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화콘텐츠
  • 특화콘텐츠
  • 호남근현대문집
  • 일신재집(日新齋集)
  • 권14
  • 기(記)
  • 김 효자 정려기(金孝子旌閭記)

일신재집(日新齋集) / 권14 / 기(記)

자료ID HIKS_OB_F9001-01-202101.0014.0001.TXT.0059
김 효자 정려기
효자는 본관이 김해(金海), 이름은 주석(周奭)이니, 절효 선생(節孝先生) 휘 극일(克一)의 후손이다. 천성이 효성스럽고 우애가 있었는데, 집안이 가난하여 몸소 농사지어 뜻과 물건을 봉양함에 빠뜨린 것이 없었고, 병이 들면 마음으로 근심하고 기운이 저상되었으며 밤에는 허리띠를 풀지 않았다. 그 아내 서씨(徐氏)는 손가락에 피를 내어 입에 넣어 드려 며칠의 수명을 연장시켰다. 상을 당하자 슬픔으로 몸을 훼손함이 너무 심하고 얼굴빛이 검게 변하도록 소식(素食)을 하였으니, 그 상세한 내용은 향도(鄉道)의 천장(薦狀) 및 가전 상언(駕前上言)주 184)에 갖추어져 있다.
오호라! 세도가 떨어지고 풍속이 나빠져 인륜이 밝지 못하니, 자식이 일용의 음식에 있어 부모로 하여금 걱정하게 하고 처자식으로 하여금 원망하게 하는 사람은 실로 족히 말할 것이 없다. 간혹 마음가짐이 근후하여 자호자(自好者)주 185)라 불려지지만 그 처자식 때문에 뜻이 쇠하게 되지 않는 사람도 또한 몇 명 없다. 지성(至誠)이 간측(懇惻)하여 옆 사람을 감동시키고, 자신은 효자가 되고 처는 효부가 되어 한 집안에서 환하게 아름다움을 짝하는데 이르러서는 지금 세상에 누가 공과 짝할 수 있겠는가. 서씨의 효성과 의리, 자애애와 순종은 실로 천품에서 나온 것이지만 욱솔(勖帥)의 사이주 186)에서 얻은 것이 또한 어찌 적겠는가. 《시경》 〈대아(大雅) 기취(旣醉)〉에 "효자의 효도 다함이 없다.[孝子不匱]"라고 하였고, 또 말하기를 "너에게 훌륭한 여사를 줌이로다.[貽爾女士]"주 187)라고 하였으니, 이것을 말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고학(臯鶴)이 하늘에 들리고주 188) 임금의 포장이 융숭한 것이 마땅하도다.
공은 세 명의 아들이 있고 아래로 증손에 이르러서는 그 수가 적지 않은데, 함께 거처하며 같이 밥을 먹으면서 은애(恩愛)가 화목하니, 이것은 그 성효(誠孝)의 감응이 후손에게 넉넉함이 이와 같은지라, 영지(靈芝)와 예천(醴泉)이 어찌 유래한 것이 없겠는가.주 189) 원컨대 김씨는 더욱 효사(孝思)에 힘써 대대로 실추시키지 말아 조정에서 아름답게 포상한 뜻에 부응해야 할 것이다.
증손 재휘(再輝)가 그 장문(狀文)을 안고 벽산(碧山)의 여관으로 나를 방문하여 한 마디 말을 부탁하였다. 나는 부족하고 보잘것없어 실로 마땅히 남의 집안을 천양하는 글에 손을 댈 수 없지만 사양해도 받아들여지지 않아 삼가 위와 같이 서술할 뿐이다.
주석 184)가전 상언(駕前上言)
백성들이 억울한 일이나 호소할 일이 있을 적에 임금의 가거(駕車) 앞으로 나아가 직소(直訴)하는 것을 말한다.
주석 185)자호자(自好者)
현명한 덕은 없지만 자신의 몸가짐을 깨끗이 지닐 줄 아는 향리(鄕里)의 사람이다. 《맹자》 〈만장 상(萬章上)〉에 "자신의 지조를 팔아 가며 그 임금을 훌륭하게 성취시키는 짓은 향당(鄕黨)의 자호자도 하지 않는다."라고 하였다.
주석 186)욱솔(勖帥)의 사이
남편이 이끌어주는 것을 말한다. 《의례(儀禮)》 〈사혼례(士婚禮)〉에 "아버지가 아들에게 술을 부어주고 명령해 말하기를, '가서 너의 내조자를 맞이하여 우리 종묘의 일을 계승하되 힘써 공경한 마음으로 신부를 거느려서 네 어머니의 뒤를 잇게 할 것이니 너는 언제나 변함없이 하라.'라고 한다.[父醮子, 命之曰:往迎爾相, 承我宗事, 勖帥以敬, 先妣之嗣, 若則有常. ]"라고 한 데서 나온 말이다.
주석 187)너에게……줌이로다
원문의 '이이여사(貽爾女士)'를 풀이한 말이다. 《시경》 〈대아(大雅) 기취(旣醉)〉의 졸장에는 '이이여사(釐爾女士)'로 되어 있다.
주석 188)고학(臯鶴)이 하늘에 들리고
은거하는 군자의 덕이 멀리까지 알려지는 것을 비유한다. 《시경》 〈소아(小雅) 학명(鶴鳴)〉에 "학이 구고의 늪에서 우니, 그 소리가 하늘에 들린다.[鶴鳴于九皐, 聲聞于天.]"라고 한 데서 나온 말이다.
주석 189)영지(靈芝)와……없겠는가
훌륭한 조상이 있어야 훌륭한 자손이 있다는 뜻이다. 옛말에 "신령한 지초(芝草)와 단맛의 샘물은 반드시 뿌리와 근원이 있다."라고 하였다.
金孝子旌閭記
孝子金海人。名周奭。節孝先生諱克一之后也。天性孝友。家貧躬耕。志物無闕。有疾則心憂色沮。夜不解帶。其妻徐氏血指注口。以延數日之命。及遭艱。哀毁過甚。面墨行素。其詳具任鄉道薦狀。及駕前上言。嗚乎。世降俗下。人倫不明。生之滕下日用飮食而使父母戚戚。妻子咨咨者。固不足道。間或持心近厚。號爲自好。而其不爲妻子所衰者。亦無幾人。至於至誠懇惻。感動傍人。己爲孝子。妻爲孝婦。一家之内。炳炳匹休。居今之世。誰與公疇。徐氏孝義慈順。固出於天姿。而其得於勗帥之間者。亦豈少哉。詩曰。孝子不匱。又曰。貽爾女士。其非此謂耶。宜其臯鶴聞天。而天褒隆重也。公有三子。下至曾孫。其麗不尠。同居共爨。恩愛雍睦。此其誠孝之感。裕于後嗣者如此。靈芝醴泉。豈無所自哉。願金氏益勉孝思。世世無墜。以副朝家嘉賞之意也。曾孫再輝。抱其狀文。訪我於碧山旅次。乞一言。予以滅裂無似。固不當下手於人家揄揚之筆。而辭不獲已。謹序次如左云爾。