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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호남근현대문집
  • 일신재집(日新齋集)
  • 권15
  • 발(跋)
  • 《안정 박공 실기》 뒤에 적다(題安亭朴公實記後)

일신재집(日新齋集) / 권15 / 발(跋)

자료ID HIKS_OB_F9001-01-202101.0015.0001.TXT.0012
《안정 박공 실기》 뒤에 적다
내 일찍이 고인이 된 벗 우인옹(愚忍翁)과 함께 우리 고을 선배 인물들의 성대함에 말이 미쳤는데, 공이 말하기를 "나의 족조 정재(淨齋) 휘 장환(章煥)과 안정(安亭) 휘 양환(亮煥)과 진사 휘 문환(文煥)은 이 고을 사람들이 '박씨 삼환(朴氏三煥)'이라 칭하는데, 그 문장과 풍의(風儀)는 우리 고을에서 또한 걸출하다."라고 하였으니, 내가 듣고는 나도 모르게 공경하고 부러워하였다.
이윽고 우인옹이 돌아가시고 나 또한 늙고 병들어 가천(佳川)의 우사(寓舍)에서 쓸쓸히 지내고 있었다. 하루는 안정공의 현손 준동(俊東)이 그의 삼종질 병해(炳海)에게 맡겨 공의 실기를 가지고 와서 한마디 말을 써주기를 부탁하였다.
삼가 살펴보건대, 실기 가운데 실린 것이 당일 들었던 것과 다름이 없었으니 우인옹이 좋아하는 데 아부하지 않았음을 볼 수 있었고 공이 공이 되는 이유를 더욱 믿을 만하였다. 공은 일찍 부모를 잃고 조부모를 섬김에 효순(孝順)으로 이름이 드러났다. 스승을 따라 힘써 배워 이치를 두루 꿰뚫고 통달하여 문장으로 칭송 받았다. 재물을 가볍게 여겨 베풀기를 좋아하여 궁핍한 사람을 구휼하여 풍의(風義)로 소문났다. 전후 200년 동안 남긴 향기가 자자하게 향곡(鄕曲) 인사들의 입에서 끊어지지 않으니, 이것은 이지러진 세상 끝난 바둑판에 인물이 미미한 날에 있어서 기수(氣數)가 모여 기른 특이함이 있지 않다면 어떻게 얻을 수 있겠는가.
박씨(朴氏) 후손들이 번성하고 문학하는 이가 성대하니, 앞으로 수립하는 것이 두 세 명의 공들이 아름다움을 나란히 하여 함께 일어났던 것 같음이 있지 않을 줄 어찌 알겠는가. 우인옹이 당일 일컬으며 기약하고 면려했던 뜻을 저버리지 말기를 바라네.
題安亭朴公實記後
余嘗與故友愚忍翁。語及吾鄕前輩人物之盛。翁曰。吾族祖淨齋諱章煥安亭諱亮煥進士諱文煥。此鄕人所稱朴氏三煥。其文章風儀。在吾鄕。亦爲傑然云。余聞之。不覺欽艶。旣而愚翁下世。而余亦老且病焉。索居于佳川之寓舍。一日安亭公玄孫俊東。屬其三從姪炳海持公實記。託以一言之役。謹按記中所載。與當日所聞無異。可見愚翁之不阿好。而公之爲公。尤可信矣。公早失所怙。事王父母。以孝順著名。從師力學。淹貫該洽。以文章見稱。輕財好施。賙窮恤匱。以風義有聞。前後二百年。遺芬餘馥。藉藉不絶於鄕曲人士之口。此在缺界殘枰人物藐然之日。而非有氣數鍾毓之異。何以得之。朴氏雲仍詵詵。而文學蔚然。安知前頭樹立。不有如二三公之聯美倂作耶。庶不負愚翁當日稱道期勉之意云爾。