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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신재집(日新齋集)
  • 권14
  • 기(記)
  • 남휘당기(覽輝堂記)

일신재집(日新齋集) / 권14 / 기(記)

자료ID HIKS_OB_F9001-01-202101.0014.0001.TXT.0062
남휘당기
재사는 바로 주씨(朱氏)가 묘소를 바라보기 위해 오래전에 지은 것이니, 화순[竹樹] 치소 비봉산(飛鳳山)에 있다. 옛날 조백강(晁伯彊)이 들에 정자를 짓고 다가(多稼)로 이름하고, 송자비(宋子飛)가 산에 당을 짓고 앙지(仰止)로 이름하였는데, 지금 화순의 비봉산에 재사를 짓고 남휘(覽輝)주 197)로 이름한 것은 또한 그 뜻이 아니겠는가? 봉황의 신령함은 밝고 밝아 시에 읊조리고 책에 드러나 전기(傳記)에 흩어져 나오고 심지어 부녀자나 어린아이들까지도 높이고 기이하게 여겨 일컫지 않음이 없어 입과 귀에 익숙하여 자자할 뿐만이 아니다. 그러나 주공(周公)의 다스림으로도 봉황의 울음소리를 듣지 못함을 두려워하고주 198) 공자의 성스러움으로도 봉황이 이르지 않음을 탄식하였는데,주 199) 더구나 열국(列國)이 가시밭이 되고 비바람이 휘몰아치던 수천 년간에 과연 한 사람이라도 봉황이 날개 짓 하고 어울려 우는 소리를 들은 이가 있었던가. 사람들은 반드시 절대로 없다고 하여 그 있음을 믿지 않을 것인데, 어찌하여 아끼고 숭상함이 끝이 없는 것이 이와 같은가?
아! 용이 귀하게 되는 것은 잠겨서 나타나지 않기 때문이고, 거북이 신령하게 되는 것은 칩거하여 드러나지 않기 때문이다. 만약 봉황에게 먹이를 주어 뜰에서 길들일 수 있다면 참새와 무엇이 다르며, 거스르지 않아 새장 속에 키울 수 있다면 닭이나 오리와 무엇이 다르겠는가. 시끄럽게 울며 함께 무리 짓지 않고 한가롭게 나란히 날지 않고 구포(九苞)주 200)의 먼 곳에 깊이 감추고 천 길 위에 높이 솟아오르니, 이 때문에 신령한 덕이 기쁘고 화락하며 상서로운 광채가 펼쳐 드러나 천하의 지극히 신령한 동물이 되는 것이다. 무도한 나라에 들어가지 않고 무도한 세상에 나타나지 않아 문채를 품고 광휘를 온축하여 성현과 함께 귀결되니, 봉황이여 어찌 그리 덕이 성대한가! 저 치효(鴟鴞)의 노함과 응준(鷹隼)의 시기는 족히 비교할 것이 못된다.
오호라! 세상이 쇠퇴하고 도가 미약하여 멋대로 하는 말과 기이한 의론이 마치 백 명의 입이 다투어 떠들썩한 것과 같으니, 반드시 모름지기 우뚝이 분발하기를 천길 위에서 나는 것 같이한 연후에야 큰일을 해낼 수 있을 것인데, 남휘재(覽輝齋) 주인은 이것을 알 수 있겠는가? 힘쓰고 힘쓴다면 누가 화순의 비봉산은 동방의 군자국주 201)이 아니라 하겠는가.
주석 197)남휘(覽輝)
한(漢)나라 가의(賈誼)의 〈조굴원부(弔屈原賦)〉에 "봉황은 천 길 높이 날다가, 성인의 빛나는 덕을 보고 내려간다.[鳳凰翔于千仞兮, 覽德輝而下之.]"라고 한 데서 취한 말이다.
주석 198)주공(周公)의……두려워하고
《서경》 〈주서(周書) 군석(君奭)〉에 주공이 소공(召公)에게 "그대와 같은 구조의 덕을 하늘이 장차 내리지 않는다면, 우리는 봉황의 소리를 다시 듣지 못할 것이다.[耉造德不降, 我則鳴鳥不聞.]"라고 한 것을 말한다.
주석 199)공자의……탄식하였는데
《논어》 〈자한(子罕)〉에 공자가 "봉황새가 오지 않고 하도가 나오지 않으니, 나도 이제 그만이구나.[鳳鳥不至, 河不出圖, 吾已矣夫.]" 라고 한 것을 말한다.
주석 200)구포(九苞)
봉황이 지녔다는 아홉 가지 특징을 말하는데, 구포명(口包命), 심합도(心合度), 이청달(耳聽達), 설굴신(舌詘伸), 채색광(彩色光), 관구주(冠矩州), 거예구(距銳鉤), 음격양(音激揚), 복문호(腹文戶)이다. 《山堂肆考 卷211 羽蟲 鳳》 여기서는 봉황이 사는 곳을 뜻한다.
주석 201)비봉산은 동방의 군자국
《설문(說文)》에 "봉(鳳)은 신조(神鳥)이다."라고 한 대목에서 천노(天老)가 말하기를 "동방 군자의 나라에서 나와 사해 밖에 날아다닌다.[出東方君子之國, 翱翔四海之外.]"라고 한 데서 인용한 말이다.
覽輝堂記
齋郎朱氏瞻墓舊構也。在竹樹治飛鳳之山。昔晁伯彊亭於野而名以多稼。宋子飛堂於山而名以仰止。今齋於竹樹之飛鳳。而名以覽輝。亦非其義耶。鳳之爲靈昭昭也。詠於時。著於書。散出於傳記。以至婦女童稚。莫不尊異而稱道之。熟口慣耳。不啻藉藉。然以周公之治而恐其不聞。以孔子之聖而歎其不至。況列國荆榛。風雨漫漫。數千載之間。果有一人得見其翽翽之羽鏘鏘之音者耶。人必謂之絶無。而不信其有矣。何愛尙之無已若是耶。噫。龍之爲貴。以其潛而不見也。龜之爲靈。以其蟄而不露也。苦使鳳率啄而可馴於庭。則與鳥雀何別。勿咈而可畜於籠。則與雞鶩何異。不與啾啾同群。不與提提聯翩。而深藏於九苞之遠。遐擧於千仞之上。是以神德怡融。祥光宣著。而爲天下至靈之物矣。不入於無道之邦。不見於無道之世。含章蘊輝。聖人同歸。鳳兮鳳兮。何德之盛也。彼鴟鴞之嚇。鷹隼之猜。不足爲訐較也。嗚乎。世衰道微。橫言異議。如百舌競噪。必須挺特奮發如翔千仞之上。然後可以有爲。覽輝齋主人。其有以知此乎。勉之勉之。誰謂竹樹飛鳳。非東方君子之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