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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호남근현대문집
  • 일신재집(日新齋集)
  • 권15
  • 발(跋)
  • 〈학헌 김공 가장〉 뒤에 적다(題鶴軒金公家狀後)

일신재집(日新齋集) / 권15 / 발(跋)

자료ID HIKS_OB_F9001-01-202101.0015.0001.TXT.0006
〈학헌 김공 가장〉 뒤에 적다
재행(才行)은 겸비하기 어렵고 문질(文質)은 알맞게 하기가 드문 것은 옛날에도 오히려 그러했는데, 더구나 지금 말세에 있어서야 어떠하겠는가.
우리 고을 고 처사 학헌(鶴軒) 김공(金公)은 충신하고 성실한 자질이 있고 효우하고 화락한 행실이 있으면서 세고(世故)에 밝게 알고 물정(物情)에 갖추어 관통하며, 주관하여 다스림에 넉넉하고 타일러 깨우치는데 뛰어나며, 옛것을 좋아하면서도 얽매이지 않고 시속을 따르면서도 휩쓸리지 않으며, 세상에 은거하면서도 편벽된 뜻이 없고 일에서 배우면서도 함부로 따르는 뜻이 없었다. 이것은 오늘날에 그 짝할 수 있는 이가 드물다.
내가 약관(弱冠)의 나이에 향교에서 공부할 때 고을 노인이 일제히 모인 것을 보았는데 위의(威儀)와 풍도(風度)가 모두 허술하지 않았다. 20년 뒤에 또 일 때문에 향교에 갔다가 인물의 성대함이 접때에 미치지 못하였으나 오직 학헌 공이 우뚝함을 보았다.
오호라! 지금 또 20년이 지나 공이 돌아가신 지 이미 오래되었으니, 그 미치지 못하는 것이 또 전날이 그 전날에 미치지 못한 것과 비슷하지 않다는 것을 어찌 알겠는가. 한 고을에서 한 나라에 이르고 한 나라에서 한 시대에 이르기까지 그 인물이 날로 시들어가는 것이 아마 또한 이와 같을 것이니, 더욱 개탄스럽다. 어찌하면 충신과 일을 주관함이 공과 같은 다소의 사람을 얻어 일마다 세상 사이에 포치하여 말속의 병통으로 하여금 조금이나마 나을 수 있는 날이 있게 하겠는가?
공은 이미 볼 수 없고 볼 수 있는 것은 단지 유운(遺韻)과 여향(餘馨)이 가장에 드러나 있는 것일 뿐이다. 감개(感慨)한 나머지에 삼가 그 뒤에 써서 돌려보내어 두 집안의 자손들이 끊임없이 왕래하며 우의를 강론하는 바탕으로 삼을 따름이다.
題鶴軒金公家狀後
才行之難爲兼備。文質之鮮能均適。在古猶然。況今衰叔之日乎。吾鄕故處士鶴軒金公。有忠信誠慤之質。有孝友愷悌之行。而曉解世故。該貫物情。優於幹理。長於風諭。好古而不泥。從俗而不流。隱於世而無偏枯之意。學於事而無詭隨之志。此在今日。鮮有其儔。余弱冠。遊鄕學。見鄕老齊會。而威儀風度。擧不艸艸。後二十年。又以事往鄕學。見人物之盛。不及曩時。而惟鶴軒公爲挺然耳。嗚乎。今又二十年。而公之沒已久矣。其所不及。又安知不似前日之於前日也。以一鄕而一國。以一國而一世。其人物之日就彫落。恐亦如之。尤可慨也。安得忠信幹理如公者多少人。種種布置在世間。使末俗膏肓。庶有少瘳之日乎。公旣不可見。而可見者。只是遺韻餘馨著於家狀者耳。感慨之餘。謹書其後而還之。以爲兩家子孫源源講誼之地云爾。