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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호남근현대문집
  • 일신재집(日新齋集)
  • 권15
  • 발(跋)
  • 노사 선생의 《답문류편》 발문(蘆沙先生答問類編跋)

일신재집(日新齋集) / 권15 / 발(跋)

자료ID HIKS_OB_F9001-01-202101.0015.0001.TXT.0001
노사 선생의 《답문류편》주 1) 발문
성현이 흥기하여 하늘의 뜻에 앞서 사람을 깨우치지 아니하였고, 또한 때를 따라 가르침을 세웠다.주 2) 이 때문에 풍기(風氣)가 열리자 서계(書契)가 만들어지고, 대박(大樸)주 3)이 흩어지자 육경(六經)이 지어지고, 세교(世敎)가 쇠퇴하자 사서[四子]가 저술되었다. 성인이 멀어지고 말씀이 인몰되자 낙건(洛建)주 4)의 여러 철인들의 책이 나왔고, 낙건의 뒤에 태어났으니 오직 마땅히 그 설을 삼가 지키면 되는데 어찌 의리가 어두워지고 막혀 의론이 멋대로 결정되는 것이 이 때보다 심함이 있지 않는 것인가. 이것이 류편(類編)의 책이 나온 이유이다.
선생의 학문은 천지를 포괄하여 한 치 한 푼을 분석하여 곧장 궁구하여 근원에 도달하고 밝게 통하여 끝이 없으니, 모든 천하 시비의 천차만별인 것이 깨끗이 씻고 다시 고쳐서 알맞고 적당하게 함이 있지 않은 것이 없다. 아래로는 학자들이 추향하는 문을 바르게 하고 위로는 낙건의 여러 철인, 사서, 육경의 뜻을 밝혔으니, 천지에 참여하고 성쇠에 관계되어 생민(生民)에게 없어서는 안 될 말들이었다. 태산은 우러르기 어렵고 은미한 말은 잃어버리기 쉬우니, 여러 사람들이 수집하기를 도모하여 간행하기에 이르렀으니, 진실로 사문(斯文)의 깊고 원대한 사려이다.
오호라! 책을 펼쳐 봄에 숙연하여 선생께서 자리에 계시는 듯하여, 당일에 듣지 못한 것이 지금 모두 여기에 있으니, 미진한 뜻을 더욱 궁구하고 옛 학업을 힘써 마쳐 대의(大義)가 70명의 제자에게서 민멸되게 하지 않는다면,주 5) 이른바 "부처의 은혜를 갚는다."주 6)라는 것이 여기에 있고, 오늘의 일이 거의 뜻은 잃고 말만 전하는 것은 되지 않을 것이다.
주석 1)노사 선생(蘆沙先生)의 답문류편(答問類編)
노사(蘆沙) 기정진(奇正鎭)이 문인들과 학문에 대해 문답한 편지를 별도로 모아 내용을 분류해 엮은 문답서이다. 1891년(고종28) 기양연(奇陽衍)·정재규(鄭載圭)·정의림(鄭義林) 등의 문인들에 의해 목활자본으로 편집·간행되었고, 1902년 경상남도 단성의 신안정사(新安精舍)에서 목판본으로 중간되었다.
주석 2)성현이……세웠다
정이(程頤)가 〈춘추전 서(春秋傳序)〉에 나오는 말을 변용하였다. 《近思錄 卷3 致知》
주석 3)대박(大樸)
원시의 질박한 큰 도를 가리킨다.
주석 4)낙건(洛建)
낙양(洛陽)과 건양(建陽)을 말한다. 낙양은 송(宋)나라 때 정호(程顥)와 정이(程頤)가 살던 곳이고, 건양은 주희(朱熹)가 살던 곳으로, 정주학(程朱學)을 일컫는 말로 사용된다.
주석 5)대의(大義)가……않는다면
《대학혹문》의 "70명의 제자가 미처 죽기도 전에 공자의 대의가 이미 어그러졌다.[不待七十子喪, 而大義已乖矣.]"라고 한 데서 인용한 말이다.
주석 6)처의 은혜를 갚는다
《주자대전》 권36 〈답진동보(答陳同甫)〉에 "불자의 말에 '이 몸과 마음으로 진찰을 받든다.'라고 하였으니, 이것이 명분상 부처의 은혜를 갚는 것이 된다.[佛者之言曰 : 將此身心奉塵刹, 是則名爲報佛恩.]"라는 구절에서 인용한 것이다.
蘆沙先生答問類編跋
聖賢有作。不先天而開人。亦因時而立敎。是以風氣開而書契造。大樸散而六經作。世敎衰而四子著。聖遠言堙。洛建群哲之書出。生於洛建之後。惟宜謹守其說。而何義理晦塞。議論橫決。未有甚於此時。此類編之書所以出也。先生之學。包圍天地。剖析錙銖。直窮到源。洞澈無彊。凡天下是非。千差萬別。無不有以刷滌更張。稱停的當。下以正學者趨向之門。上以明洛建群哲四子六經之旨。參天地關盛衰。有生民不可無之言也。泰嶽靡瞻。微言易失。僉謀蒐輯。以至鋟梓。誠斯文深遠慮也。嗚乎。開卷肅然。先生在座。當日所未聞者。今皆在是。益究餘蘊。勉卒舊業。使大義不泯於七十子之身。則所謂報佛恩在此。而今日之役。庶不爲失意而傳言也。