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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신재집(日新齋集)
  • 권14
  • 기(記)
  • 금포기(錦圃記)

일신재집(日新齋集) / 권14 / 기(記)

자료ID HIKS_OB_F9001-01-202101.0014.0001.TXT.0061
금포기
염계(濂溪)는 용릉(舂陵)에 있는 것이 아닌데 주자(周子)가 호로 삼았고,주 193) 자양(紫陽)은 건양현(建陽縣)이 아닌데 주자(朱子)가 제호(題號)로 삼았으니,주 194) 대개 그 근본을 잊지 않고 부터 나온 바를 즐거워한 것이다.
나의 벗 최 사문(崔斯文) 치화(致和) 씨는 그의 10대조 승지공(承旨公)부터 처음 강진(康津)의 금천(錦川)에 살았고 증조 때 이르러 강진의 성전(城田)에 우거하였는데, 치화는 지금 또 행정(杏亭)에 살고 있다. 그러나 자신이 장수유식(藏修遊息)주 195)하는 곳을 금포서실(錦圃書室)이라 이름을 붙였으니, 생각건대 몸과 집이 떨어져 그 거처가 일정하지 못해도 부터 나온 바를 잊지 않는 것이니, 염계·자양의 경우와 같다고 말하지 않겠는가.
오호라! 월(越) 땅의 새와 호(胡) 땅의 말도 오히려 남쪽 가지에 깃들고 북풍에 의지할 생각이 있는데,주 196) 더구나 사람은 만물의 영장인데 그 근본을 생각하고 선조를 사모함이 어떠하다고 하겠는가. 스승이나 어른의 행차가 방문 했던 어떤 물과 언덕도 오히려 장차 기록하여 보존하는 것이 이와 같은데 더구나 선조의 지행(志行)과 도모[謨猷]가 가정에 전해지는 것은 어찌 혹 잠시라도 잊을 수 있겠는가. 사람은 이런 뜻을 가지고 본령을 삼은 연후에야 자신의 몸을 스스로 아낄 줄 알아 포기하는데 이르지 않고, 자신의 몸을 스스로 아낄 줄 알면 힘써 배우고 독실하게 행하여 집안에 마땅하고 종족을 보존하는 것은 모두 차례대로 되어갈 일이다. 나는 치화가 잘 계승하고 전술하여 앞으로 그 집안을 창성하게 날이 있을 것임을 알겠으니, 힘쓸지어다!
주석 193)염계(濂溪)는……삼았고
염계는 중국 호남성(湖南省) 도현(道縣) 여산(廬山) 기슭에 있는 물 이름이다. 용릉(舂陵)은 호남성 영원현(寧遠縣)에 있는 지명인데, 주돈이(周敦頤)의 출신지이다. 출신지를 호로 삼지 않고 염계를 호로 삼은 것을 말한다.
주석 194)자양(紫陽)은……삼았으니
자양은 복건성(福建省) 숭안현(崇安縣)의 자양산을 말한다. 주희의 아버지 주송(朱松)이 여기에서 독서하였는데, 후에 주희가 청사(廳事) 이름을 자양서실(紫陽書室)이라고 하여 부친을 잊지 않는 뜻을 나타낸 것을 말한다. 건양현은 복건성에 있는데, 주희가 운곡(雲谷)에 회암초당(晦庵草堂)을 짓고 살았다.
주석 195)장수유식(藏修遊息)
늘 학문에 전념함을 뜻한다. 《예기》 〈학기편(學記篇)〉에 "군자는 학문에 대해서 학교에 들어가서는 학업을 닦고 학교에서 물러나 쉴 때는 기예를 즐긴다.[君子之於學也, 藏焉修焉, 息焉游焉.]"라고 한 데서 나온 말이다.
주석 196)월(越) 땅의……있는데
〈고시십구수(古詩十九首)〉에 "호 땅의 말은 북풍에 몸을 의지하고, 월 땅의 새는 남쪽 가지에 둥지를 짓네.[胡馬依北風, 越鳥巢南枝.]"라고 한 데서 나온 말로, 고향을 몹시 그리워하는 심정을 말한다. 《文選 卷29》
錦圃記
濂溪非春陵而周子號焉。紫陽非建陽而朱子題焉。蓋不忘其本而樂其所自生也。余友崔斯文致和甫。自其十世祖承旨公。始居康津之錦川。至曾祖寓同縣之城田。而致和則今且見居于杏亭矣。然於其修息之所。題以錦圃書室。維身家流離。不恒厥居。而不忘其所自生。得非如濂溪紫陽之謂耶。嗚乎。越鳥胡馬。猶有巢南倚北之思。況人爲萬物之靈。而其於懷本慕先。謂何如耶。杖屨所過。某水某邱。猶且記存如是。況祖先之志行謨猷。貽傳於家庭者。豈容晷刻可忘耶。人有此意。爲之本領。然後知自愛其身。而不至於暴棄。知自愛其身。則力學篤行。宜家保族。皆其次第事。吾知致和之善繼善述。昌大其門。將有日矣。勉之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