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화콘텐츠
  • 특화콘텐츠
  • 호남근현대문집
  • 일신재집(日新齋集)
  • 권14
  • 기(記)
  • 치암기(耻庵記)

일신재집(日新齋集) / 권14 / 기(記)

자료ID HIKS_OB_F9001-01-202101.0014.0001.TXT.0070
치암기
똑같이 사람인데 순임금은 성인이고 나는 어리석은 사람이니, 이것이 부끄러워할 만함이 심한 것이 아니겠는가. 이미 그 부끄러움을 안다면 분발하여 흥기하려는 마음이 생기니, 공자께서 이른바 "부끄러움을 아는 것은 용(勇)에 가깝다."주 224)라고 한 것은 이것이 아니겠는가. 경(敬)과 태(怠) 라는 것에서 군자와 소인, 흥망과 치란이 나누어지니, 사람은 마땅히 경외(敬畏)를 항상 보존하여 동정운위(動靜云爲)에 감히 털끝만큼이라도 어기지 말아야 하니, 공자께서 이른바 "몸가짐에 부끄러움이 있어야 한다."주 225)라고 한 것은 이것이 아니겠는가. 소인이 자포자기하여 꺼리는 것이 없어 금수에 이르는 것 같은 것은 모두 부끄러움을 쓰는 바가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진학(進學)과 행기(行己)의 요체는 어찌 '치(恥)'라는 한 글자에서 벗어나겠는가. 맹자가 이른바 "부끄러움이 사람에 있어서 매우 크다."주 226)라고 한 것 또한 이것이다.
김윤여(金允汝) 군이 금릉(金陵)주 227)의 용정(龍亭)에 집을 지어 편액을 치암(恥庵)이라 하였다. 대개 경험한 것이 점점 오래되어 들뜬 생각이 사라지고 징비(懲毖)주 228)한 것이 이미 많아 진심이 드러나 전날의 지나왔던 광경을 돌아봄에 그 비분(悲憤) 회오(悔悟)의 절심함은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는 것이 있었다. 그러므로 이를 게시하여 표시하고 새겨서 항상 바라보며 경계하는 마음을 깃들인 것이니, 또한 부끄러움을 알고 부끄러움이 있는 사람이라 할 수 있겠다.
오호라! 허물을 알고 그름을 아는 것은 사람이면 누구인들 그러하지 않겠는가. 그러나 남 때문에 땀을 흘리는 자가 있고, 위엄을 두려워하여 죄를 적게 하려는 자가 있고, 명예를 바라고 나쁜 소리를 듣기 싫어하여 그러한 자가 있으니, 이것은 모두 겉으로만 바꾸고 마음을 바꾸지 못하고, 외면만 진작시키고 내면을 진작시키지 못한 것이니, 자주 회복하면서도 자주 잃어버리는 데 이르지 않을 사람이 거의 드물다. 마음을 바꾸고 내면을 진작시켜 오래고 크게 할 만한 것은 같은 것은 부끄러움이 아니면 할 수 없다. 지금 윤여는 부끄러움을 알고 부끄러움이 있는 것이 이와 같으니, 그 진학과 행기가 어찌 한량이 있겠는가. 이름을 돌아보고 의를 생각하여 힘쓰고 힘쓰며 순서에 따라서 문미 끝에 하나의 '치' 자로 하여금 남에게 부끄러움을 당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주석 224)부끄러움을……가깝다
《중용장구》 제20장에 "학문을 좋아함은 지에 가깝고, 힘써 행함은 인에 가깝고, 부끄러움을 앎은 용에 가깝다.[好學, 近乎知; 力行, 近乎仁; 知恥, 近乎勇.]"라고 한 것을 말한다.
주석 225)몸가짐에……한다
《논어》 〈자로(子路)〉에 보인다.
주석 226)부끄러움이……크다
《맹자》 〈진심 상(盡心上)〉에 보인다.
주석 227)금릉(金陵)
전라남도 강진(康津)의 옛 이름이다.
주석 228)징비(懲毖)
징창(懲創)되어 삼간다는 뜻이다. 《시경》 〈주송(周頌) 소비(小毖)〉에 "내 그 징계하는지라, 후환을 삼갈 수 있을까.[予其懲, 而毖後患?]"라고 한 데서 나온 말이다.
耻庵記
均是人也。而舜爲聖。我爲愚。此非可恥之甚乎。旣知其恥。則舊迅興起之心生焉。孔子所謂知恥近乎勇。非此耶。敬怠者。君子少人興亡治亂之分。人當常存敬畏。而於動靜云爲。不敢毫忽違越。孔子所謂行己有恥。非此耶。若小人之自暴自棄而無所忌憚。以至於乃獸乃禽者。皆無所用恥焉。然則進學行己之要。豈有以外乎恥之一字乎。孟子所謂恥之於人大矣者。亦此也。金君允汝。築居于金陵之龍亭。題其顔曰恥庵。蓋其閱歷漸久。浮念剝落。懲毖已多。眞心呈露。回視前日之過境。其悲憤悔悟之切。有不可以言辭可盡。故揭之標銘。以寓常目之警者。亦可謂知恥而有恥者矣。嗚乎。知過識非。人孰不然。然有爲人而泚者。有畏威而寡罪者。有要譽惡其聲而然者。此皆革於面而不革於心。作於外而不作於內。其不至於頻復而頻失者。幾希矣。若其革於心作於內。而可久可大者。非恥不能也。今允汝之知恥而有恥如此。則其進於學行其已者。曷有量哉。顧名思義。勉勉循循。母使楣端一恥字。見恥於人也。