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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신재집(日新齋集)
  • 권14
  • 기(記)
  • 고 효자 풍양 조공 병희 병필 정려기(故孝子豐壤趙公【秉熙秉弼】旌閭記)

일신재집(日新齋集) / 권14 / 기(記)

자료ID HIKS_OB_F9001-01-202101.0014.0001.TXT.0069
고 효자 풍양 조공 병희 병필 정려기
오호라! 이것은 고 효자 조공 형제 두 분의 효행에 대한 정려이다. 세종 때 명신 호조 참판 휘 주(注)의 13세손으로 가정에서 시례의 가르침을 받아 대대로 충효를 계승하였다. 태어나 이를 갈 나이 때부터 이미 지극한 행실이 드러났는데, 종일 곁에 모시며 응대함에 어김이 없었다. 조금 자라서는 부지런히 물고기 잡고 나무하여 음식을 제공하고, 아침저녁으로 문안을 살펴 그 몸을 편안하게 해드리며 몸을 삼가고 학문에 힘써 그 뜻을 봉양하였다. 온화하고 화락하여 안팎으로 원망이 없고, 조심조심 경건하게 하여 좌우로 빠뜨리는 것이 없었다. 부모님 상을 당하여서는 슬픔으로 몸을 훼손함이 예를 지나쳐 지팡이를 짚어야 일어났고, 죽은 이를 장사지내고 먼 조상을 추모함에 반드시 정성스럽고 미덥게 하여 인정(人情)과 예문(禮文)이 모두 지극하고 슬픔과 예에 유감이 없었다. 형제간에 화락하고 즐거워 낮에는 평상을 마주하고 밤에는 이불을 같이 덮으며, 근심과 즐거움 좋은 일 괴로운 일에 어느 곳인들 같이 하지 않음이 없고 어느 때인들 함께하지 않음이 없었다. 집안일을 주관하여 일을 함에는 반드시 형을 먼저 하고 자신의 집을 뒤로 하며, 계절의 음식에 새로운 것이 생기면 반드시 형을 먼저하고 자신을 뒤로 하니, 한 집안이 화락하고 자손이 그와 같이 하였다.
오호라! 이런 형이 있어 이런 아우가 있네. 위로는 그 효를 다하고 아래로는 그 우애를 다하니, 천하의 일락(一樂)주 220)과 군자의 삼서(三恕)주 221)가 여기에 있지 않다고 누가 말하겠는가. 마땅하도다! 고학(臯鶴)이 하늘에 들리고 임금의 포장이 융숭하여 오두적각(烏頭赤脚)주 222)이 백세토록 찬란함이여!
정려의 명이 내린 것은 당저(當宁) 정묘년(1867, 고종4)인데 지금 30년이 되도록 아직 정려기를 짓지 않아 증손 창구(昌九)가 백리 길을 산 넘고 물 건너 찾아와 나에게 부탁하였다. 오호라! 공의 고을은 바로 우리 집안의 병주(倂州)주 223)여서 종유하여 인연을 맺은 것이 몇 세대가 되니, 어찌 일찍이 그 일을 익히 듣지 않았겠는가. 세대의 교분이 중하고 사모하여 우러른 지 오래여서 감히 적임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사양할 수 없었다.
주석 220)천하의 일락(一樂)
맹자(孟子)가 말한 군자삼락(君子三樂) 가운데 첫 번째 즐거움인 부모가 다 생존하고 형제가 무고한 것을 말한다.
주석 221)군자의 삼서(三恕)
《공자가어》 권2 〈삼서(三恕)〉에 공자가 말하기를 "군자에게는 삼서가 있으니, 임금을 능히 섬기지 못하면서 신하에게 복종을 요구하는 것은 서가 아니고, 어버이에게 능히 효도하지 못하면서 자식에게 보답을 요구하는 것도 서가 아니며, 형을 능히 공경하지 못하면서 아우에게 순종을 요구하는 것도 서가 아니다. 선비가 삼서의 근본을 밝게 안다면 몸을 단정히 하였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君子有三恕,有君不能事,有臣而求其使,非恕也;有亲不能孝,有子而求其报,非恕也;有兄不能敬,有弟而求其顺,非恕也. 士能明于三恕之本,则可谓端身矣.]"라고 한 것을 말한다.
주석 222)오두적각(烏頭赤脚)
윗부분은 검고 기둥은 붉은색으로 된 정려문을 말한다.
주석 223)병주(倂州)
병주(幷州)의 오기인듯하다. 병주는 오래 살아 정이 든 타향을 뜻한다. 당나라 시인 가도(賈島)의 시 〈도상건(渡桑乾)〉에 "병주의 나그네살이 십 년이 지나도록, 밤낮으로 고향 함양이 그리웠네. 무단히 다시금 상건수 물을 건너니, 돌아보매 병주가 바로 고향처럼 느껴지더라.[客舍幷州已十霜, 歸心日夜憶咸陽, 無端更渡桑乾水, 却望幷州是故鄕.]"라고 한 데에서 나온 말이다.
故孝子豐壤趙公【秉熙秉弼】旌閭記
嗚乎。此故孝子趙公兄弟雙孝閭也。以世宗名臣戶曹參判諱注十三世孫。家傳詩禮。世襲忠孝。生自髫齔。已著至行。侍立終日。唯喏無違。稍長。服勤漁樵以供其口。定省溫淸以安其體。謹身力學以養其志。溫溫怡怡。內外無怨。洞洞屬屬。左右無關。及喪親也。哀毁過禮。杖而後起。送終追遠。必誠必信。情文俱至。哀禮無憾。兄弟湛樂。晝則對床。夜則同被。憂樂甘苦。無處不須。無時不俱。幹蠱服役。必先兄而後家。時食新味。必先兄而後已。一家和之。子孫如之。嗚乎。有是兄有是弟。上以盡其孝。下以盡其友。天下之一樂。君子之三恕。孰謂不在於是耶。宜乎臯鶴聞天。天褒隆重。而烏頭赤脚。煒燁於百世也。命旌在當宁丁卯。至今三十年。尙未有記事之筆。曾孫昌九。跋涉百里。屬諸不佞。嗚乎。公之鄕卽鄙家之傡州也。遊從綢繆數三世。何嘗不稔聞其事耶。世契之重。慕仰之久。不敢以非其人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