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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신재집(日新齋集)
  • 권14
  • 기(記)
  • 성와기(醒窩記)

일신재집(日新齋集) / 권14 / 기(記)

자료ID HIKS_OB_F9001-01-202101.0014.0001.TXT.0072
성와기
바야흐로 꿈을 꾸고 있을 때는 스스로 평소의 진경(眞境,)이라 여기고 그것이 꿈임을 모르다가 꿈에서 깨어 그 허무(虛無)하고 환망(幻妄)함을 추산하면 허탈한 웃음거리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 오호라! 온 세상사람 가운데 꿈속에 있지 않는 이가 몇 명인가? 꿈속에 있으면서 진경이라 여기지 않는 이가 또 몇 명인가? 긴 밤이 지루하여 도깨비[鬼魅]가 서로 침범하여 전도되어 미친 듯 울부짖어 죽은 것도 아니고 산 것도 아니니, 만일 꿈꾸지 않는 사람으로 하여금 그 곁에 있게 한다면 누군들 그를 위해 측은하게 여겨 깨어날 수 있기를 생각하지 않겠는가.
구주[九有]는 회양(懷襄)주 233)하고 육경(六經)은 쓸어버린 듯한데, 완도와 해남[莞海]의 물가에 현송(絃誦)주 234)이 성대하다고 들어 항상 공경하고 부러워하여 매번 그 사람을 찾아보려고 하였으나 할 수 없었다. 근래에 김여회(金汝晦)를 통하여 전공서(全公瑞) 군의 어짊을 듣고 비로소 완도와 해남에 흥학(興學)의 기풍은 참으로 이유가 있는 줄 알았으니, 이가 스스로 깨어서 남을 깨우는 사람이 아니겠는가. 그렇다면 그 깨우는 방법은 어떠한가? 학문사변(學問思辨)은 몽교관(夢覺關)이고 존양성찰(養省察)은 인귀관(人鬼關)이니,주 235) 모르겠으나 성와(醒窩)의 성(醒)은 과연 여기에 관계된 점이 있는가. 모름지기 큰 소리로 길게 불러 천만 사람들의 꿈을 깨우기를 마치 어두운 길가의 촛불같이 해야 할 것이다.
주석 233)회양(懷襄)
회산양릉(懷山襄陵)의 준말로, 재앙이 매우 큼을 뜻한다. 《서경》 〈우서(虞書) 요전(堯典)〉에 "넘실거리는 홍수가 널리 해를 끼쳐 거세게 산을 에워싸고 언덕을 넘는다.[湯湯洪水方割, 蕩蕩懷山襄陵.]"라고 한 데서 나온 말이다.
주석 234)현송(絃誦)
거문고를 타며 시를 읊는다는 뜻으로, 부지런히 학문을 닦고 교양을 쌓음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주석 235)학문사변(學問思辨)은……인귀관(人鬼關)이니
주자가 "격물은 몽교관이요, 성의는 인귀관이다.[格物是夢覺關, 誠意是人鬼關.]"라고 하였는데, 《주자어류》 권15 〈대학〉에 나온다. 몽교관은 꿈을 꾸느냐 잠을 깨느냐의 관문을 말하고, 인귀관은 사람이 되느냐 귀신이 되는가의 관문이다.
醒窩記
方其夢也。自以爲平日之眞境。而不知其爲夢。及醒而追算其虛無幻妄。不過爲虛發一笑。嗚乎。擧一世而不在夢中者。幾人。在夢而不以爲眞者。又幾人。長夜漫漫。鬼魅交侵。顚倒狂叫。非死非生。如使不夢人在於其側。孰不爲之惻然思有以醒覺乎。九有懷襄。六經掃如。而聞莞海之濱。絃誦蔚然。尋常欽艶。每欲求其人而不得。近因金汝晦。聞全君公瑞之賢。姶知莞海興學之風。良有以也。此非自醒而醒人者乎。然則其醒之之術若何。學問思辨。是夢覺關。存養省察。是人鬼關。未知醒窩之醒。果能有在於此乎。須大聲長呼。以醒千萬群夢。如昏衢之旁燭也。