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화콘텐츠
  • 특화콘텐츠
  • 호남근현대문집
  • 일신재집(日新齋集)
  • 권15
  • 발(跋)
  • 《봉남유고》 발문(鳳南遺稿跋)

일신재집(日新齋集) / 권15 / 발(跋)

자료ID HIKS_OB_F9001-01-202101.0015.0001.TXT.0009
《봉남유고》 발문
봉남옹(鳳南翁)주 39)이 이미 돌아가시고 그 손자 승환(承渙)주 40)이 유고를 수습하여 하루는 다산재사(多山齋舍)로 나를 방문하여 교감하고 편집하는 일을 청하였다. 나는 안목이 고루하다는 것으로 오래 동안 굳게 사양하였으나 다만 생각건대 옹은 나의 옛날 금석지교(金石之交)이다. 지금 유묵을 보니 나도 모르게 비창(悲愴)하여 한 번 열람할 마음이 없지 않았다. 또 승환은 묘년[妙末]의 나이에 선대의 원고가 귀중한 줄 알고 그 민멸되고 흩어지는 대로 맡겨두려고 하지 않으니, 이 뜻은 지극히 우연이 아니다. 드디어 손 가는대로 교정하고 대략 재량하여 줄였는데, 처음부터 끝까지 두 달 만에 비로소 일을 마쳤으니, 그 시(詩)·사(詞)·서(書)·서(序)·기(記)·설(說)·문(文)·장(狀)이 모두 1책이다.
오호라! 이것이 어찌 내가 손댈 수 있는 것이겠는가. 안목이 고루할 뿐 아니라 아울러 세상 일에 분주하여 능히 세심하게 정밀히 비교할 수 없었으니, 구슬을 버리고 돌을 남겨 두는 폐단이 없지 않을 줄 어찌 보장하겠는가. 그러나 나무 인형 만들 때 코를 크게 해 두면 장차 영근(郢斤)이 흙을 깎아내는 것주 41)이 없지 않을 것인데, 이것은 승환의 책임이니, 원컨대 돌아가 힘쓸지어다!
주석 39)봉남옹(鳳南翁)
홍채주(洪埰周, 1834~1887)를 말한다. 자는 경좌(卿佐), 다른 휘는 종진(鍾鎭), 자는 응중(應仲), 호는 봉남, 본관은 풍산(豐山)이다. 자세한 내용은 《일신재집》 권18 〈봉남 홍공 행장(鳳南軒洪公行狀)〉에 보인다.
주석 40)
승환(承渙):홍승환(洪承渙, 1870~?)을 말한다. 자는 사증(士拯)이다.
주석 41)영근(郢斤)이……것
영(郢) 땅 사람이 자귀질하여 흙을 깎는다는 뜻으로 다른 사람의 시문을 잘 고치는 감식안을 말한다. 여기서는 정의림이 지은 글을 다른 유능한 사람이 수정해 줄 것이라는 뜻이다. 《장자》 〈서무귀(徐無鬼)〉에 "영인(郢人)이 장석(匠石)의 솜씨를 철저히 믿어 자신의 코끝에다 마치 파리 날개만 한 흙을 바르고는 장석을 시켜 그 흙을 깎아내게 하였는데, 과연 장석이 바람소리가 휙휙 나도록 자귀를 휘둘러 깎아냈는데도 흙만 깨끗이 다 깎이고 코는 아무렇지도 않았다."라는 내용이 있다.
鳳南遺稿跋
鳳南翁旣沒。其孫承渙收拾遺藁。一日過我於多山齋舍。請校勘編摩之役。余以眼目固陋。牢辭久之。但念翁是余疇昔金石之交也。今見遺墨。不覺悲愴。不無一番繙閱之願。且承渙以妙末之年。知先藁之爲重。而不欲任其泯散。此意極不偶然。遂隨手點校。略加裁減。首尾二朔。乃始斷手。其詩詞書序記說文狀總二冊子。嗚乎。此豈余所可犯手者哉。不惟眼目固陋。兼以世故鞅掌。不能細心精較。安保無遺珠藏石之獘也。然木偶大鼻。將不無郢斤之斲堊。此承渙之責也。願歸而勉之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