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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신재집(日新齋集)
  • 권14
  • 기(記)
  • 지헌기(止軒記)

일신재집(日新齋集) / 권14 / 기(記)

자료ID HIKS_OB_F9001-01-202101.0014.0001.TXT.0071
지헌기
하늘이 위에서 그쳐 일월이 빛나고 밝으며, 땅이 아래에서 그쳐 산천이 편안하고 고요하며, 아버지는 자애로움에 그치고 자식은 효도에 그치며, 임금은 인(仁)에 그치고 신하는 공경에 그치며, 여러 사물과 종류에 이르기까지 각각 그칠 곳에 그쳐 천하의 이치가 얻어진다. 솔개는 연못에서 뛸 수 없고 물고기는 하늘에 이를 수 없으며, 배는 육지에 다닐 수 없고 수레는 물에 다닐 수 없으니, 이것은 하늘이 낳을 때 굳게 정하여 옮기거나 바꿀 수 없는 도리이다. 이 때문에 행실은 방정하게 하려고 하여 움직임에 반드시 법도로써 하는데 성인의 입장에는 "당신의 마음이 그치는 바에 편안히 하라."라고 하며,주 229) 현인의 입장에는 "그 그침을 공경하라."라고 하였다.주 230) 그러나 사물에 나아감에 반드시 먼저 마땅히 그칠 바를 궁구함이 있어야 이에 능히 그 마땅히 그칠 바를 얻어 그칠 수 있다. 성현의 글은 비록 가리키는 뜻이 같지 않고, 학자의 공부는 비록 과정과 조목이 동일하지 않으나 요컨대 그칠 곳을 알아 그침을 얻는 것에서 벗어나지 않을 뿐이다. 학문사변(學問思辨)은 그 그침을 아는 소이이고, 조존천리(操存踐履)는 그 그침을 얻는 소이이다. 수레의 바퀴와 새의 날개는 형세가 반드시 서로 기다리지만 체(體)와 용(用), 본(本)과 말(本末)은 또 경중의 구분이 없을 수 없다.
오호라! 물이 그치면 맑고 거울이 그치면 허명하니, 《주역》에서 이른바 "지도(止道)는 광명(光明)하다."주 231)라는 것은 이 때문이 아니겠는가?
조자명(曺子明) 군이 '지(止)'자로 헌(軒)에 이름을 붙여 고인이 반우(盤盂)의 명(銘)주 232)을 지었던 것에 견주었으니, 그 요체를 얻어 힘쓸 바를 안다고 이를 만하다. 더욱더 힘쓸지어다.
주석 229)성인의……하며
《서경》 〈익직(益稷)〉에서 신하인 우(禹)가 순(舜)임금에게 한 말이다.
주석 230)현인의……하였다
《서경》 〈태갑 상(太甲上)〉에서 이윤(伊尹)이 태갑(太甲)에게 한 말이다.
주석 231)지도(止道)는 광명(光明)하다
《주역》 〈간괘(艮卦) 단사(彖辭)〉에 "간(艮)은 그침이니, 때가 그쳐야 할 경우에는 그치고 때가 가야 할 경우에는 가서 동(動)과 정(靜)이 때를 잃지 않으니 그 도(道)가 광명(光明)하다."라고 한 것을 말한다.
주석 232)반우(盤盂)의 명(銘)
반(盤)은 세수나 목욕을 할 때에 쓰는 그릇이고, 우(盂)는 음식을 담는 그릇이다. 《근사록》 〈존양(存養)〉에 "옛사람은……소반과 사발, 안석과 지팡이까지 명을 새기고 경계의 말을 새겼다."라고 하였다.
止軒記
天止於上而日月光明。地止於下而山川寧謐。父止於慈。子止於孝。君止於仁。臣止於敬。以至庶事庶類。各止其止。而天下之理得矣。鳶不可以躍淵。魚不可以戻天。舟不可以行陸。車不可以行木。此是天生鐵定不可移易底道理也。是以行欲其方。動必以矩。而在聖人則曰安汝止。在賢人則曰欽厭止。然卽事卽物。必先有以窮其所當止。乃能有以得其所當止而止之。聖賢之書。雖指意不同。學者之功。雖課條不一。而要不出乎知止得止而已。學問思辨。所以知其止也。操存踐履。所以得其止也。車輪鳥翼。勢必相須。而體用本末。又不無輕重之分。嗚乎。水止則淸。鑑止則虛。羲經所謂止道光明者。不以是耶。曺君子明以止號軒。視爲古人盤盂之銘。可謂得其要而知所務矣。益加勉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