭 갈고[耕] 말은 달리며[馳] 솔개는 날고[飛] 물고기는 연못에서 뛰는[躍] 다름을 말하면서 "이미 형기(形氣)가 같지 않음이 있으면 갖춘 바의 이(理) 또한 다르다."라고 하였으니, 이 말은 어찌 형기(形氣)에 떨어진 뒤에서 분수(分殊)를 구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그러나 이것은 견해가 이르지 못한 것이 아니라 단지 억양의 사이에 말투가 그러했기 때문일 뿐이네.
여덟째 단락에 또 '기질성지기(氣質性之氣)'의 기(氣)를 '기질(氣質)'이라고만 말할 때의 기(氣) 자와 같지 않다고 하였으니, 이 말 또한 의아스럽네. 기질은 단지 기질이니, 어찌 일찍이 두 단계의 기질이 있었던가. 이 말은 선사(先師)주 55)께서 발명하신 것이 상세하니, 바라건대 취하여 보는 것이 어떠하겠는가?
또 입론(立論)은 이치를 발명하는 것일 뿐이니, 세상을 나무라는 불평한 뜻을 그 사이에 두어서는 불가하니, 바라건대 헤아려 주시겠는가?
주석 53)황경함(黃景涵)
황철원(黃澈源, 1878~1932)을 말한다. 자는 경함, 호는 은구재(隱求齋)·중헌(重軒), 본관은 장수(長水)이다. 전라남도 화순군 이양면 기운동에서 태어났다. 정의림의 문인이다. 저서로는 《중헌집》이 있다.
주석 54)운운직직(云云職職)
운운과 직직은 모두 만물이 무성하게 자라는 모습을 형용하는 말이다. 《노자》에 "무릇 만물은 무성하다가도 각각 그 뿌리에 복귀한다.[夫物芸芸, 各復歸其根.]"라고 하였고, 《장자》 〈지락(至樂)〉에 "만물이 번성하나, 모두 무위로부터 자라는 것이다.[萬物職職, 皆從無爲殖.]"라고 하였다. 저본의 '운운(云云)'은 '운운(芸芸)'의 오류로 보인다.
주석 55)선사(先師)
정의림의 스승 기정진(奇正鎭, 1798~1879)을 말한다. 초명은 금사(金賜), 자는 대중(大中), 호는 노사(蘆沙), 본관은 행주(幸州)이다. 서경덕ㆍ이황ㆍ이이ㆍ임성주ㆍ이진상과 함께 성리학의 6대가(六大家)로 꼽힌다. 저서로는 《노사집》이 있다.
題黃景涵巖間偶錄後
一太極矣。而分以言之。則健順。又分以言之。則元亨利貞。只此四者。又且涵蓄無限條理在。不須說氣說物。而理之體段。本自如此。然而先覺說理同氣異處不一。其故何耶。夫所謂理同者。非無分之謂也。那底便是箇元亨利貞。這底便是箇元亨利貞。聲色貌象。云云職職。無一出乎此四者之外。此所謂理同也。比如水。漑之濯之。烹之飮之。其用不同。而其爲水則一也。水固一也。而可漑可濯可烹可飮之分。已悉具於水。則所謂一者。何嘗是無分之一耶。賢論大槪皆好。但於五段。言耕馳飛躍之異。而曰旣有形氣之不同。則所具之理亦異。此語豈不是求分殊於隨形氣之後者耶。然非是見不到。只爲抑揚之間。語勢然耳。八段又以氣質性之氣氣。與單言氣質字不同。此言亦可訝。氣質只是氣質。何嘗有兩段氣質耶。此言先師發明詳悉。幸取看之如何。且立論貴乎發明理致而已。不可有譏世不平之意於其間。惟諒之否。